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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전성시대, 이러다가 극장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극장 가면 코로나 걸리는 거 아니에요? 극장 괴담의 실체

바야흐로 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 2년이 넘아가고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불특정 다수의 접촉을 피하는 흐름상 그야말로 메인 타깃이 된 극장. 직업상 극장으로 출근하는 저는 주변의 걱정으로 무사히 잘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만큼 안전한(?) 곳도 없습니다. 왜냐면.. 사람이 없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경악하게 만드는 말을 며칠 전에도 들었습니다. “코로나인데.. 극장 가도 되나요?”였습니다. 극장은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2년 전 봤던 영화가 최근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인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여름휴가, 연휴, 명절, 연말에는 혼자, 친구, 가족, 연인과 극장을 찾았던 행사가 멈춰버린 상황입니다. 현재 마블의 ‘스파이더맨’시리즈가 개봉해 활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일 확진자가 치솟고 있어 아무도 가까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천만 영화? 그게 뭔가요! 언제 적 이야기인지 사실 가물가물합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삶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극장 관객 수를 논하는 것보다 스트리밍 조회 수가 의미 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극장은 발길 끊은 관객으로 한산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제 천만 영화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이지 말고, 나오지 말고, 집에 머물라고 해서 인류가 무언가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죠! 코로나 초기, 집에 있어 버릇하지 못한 현대인들은 뭘 해야 하나 갈팡질팡했고 잠시 책을 읽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습니다.

결국 편리하고 빠른 걸 찾기 좋아하는 인간은 집에서도 디지털 기기와 더 친해 기지만 할 뿐이었죠. 잠잘 때 빼고 손에서 놓지 않는 핸드폰으로 참 많은 영상 콘텐츠를 즐겼습니다. 극장을 못하니까 비슷한 수준이라도 만들려는 시도가 포착되었습니다. 홈시어터를 표방하는 스마트 기기들이 업그레이드되어 출시되었고 이에 투자하는 소비가 높아졌죠.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영화는 멈추지 않는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을 믿고 싶지만, 어쩐지 극장은 멈출 것 같단 말입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극장이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CGV도 최근 극장을 몇 곳 폐점했고, 상상마당, 서울극장도 사라진 영화계가 걱정되기만 했습니다. 이러다가 저의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게 아닐까 위기감마저 들 정도였으니까요.

2년 사이 일상으로 파고든 스트리밍 서비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OTT 서비스의 등장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예외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극장 관람 지수가 높아 세계적인 OTT의 흐름에서 몇 년간은 안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게 화근입니다. 넷플릭스라는 공룡을 그저 새끼 도마뱀 정도로만 치부하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 보겠습니다.

국내 메이저 3대 극장들의 영화<옥자> 보이콧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협업으로 칸 국제 영화제를 거쳐 국내 개봉을 계획했었는데요. CGV를 필두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홀드백이 보장되지 않아 “우리는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 넷플릭스와 다양성 영화관 등 일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스트리밍)으로 <옥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때 어느 때보다 겸허하고 불편하게 <옥자>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씨네큐브로 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2주 전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면 내리는 홀드백을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때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을 위해 봉준호 감독 영화에 578억 원을 투자해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었는데요. 당시 넷플릭스라는 게 있다고는 들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유료 구독한다는 개념에 낯선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하지만 <옥자> 이후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는 2배 이상 증가했고, 꾸준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인간수업],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연달아 흥행하게 되었습니다.

한 해 두 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어 장악하고야 마는 마케팅과 넷플릭스가 치밀하게 현지화한 한국 콘텐츠와 K컬처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단숨에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어쩌면 코로나가 만들어 낸 최대 수혜국은 우리나라가 아닐까요.

이제 OTT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 입장에서 매력적인 창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코시국을 등에 업고 해외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자, 철저한 한국 배급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루트가 보장되는 것이니까요.

현재는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가 올해 11월 한국 론칭을 하며 수많은 구독자를 끌어냈습니다. 내년 상반기 국내 서비스가 예상되는 ‘HBO 맥스’나 ‘아마존 프라임’ 역시 OTT 생태계 혼란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토종 OTT ‘왓챠’,’ 웨이브’가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CJ ENM이 미국 비아콤(Viacom)CB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큰 이슈입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최고 콘텐츠 제작사가 미국 메이저 종합 미디어 기업과 손잡은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드라마는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과 비아콤CBS의 자회사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영화는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CJ ENM은 비아콤CBS 스트리밍 채널 ‘플루토 티비(Pluto TV0)’안에 K-Content by CJ ENM을 론칭합니다. CJ ENM OTT 티빙에도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을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또한 비아콤CBS은 협력 기념을 통 크게 7편의 티빙 오리지널 제작에도 공통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날고기는 OTT 서비스, 꺾이지 않는 팬데믹! 앞으로 극장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요?

