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비스>는 자신과의 싸움을 향한 집념과 집착의 결과물이다. 선생이나 부모의 강요가 있는 것이 아닌 순전히 자신을 한계 이상으로 몰아붙인다. 대체 왜 저럴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초반에는 <위플래쉬>처럼 1등과 성공을 위해 휘몰아치는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서서히 후반부로 갈수록 <블랙스완> 같은 광기에 휘말린 파멸이 눈에 뻔히 보여 안타깝다.
대학 신입생 알렉스(이사벨 퍼만)은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뭘 하든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 공부도 취미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전공 과목을 가장 취약한 물리로 정하고 한계를 넘으려고 작정한 승부사다. 조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장학금을 위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압박이나, 국가대표를 꿈꾸지도 않았다.
처음엔 타고난 신체적 역량을 가진 제이미(에이미 포사이스)와 신체조건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다 제이미가 장학금을 노린다며 은근히 선전포고하자 경쟁심이 심화되었다. 어디서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기름 붓기가 제대로 된 걸까. 알렉스는 공부도 조정도 제이미를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전력 질주하게 된다.
그저 뭐든 최고임을 입증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목표는 계속 커졌다. 팀 1군에 들어가기 위해 방학에도 새벽 연습을 놓치지 않았다. 쉬지 않고 연습하다 손에 물집 잡혀 피가 날 때까지 멈출줄 몰랐다.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거든 내만족이라 답해야 했다. 적당히 즐기려는 마음보다 본인을 넘어서기 위한 경쟁심이 강해졌다.
나를 상대로 달리는 무한 경쟁
영화는 알렉스와 함께 노력하고 경험하는 스포츠 체험 방식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관객은 알렉스의 심리에 쉽게 동요된다. 열정은 강박이 되고 피로는 누적되어 상처로 곪아갔다. 늘어나는 근육과 실력은 피, 땀, 눈물과 비례하지만 인간관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노비스의 상징인 ‘까마귀’와 ‘게’는 알렉스의 환영으로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괴롭힌다. 까마귀는 팀원 모두를 상징하며 알렉스를 비웃듯 내내 지저귀고, 끓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는 24시간 불안한 마음을 대변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서 성공하려는 태도가 아닌 일부러 취약점을 노려 목표에 도달하는 쾌감에 중독된 듯 보인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알 수 없는 완벽에 사로잡힌 열망은 자멸로 몰아갔다. 그동안 혼자 혹사하면 오르던 성적이 아닌 팀플레이인 조정은 알렉스의 계획에서 자주 벗어났다. 그로 인해 더욱 몰아붙이기만 했고 급기야 파괴하고야 만다.
뻔함없는 스포츠스릴러 영화
<더 노비스>는 로렌 헤더웨이 감독의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데뷔작이다. <위플래시> 사운드 에디터, 스포츠 브랜드 광고 감독 출신답게 멋스럽고 감각적인 미장센과 음악,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팝, 클래식, 컨트리 뮤직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화면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것 같은 스릴마저 선사한다.
인상적인 것은 캐릭터 대부분이 여성이란 점이다. 불굴의 정신으로 중무장한 광기와 집착 앞에서 성차별, 성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다. 그저 한 인간의 열정과 경쟁, 사랑을 묘사하고자 했다. 또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이 보상처럼 따르는 기존 스포츠 영화와 노선을 달리한다.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후원이 없어 좌절되거나, 뒤틀린 욕망으로 상대방을 제거하며 성취하는 방식 등. 실화 바탕의 뻔한 구도를 허용하지 않아 신선하다. 과연 어떤 결말을 얻을지 내심 궁금해진다.
알렉스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의 섬세한 연기는 이미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부터 인정받았다. 12살이란 어린 나이에 섬뜩한 두 얼굴을 연기했었다. 드디어 소녀티를 벗고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시험대에 올랐고 더할나위 없이 안정적이다. 그녀와 신경질적인 라이벌 구도를 벌이는 제이미를 연기한 에이미 포사이스와 연인으로 발전하는 조교 대니를 맡은 톱모델 딜런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둘은 이사벨 사이에서 당근과 채찍의 역할을 해내며 균형 잡는데 일조한다.
다만, 너무 잦은 화면 기교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마치 97분으로 늘려 만든 나이키 CF 같은 피로감이 들기도 한다. 애석하지만, 열열히 주인공을 응원할 수도 없고 공감하기도 어려워 매력적인 캐릭터로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