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압구정 CGV에서는 <다영씨>의 시사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쌀쌀해진 온도, 미세 먼지까지 더해져 우중충한 날씨였는데요. 이런 날,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영화가 <다영씨>였습니다. 최근에 보기 힘든 흑백의 무성영화라는 점부터 흥미로운데요. 키노라이츠의 첫 번째 단체 관람 시사에 참석해주신 많은 키노라이터와 함께 나눴던 뜨거운 온기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이번 GV엔 고봉수 감독, 그리고 신민재, 이호정 배우가 함께 참여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의 편집장 ‘영화 읽어주는 남자’도 함께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GV 현장에서 있었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습니다. 키노라이터들은 <다영씨>를 보고 어떤 점이 궁금했을까요?
*글의 가독성을 위해 출연자들의 이름 앞글자만 표기했습니다.
고봉수 감독: 고, 신민재 배우: 신, 이호정 배우: 이, 편집장: 편
편: 영화를 만들고 이렇게 관객과 만날 있는 자리는 정말 좋은 자리인 것 같아요. 많이 떨리실 것 같은데, <다영씨>는 어떤 영화이며,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인가요?
고: 세상이 좀 각박하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따뜻한 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었고, 연말에 여러분에게 선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편: 두 배우도 연기한 역할과 영화를 소개해주세요.
신: 저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무성 영화를 감독님이 제안하셨고, 출연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해요. (<다영씨>에서는) 순수남을 맡았죠. ‘사랑’ 때문에 뭐 하는지도 모르는 회사에 입사해서(웃음) 고군분투하고, 순애보를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이: ‘다영’은 계약직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중간중간에 정체 모를 택배기사 민재 씨에게 여러 도움을 받아요. (<다영씨>는) 이 시대의 친구, 엄마 아빠의 딸,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 손녀, 그런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편: 앞서 말씀하셨듯 <다영씨>는 흑백의 무성영화로 최근에 보기 힘든 형식의 영화잖아요. 특히, 무성 영화는 <아티스트>라는 영화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본 거 같아요. 어떻게 이런 형식의 영화를 연출하게 되셨나요?
고: <델타보이즈> 떄는 백승환 배우가 주인공이었고 <튼튼이의 모험>에서는 (주인공이) ‘김충길’이었지 않습니까. 순서대로 하면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 신민재 배우였는데, 이번엔 특별히 신민재 배우에게 선물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일단 그것은 수용. 그다음엔, “장르는 무엇을 할까” 했더니 ”무성 영화가 하고 싶습니다.“고 했고, 제가 ”오케이“해서 만든 영화였죠. 전적으로 <다영씨>는 ‘신민재’ 맞춤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 자신의 영화에 만족하시나요?
신: 엄청나게 큰 선물을 받았죠. 사실은 무성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쉽게 동의해주실 감독님은 많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분위기와 맞지도 않고, 또 수익도 연관이 되어있고요. 그런데 그런 것 상관없이 감독님도 편하게 ‘오케이’ 해주셨죠. 감독님이 무성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고, 많은 영향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서 편하게 제안을 드릴 수 있었고, 편하게 수락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편: 감독님께서 <다영씨>를 만들 때 참고한 흑백, 무성영화가 있나요?
고: 참고한 영화는 하나입니다. 채플린의 <시티라이트>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하고 싶었고,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 한 시간을 달려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 흑백영화는 한 컷 한 컷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요. 말이 없다고 보니, 더 많이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현장이 상당히 시끄러웠을 거란 말이죠. 그런 현장에서 감정선을 어떻게 유지했나요? 그리고 연기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신: 기존의 고봉수 감독님의 전작은 말이 정말 많은 영화였죠. 정말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많았어요. 배우들의 헛소리도 많이 나왔죠. 그런데 그걸 영화로 잘 포장해주셨어요. 그렇게 말이 정말 중요한 영화였는데, 이번에 무성 영화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겐 재미있는 작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이번에는 무성 영화다 보니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거나 외부적인 소리가 들어와도 영향을 받지 않아 편하게 찍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기는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평상시 연기할 때, 대사라는 것을 쉽게 던졌던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말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몸으로 표현을 하다 보니 걱정이 많았죠. 제가 연기가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될까. 이런 걱정을 계속 안고 연기를 했습니다.
이: 사실 처음에는 무성 영화인지도 몰랐고 흑백 영화인지도 몰랐어요. 조연출에게 연락을 받고 고민 없이 참여했죠. 그런데 상황만 있고 대사가 없었어요. 사실, 연기라는 게 상대방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잖아요. 매 상황 상대에게 충실하고, 그 순간에 진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마지막 장면이 되게 어려웠어요. 택배기사가 민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상황이 조금 어려웠는데, 민재 씨가 연기를 잘해주시고,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주셔서 제가 잘 묻어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현장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깊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가 없어 아쉬운데요.