이런 상황은 코로나 이후 자가격리 캠페인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었는데요. 극장은 OTT로 관객을 빼앗겨 분통이 터져도 크게 터졌을 겁니다. 2년 전 연말, 연초, 여름 성수기 개봉을 앞둔 텐트폴 영화들이 줄줄이 기약 없는 개봉 대기를 탔고, 극장은 자구책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여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 ‘무료 쿠폰으로 관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3사 모두 무료 쿠폰, 할인 쿠폰을 특정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CGV는 서프라이즈 쿠폰(무료) 스피드 쿠폰(할인), 롯데시네마는 무비싸다구 쿠폰(할인), 메가박스 빵원 티켓(무료) 빵원 플러스티켓(할인)을 뿌리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서 ‘모든요일 6천원할인쿠폰’을 뿌렸고, 7차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티켓값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영화발전기금은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의 극장부가금 재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관리하에 영화제작, 유통, 해외 진출 등 영화진흥사업 및 다양한 사업에 지원하고 있는데요.

극장 관람객의 90% 이상 감소하면서 영화발전기금 적립도 줄어들었습니다. 2년여의 팬데믹으로 영화업계 피해액은 2019년 2억 3천만 명에 육박했던 국내 관람객이 지난해 반도 안 되는 6천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3%였던 부과율을 0.3%로 낮추었고 극장 영화발전기금 징수기한이 2028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아마도 영진위에서 발행하는 6천원 할인쿠폰은 티켓값에 포함된 3%로 주는 또 다른 소비 쿠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굿즈 없이 돌아가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각종 이벤트입니다. 올해 4월부터 CGV가 먼저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줄줄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1천 원을 인상해 평일 관람료가 13,000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이제 극장에 가려면 코로나 때문만이 아닌 신중한 관람을 해야 할 가격 저항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아우성치는 관객을 위해 각종 굿즈를 뿌려 충성도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영화별 포스터, 핀 버튼, 엽서, 오리지널 티켓 등 수집에 열 올리는 마니아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굿즈는 대부분 영화 수입, 배급사에서 만들어 극장에 제공하고 있어요. 작은 영화일수록 굿즈 제작비까지 별도로 생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실제 좌석 점유율은 높지만 막상 상영관은 텅 비어있는 ‘영혼 보내기’가 판치고 있는데요. 영혼 보내기란 굿즈를 받기 위해 끊은 티켓이란 의미를 말합니다.

요즘은 굿즈와 영화 상영을 한데 묶어 파는 패키지 상영이 많아졌으며, 뮤지컬, 콘서트, 팬미팅 영상 등을 상영하는 회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이 소위 팝콘과 음료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는 것도 사실인데요. 극장에서 비닐장갑까지 주면서 치킨과 맥주까지 팔던 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현재는 음료를 제외한 상영관 음식물 섭취가 불가해지면서 극장은 포장 판매를 적극 권장하고, 취식존을 운영하며, 딜리버리 서비스도 마련하는 등 여전히 음식물 판매에 열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방역 패스 적용’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에만 입장을 허용하고 띄어 앉기가 적용되어 있는 안전한 공간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셋째, 특별 포맷 상영으로 집이 아닌 극장만의 경험 서비스 제공입니다. 가격 저항, 음식물 섭취 제한 등으로 극장 관람을 포기한다고 해도 이것만은 놓칠 수 없는 게 있죠. 언제나 그렇듯 꼭 영화관에서만 봐야 하는 영화가 존재합니다.

최근 IMAX로 개봉한 SF 영화 <듄>이나 마블, DC 등 히어로 장르, 큰 화면에서 생생함을 즐기는 블록버스터 영화, 극강의 사운드를 즐기는 돌비 시네마, 체험형 영화 상영 시스템인 4D나 스크린 X 등 일 텐데요. 핸드폰, TV, 태블릿, PC 등에서 한계가 있는 특수 포맷 영화가 개봉하면 매우 수고롭겠지만 극장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극장에서 상업 영화와 다양성 영화의 스크린 경쟁은 더욱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멀티플렉스 입장에서 따져보면 독립, 다양성, 예술 영화 보다 소위 돈 되는 영화를 틀어 좌석 점유율을 높이고 싶을 겁니다. 더욱 극장에서만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로만 채워지는 독과점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각, 청각, 촉각적 경험이 가능한 테마 영화관으로 점차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질세라 예술영화 전용관도 세분화, 특화되어 발품을 팔아서라도 다양한 영화를 만나고 싶은 관객의 욕구를 채워 줄 것입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안에 보여주어야 할 간결하며, 잊을 수 없는 독립적인 경험과 결말을 전합니다. 반면 편한 공간에서 즐기는 OTT 콘텐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쌓이는 방식이라 무한으로 시즌을 거듭할 수 있습니다. 비인기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회차도 있으며, 혹여 중요한 것을 놓치더라도 계속 말해주니까 집중하기 보단 딴 일을 하면서 보기도 하게 되죠. 어느 콘텐츠를 즐기느냐에 따라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영상 콘텐츠는 70년 동안 TV와 영화관이 싸워왔습니다. 이제는 OTT 서비스까지 끼어들어 과다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요. 어떤 시스템으로 즐기든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겁니다. ‘상상력을 온전히 사로잡는 것’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팬데믹 시대에 극장과 OTT 중 어디 시스템을 선호하시나요? 당신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극장과 틀면 나오는 영상 기계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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