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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인터뷰] ‘영화 미혹’ 박효주, 영화 찍다 무서워서 ‘안면마비’까지 왔을 정도..

이번 ‘키노 인터뷰’에서 만난 사람은 영화 <미혹>의 배우 ‘박효주’입니다.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날 선 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미혹>에서는 상처를 안고 있는 엄마로 변신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박효주 배우에 대해 같이 파볼까요?

박효주 배우님, 안녕하세요! 영화 <미혹>으로 서늘한 가을 공포를 전해주시게 되었습니다. 개봉 소감이 어떠세요?

“<미혹>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에요. 생각하시는 것과 조금 다른 장르의 영화일 수 있어요. 인물의 심리상태를 함께 공감하다 보면 미혹되어 같이 집중해서 보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유년 시절 발레를 오래 하시다가 희귀병을 알게 된 후 그만두셨지요. 19살 때 잡지 모델로 데뷔하셨는데요. 이후 배우로 전향해 다양한 작품을 하셨어요. 지금까지 오래 배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정확하게는 2000년 장진 감독님의 단편 프로젝트부터 카메라 앞에 섰어요. 영화 <킬러들의 수다>의 베이스가 되는 작품인데 제목은 <극단적 하루>에요. 정재영 선배의 동생이자 킬러 사무실의 경리를 맡았습니다. 2001년 잡지 모델 일을 하게 되었지만 배우가 꿈이었어요. 계속해서 배우로서 일할 수 있는 건 결국 ‘재미’라고 봅니다. 한 작품 끝나고 다른 작품으로 넘어갈 때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커요.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하고 싶거든요.”

-3년 전에는 에세이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로 발표해 작가로도 활동하셨습니다. 모델, 배우, 작가 중 가장 어려웠던 활동을 꼽자면요?

“큰 카테고리로 보면 예술가는 결국 ‘표현하는 사람’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면 배우, 그림을 그리면 화가, 펜으로 글을 쓰면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에세이는 저를 표현하는 욕구 중 하나였어요. 너무 뻔한 대답 같지만, 그중에서 연기가 가장 재미있어요. 하지만 할수록 어려워요. 배우가 나이를 한해 두 해 먹으면서도 그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축복 받은 직업이죠.

-형사 전문 배우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형사만 벌써 7번째인가요? 이번엔 엄마를 맡으셨어요. 극 중 현우는 아픈 사건을 각성한 이후로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뀌는 터라 소름 돋기까지 했습니다. 쉽지 않았을 현우라는 캐릭터, 어떻게 해석하셨어요?

“현우는 다섯 아이, 실질적으로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만 볼 수 없어요. 목사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이자, 자신보다 희생으로 살아가는 엄마, 그리고 한 여자. 이렇게 세 키워드가 현우를 공감하는데 와닿았던 거 같아요.”

“시나리오에 쓰여 있는 대로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게 유연하게 보이려고 했거든요. 현우가 심리적으로 변하는 부분이 치밀하길 원했죠. 감정을 하나씩 쌓아갈 현우를 위해 텅 빈 상태부터 시작했습니다. 현우는 아이를 잃었잖아요. 저도 잘 모르겠는 현우의 감정은 일단 비워두고, 남편 석호와 아이들이 차곡차곡 빌드업 해주길 바랐죠. 사실 현장에서 시간의 흐름으로 촬영하기 힘든 부분인데, <미혹>은 거의 시간 순서와 비슷하게 촬영했기 때문에 좋았어요.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쌓여가면서 외부(교회, 저수지)로 나아갔고, 현우도 그것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어 갔습니다.”

-시나리오가 무서워서 망설였다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 거 같아요.

“사실 제가 공포영화를 잘 못 봐요. 처음 시나리오가 왔을 때 재미는 있었지만 안 하려고 했어요. 현우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엄두가 안 나서 일단 덮었죠. 그런데 자꾸만 생각나는 거예요. 계속 맴돌았어요. 그래서, 그럼 일단 감독님을 만나보자 생각했죠.