이번에는 객석에서 쏟아진 질문을 살펴볼까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의 재생속도가 그때그때 다른데, 그렇게 연출하신 의도가 무엇인가요?
고: 재생속도를 일정하게 맞추려 했는데, 러닝타임을 60분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빠르죠. 때로는 영상을 음악에 맞추다 보니까 어떤 장면은 빠르고 어떤 부분은 평범하게 가고 그랬어요. 저도 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편: 예술이라는 것이 정말 오묘하게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 무성영화를 보면 검은 화면에 자막을 띄워서 대사 전달을 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정보를 많이 줄 수도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배제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 <다영씨>만의 차별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막을 넣지 말자. 모든 것을 표정으로 표현해보자고 의논을 했죠.
관객: 신민재 배우의 직업을 퀵서비스 기사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신: 제가 예전에 배우를 하면서 계속 택배 알바를 했어요. 항상 큰 회사에 고정적으로 가면서 짝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근데 고백을 쉽게 못 하겠더라고요. 택배 기사라는 직업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때는 용기를 내는 게 어려웠어요. 그때의 일이 후회돼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그걸 모티브로 해서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민재의 직업이 택배기사가 된 거죠.
관객: 영화의 예산이 1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기사에서 봤어요. 촬영감독을 따로 두지 않고 직접 촬영을 하시는 이유가 예산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에 맞는 분이 없으신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고: 저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다 재미있는데, 촬영이 가장 재미가 없어요. 저는 정말 촬영 감독이랑 같이하고 싶은데, 예산 문제 때문에 제가 계속 찍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촬영 기술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촬영 감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관객: 신민재 배우님께서 멜로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왕 소원 성취를 하는 김에 (<다영씨>의) 마지막에 농도 짙은 멜로연기가 담겼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만일 그런 제안을 감독님이 주셨다면 이호정 배우님께서는 흔쾌히 수락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이: 농도 짙은… 네!
신: 나갔다 올까요?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이: 아니 그저께 시사회 때도 어떤 분이 그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민재와 다영이 그 뒤에 이어졌을까요? 뭐라고 하셨었죠?
신: 제가 생각했을 때, 고봉수 감독님의 영화라면, 다른 영화들처럼 ‘이루어졌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서로의 길을 응원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제가 “왜요? 그냥 한번 만나보면 안 돼요?”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오빠가 “(극 중)월급이 50만 원 밖에 안 된다”고 해서 “제가 더 벌면 되는 거 아니냐고”(웃음)… 결론은 전 괜찮아요.
신: 농도 짙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이 친구는 대답을 했습니다.
편: 차기작에 잘 반영이 되기를 기대하겟습니다.
관객: 제가 감독님의 영화 <튼튼이의 모험>이랑 <다영씨> 봤는데, 두 영화가 다 제작비가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만약에 감독님께 제작비가 무한대로 주어진다면 어떤 영화를 찍고 싶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고: 찍고 싶은 장르의 영화는 아주 많죠. 예전에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전쟁 영화를 한번 찍고 싶다. 배우들을 좀 많이 불러서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대규모 전쟁 영화를 한번 찍고 싶습니다.
편: 아마 제작비가 많이 생기면 촬영 감독부터 고용하실 것 같아요. 그러면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볼 수 있겠죠?
관객: 택배 기사와 다영의 매개체는 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에 귤을 전달하는 것을 못 본 것 같은데, 귤을 전달하지 않고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귤을 줄 필요가 없었던 게 헬멧을 올린다는 게 고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귤이 필요 없더라고요. 더 강력한 눈빛이 있잖아요. 그래서 귤 없이 민재의 눈빛만 보여준 거죠.
편: 앞서 영화가 씁쓸하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마지막 그 장면이 마음을 전달하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다영씨>가 더 따뜻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마지막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 <다영씨>를 오늘 함께 관람했는데요. 또 보면서 되게 슬프더라고요. 보면서 눈물이 났는데, 앞에 앉으신 분과 뒤에 앉으신 분도 살짝 훌쩍거리시는 것 같았어요. 영화를 함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신: 일단 너무 감사드려요. 작은 규모, 또 흑백 무성 영화인데, 개봉까지 할 거라 꿈에도 생각을 못 했고요. 또 그런 영화를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영씨>가 영화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품고 있는 작은 바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따뜻한 내용이니 많은 사람이 저희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한발짝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늦은 시간까지 영화 관람해주시고,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고: 앞으로도 퀄리티가 있는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우리 배우들 앞으로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고봉수 사단 응원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영씨>와의 짧은 만남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겠죠? <다영씨>는 다가올 12월 6일 개봉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접 관람하시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시면 좋을 것 같네요. 키노라이츠도 여러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