*<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 있었던 샤론 테이트 사건이 중심에 있다. 이 사건으로 할리우드에서 꿈을 펼치던 한 인물은 배우보다 비극의 피해자로 더 알려졌다. 그렇게 ‘찰스 맨슨’이란 무자비한 살인마는 할리우드를 뒤집어 놓았고, 그 충격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1969년을 소환하고, 샤론 테이트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타란티노는 그가 보고 자랐던 영화 등을 비롯한 대중문화를 영화 속에 비틀어 재배치했고, 자신의 작품를 가져와 뽐내기도 한다. 그렇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가 본 것과 보고 싶은 것들이 섞인 1969년으로 재탄생했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샤론 테이트의 복원이었다.
민용준 기자와 함께한 키노라이츠의 팟캐스트 ‘얼떨결에 GV’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부에서는 결말의 의미와 영화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를 살펴봤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타란티노의 영화적 세계가 집약되고 다양한 작품이 오마주된 덕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배경 지식을 알수록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민용준 기자의 해박한 지식과 친절한 설명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결말
릭 달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를 오가던 이야기는 1969년 8월 9일 샤론 테이트의 집 앞에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샤론 테이트의 집으로 향하던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이 타겟을 릭 달튼으로 바꾸면서 옛날 옛적 1969년의 그 날 밤은 재현되지 않았고, 비극도 샤론 테이트를 피해간다.
대신, 쿠엔틴 타란티노는 할리우드에 상처를 줬던 일당들을 응징하는 선택을 한다. 살인의 광기에 빠져있던 자들을 피 흘리게 하고,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고통을 주며 복수한다. 이 엔딩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기들이 전시되고, 피의 미학과 악인의 처단 속에서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고 싶었던 것
쿠엔틴 타란티노가 ‘샤론 테이트’ 사건을 영화에 담는다고 했을 때, 그날 밤의 잔인한 사건을 어떻게 보여줄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칼로 베고, 총을 쏘며 인체를 훼손하는 이미지를 자주 보여준 이력 덕분에, 영화에 연출될 폭력성을 걱정하는 건 일리가 있어 보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날 밤의 폭력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그 순간을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정의가 실현되는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가상의 인물 릭 달튼과 클리프 부스의 활약으로 극악무도한 살인마들은 화끈하게 처벌되고, 가능성 많던 한 배우의 장밋빛 미래는 지켜진다. 악인들에게 쌓인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던 타란티노는 폭력의 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영화를 사랑하던 한 배우의 죽음 앞에서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건강한 샤론 테이트와 샤론 테이트 부부를 만나고 싶었던 릭 달튼의 만남으로 끝난다. 두 배우에게 스크린에서의 미래를 약속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할리우드를 훼손한 그 날 밤을 지우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극을 마무리했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해피 엔딩을 꿈꾸고 있었다. 정말 지독하게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꿈꿀 수 있는 결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