놀랐어요. 예상외인 거예요. <미혹>이 날카롭고 어둡잖아요. 그냥 생각에 이런 글을 쓰신 분은 예상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고 호기심에 이끌렸어요. 감독님 별명이 ‘말광’이거든요? (웃음) ‘맑은 눈의 광인’. 그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분이세요. 순수한 외모와 다르게 글은 광적으로 뽑아내시고.. (웃음)

감독님 영향이 컸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도 미혹 당한 거죠. 우리 영화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인간 밑바닥, 그러니까 악의 심리들이 얽혀 그 지경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결국 협업이잖아요. 소통이 중요한데 감독님하고 말도 잘 통해서 ‘믿고 가도 되겠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겠다’ 확신했습니다.”

알면서 공포와 짓누르는 무게에 현장에서 안면마비가 올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언론시사회에서 이 이야기를 했는데 인터뷰할 때마다 그 질문을 받는 거 같아요. 영화 제목 부제를 ‘안면마비’로 했으면 어땠을까요? (폭소) 현우가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지점을 촬영할 때였는데 과호흡이 온 거 같아요. 더미라는 걸 인지했음에도 집중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얼굴이 약간 일그러진 거 있죠? 놀라서 머리가 핑하는 게 느껴졌어요.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거울 보니 얼굴에 마비가 왔더라고요. 감독님은 제가 장난치는 줄 알았대요. 다행히 따뜻한 곳에서 조금 쉬니까 괜찮아져서 계속 촬영을 이어갔어요.”

-<미혹>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역 배우와 호흡은 어땠을까요?

“아이들과 친해지는 저 만의 틀이 있거든요. 일단 현장에서 그 친구들과 친해져야 편하게 생각하겠다 싶어서 그러려고 했는데, 오히려 다들 프로였어요. 굳이 ‘아역 배우’라기보다 각자 ‘프로 배우’예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특성상 서로 거리감을 주어야 했거든요. 무언의 긴장감과 믿음이 공존했어요. 다만, 미안한 게 저도 예민한 역할이어서 많이 챙겨주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엄마를 갈망해야 하는 부분이라, 친해지면 안 될 것 같았죠. 몰입을 위한 특단의 조치여서 많이 아쉬워요.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죠.”

영화 제목처럼 요즘 박효주 배우가 미혹당한건 뭘까요?

“영화 홍보 일정에 빠져들고 있어요. 홍보 일정은 영화 촬영과는 또 다른 작업이더라고요. 시사회를 하고 관객을 초대하고 GV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라는 작업이 홍보까지구나..’를 느끼고 있답니다.”

-키노라이츠 회원들에게 박효주 배우의 ‘인생영화’를 추천해 주세요!

“음.. 바로는 잘 생각 안 나는데..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요. 이 영화는 몇 번을 봐도 그때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내요. 최근에 또 봤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이완 맥그리거’의 나이 든 장면이 공감 가는 거예요.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할 것 같고 그래요. 마지막에 아버지가 만난 사람들이 줄 서서 박수 치는 장면이 제가 죽을 때 꿈꾸는 장면이기도 해요.”

“아 참, 그리고 또 하나! 최근에 다시 보고 좋았던 영화는 <디 아워스>인데요. 세 여성의 캐릭터가 모두 좋고 빼어나요. 저한테 셋 중 누구를 연기하고 싶냐고 물으면 셋 다요!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 연기광들이에요. 예전에는 ‘니콜 키드먼’에 빙의해서 봤다면, 요새는 ‘메릴 스트립’이 눈에 들어와요. 물론 ‘줄리안 무어’의 연기도 좋지만, 메릴 스트립에 더 끌린답니다.”

영화 <미혹>은 한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 간의 균열이 일어나는 세밀한 심리를 그리고 있는 미스터리 공포영화입니다. 같은 트라우마를 겪어도 각자 다르게 표출되는 압박감과 공포감을 그렸는데요. 소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야기꾼의 면모를 드러낸 김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올가을 서늘하게 파고들어 무언가에 잠식당하는 경험을 <미혹>에서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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