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대가 연상호와 티빙이 손을 잡은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는 한국판 ‘컨저링 유니버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시리즈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tvN을 통해 동양적인 오컬트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방법>을 선보였다. 여기에 시즌1에서 이어지는 극장판인 <방법: 재차의>로 그 세계관의 확장을 보여준 바 있다. <괴이>는 이 ‘연상호 유니버스’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다.
<방법>은 사람을 죽이는 주술인 ‘방법’을 비롯해 다양한 주술적인 요소를 선보이며 빙의와 퇴마로 대표되는 서양 오컬트와 다른 질감을 선보였다. <괴이>의 메인 소재가 귀불이란 점은 이 세계관의 연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소 생소한 소재임에도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익숙하다. 귀불의 눈을 보면 안 된다는 공포공식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 이야기부터 내려져 왔다. 여기에 폭력적으로 변해 공격을 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비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공포와 연관된 핵심 스토리가 부부 그리고 모자의 사랑이란 점은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르물을 만들어내는 연상호의 코드가 잘 반영되어 있다. 고고학자 기훈과 문양 해독가 수진 부부는 딸의 죽음 이후 그 슬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훈은 가정보다 일이 먼저였기에 딸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여기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수진은 남편과 별거해 사건의 발생지인 진양군으로 온다.
수진이 귀불의 눈을 보고 아이와 관련된 지옥이 펼쳐지며 폭력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현상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드라마의 진행을 동시에 가져온다. 이 드라마는 기훈 역시 딸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 이야기가 부부가 겪는 슬픔과 그 역경의 극복을 다루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든다. 경찰 석희와 아들 도경의 갈등과 봉합 서사는 서브플롯으로 중심플롯을 탄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훈이 석희를 통해 진양군에 들어가면서 함께 팀을 이루고 수진과 도경이 함께 고난에 처하면서 파생서사가 중심서사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흐름을 유지한다. 드라마가 부드럽다 하더라도 공포의 효과적인 발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르물은 매력을 잃게 된다. <괴이>는 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 단계별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시작은 현상이다. 진양군수 종수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불을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결계를 풀면서 시작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검은 비와 까마귀 떼는 불길한 징조를 통해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다음은 미스터리다. 가장 먼저 귀불의 눈을 본 택시기사가 폭력을 행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암시한다. 그리고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이 집단으로 등장해 군청에서 학살극이 벌어지며 본격적인 공포가 시작된다. 이때 사람들은 군청 안으로 피신을 하며 <미스트>와 같은 집단광기 심리극이 펼쳐진다.
그 중심에서 악역을 자처하는 캐릭터가 진양군수 종수와 트러블 메이커 용주다. 용주는 검은 비를 맞은 사람들이 좀비처럼 변한 게 확실하다며 사람들의 편을 나눈다. 강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용주에 침묵하는 종수는 다수의 이익이란 표제에 숨어 자신을 챙기는데 급급하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도경의 존재는 종수와 용주 사이에서 대립을 일으키며 극적인 균형을 더하는 영리한 캐릭터 설정을 보여준다.
<괴이>는 한 주에 1~2편씩 공개했던 기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와 달리 전편 공개를 택했다. 6부작에 한 편이 약 30분 정도로 런닝타임이 긴 장편영화 한 편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30분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최근 영상 트렌드를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짧은 영상길이에 원하는 시간에 몰입감 있게 전체를 관람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티빙 공개 예정작인 <전체관람가+:숏버스터>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른다.
흥미로운 점은 ‘컨저링 유니버스’와 같은 호러 세계관이 티빙에서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을 <괴이>가 보여줬다는 점에 있다. 기훈과 수진의 캐릭터는 마치 <컨저링>처럼 한국판 워렌 부부가 될 힘을 지니고 있다. 결말을 통해 본편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구교환과 신현빈, 두 배우의 호흡이 펼쳐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방법>과의 세계관 연결의 가능성도 지닌 만큼 추후 펼쳐질 수 있는 ‘연상호 호러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