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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인터뷰] 심달기, 이상하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에요!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다. ‘처음’이 주는 부담감과 기대감. 영화 <말아>는 감독, 배우의 시작이 담겨 있는 꽉 찬 영화다. 지난 2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달기 배우는 첫 단독 주연작의 부담감도 있지만 설레고 기대된다는 말을 전했다. 요즘 밤낮이 바뀌어 정신이 없어서인지 <말아> 개봉이 내일이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놀랐다.

워낙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말아>를 촬영할 때만 해도 팬데믹 초기라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달라졌고 엔데믹에 익숙해져 버렸다. 시점도 중요했다. 촬영 당시에 마스크를 어느 때 내려도 되는지 고심했다는 곽민승 감독의 말이 이해되었다. 현재 야외에서 마스크 제한이 없어서인지 영화 속 모습이 더 자연스러웠다.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찍을 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오히려 뿌듯해 보인다.

코로나를 배경으로 하지만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아 오히려 힘이 되는 영화가 <말아>다. 그 주인공이자 MZ 세대 초상을 담고 있는 배우 심달기 배우와 유쾌한 인터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심달기

재난 전문 배우로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아>의 배경은 코로나이고 <더스트 맨>에서는 미세먼지라 할 수 있는데요.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큰 두 재난, 마스크와 공통점이 있는 영화와 함께 하셨습니다. 특히 <더스트맨>모아는 미대생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이유나 작품 설명에 어려움이 많았던 캐릭터였어요. 모아처럼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말아를 처음 본 게 전주였는데요. 그때 처음 든 생각은 빨리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VIP 시사에 많은 분을 초대했어요. 내 영화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감회가 남달랐어요.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와는 달라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그늘지거나 아픈 청춘을 주로 연기하셨죠. 특히 <말아>에서는 대사보다는 미묘한 심리 변화와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리는 어떤 아이이며,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었던 게 있을까요?

주리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에요. 코로나를 핑계로 자취방에서만 지내는 친구예요. 우울해진 이유가 정확히 무엇이다 정해진 건 아닌 상태죠. 무작정 긍정적이고 밝은 캐릭터 말고 약간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아마 학교도 그만두고, 연애도 끝났고 여러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엄청나게 큰 사건을 겪었다기보다, 어쩌면 만연한 우울이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주변인, 혹은 내 이야기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어요.

감독님과 스탭들이 현장에서 편하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네가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봐’ 이런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더욱 주리의 심리가 말 보다 표정으로 많이 표출된 것 같아요. 저는 슬프거나 기쁘다는 명확한 표정보다는 불확실한 감정이지만, 표정으로 알 수 있게 노력했어요. 그 간극을 좁히기가 꽤 어려웠는데요. 내 마음에 들때까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한 번만 더 가보자고 말하는 용기!’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심달기 배우는 말이 느리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뚝심 있고 진중한 말투가 오히려 매력을 발산한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고 생각하면서 말하려고 해요. 내가 한 말이나 상대방의 말이 반복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새로운 말을 찾으면서 말하려고하고 더욱 심사숙고해서 말하려고 하니까 말이 느려진 것 같아요. 실수하는 게 싫거든요.

심달기

2년 전에 찍었지만 현재 심달기 배우와 가장 가까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주리처럼 취업, 연애, 진로 등 요즘 고민이 있다면요.

지금 개봉하게 된 게 너무 좋아요. 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생겼잖아요. 지금 고민은 ‘영어’에요. 영어에 대한 고민을 떨치고 싶어요. 아무래도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알려져 있고, 제가 한국에서 작품을 해도 언제 어떻게 주목받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또 외국 작품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언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외국어 공부, 특히 미국식 영어 공부 고민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6개월 정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보고 싶어요. 곽민승 감독님과 <말아> 찍으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방랑벽이 있는 감독님 덕에 다 같이 미국 가기로 했어요. 올해 안에는 미국을 꼭 가기로 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말아는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됩니다. 김밥을 말다, 무언가를 말아 먹다, 혹은 그만두다. 심달기 배우는 말아 먹었던 경험이 있을까요. (웃음)

아까 말한 최대 고민 ‘영어 공부’를 말아 먹은 거 같지만.. (웃음) 다시 조금씩 시작해 보려고 하고요. 저는 무언가에 흥미가 빨리 식어버리는 편이에요. 뜨거운 냄비 같은 사람같죠. 그런데 연기는 신기하게 오래 할 수 있어요. 연기하면서 계속 다른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을 대면하니까 절대 말아 먹지 않는 거 같아요. (웃음)

연기에 몰두하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심하면 병을 얻기도 하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극중 주리처럼 김밥을 처음 말아 본 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때그때 다른데요. 쉴 때는 주로 집에 있는 편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이 불규칙한 일상이잖아요. 일이 있다가도 없고, 간극이 너무 극단적이라 어떨 때는 그 리듬을 찾는 데만 에너지를 쏟아 버리기도 한답니다. 오히려 과로해서 피곤하면 잠이 잘 안 올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집에서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학교 다닐 때 60인분을 만든 적도 있어요. 카레 같은 거요. 이번에도 김밥을 못 마는 연기가 어려웠지, 실제로는 잘 말거든요. 저의 최애 김밥은 멸치 김밥이에요. 정말 최고예요!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사실 고추장 멸치 김밥은 많은데 짭조름한 간장이랑 물엿 베이스는 잘 없거든요. 영화 속에서도 멸치 김밥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넷플릭스 페르소나’, ‘보건교사 안은영’, ‘소년심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최근 2X9 감독님과 사람냄새 이효리까지. 다양한 콘텐츠에서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데요.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세요.

‘보건교사 안은영’때 재미있었어요. 저보다 더 신인인 친구들도 많았는데 지금도 다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거든요. 이경미 감독님도 워낙 독특하신데 또 뽑은 배우들이 이상한 배우들이 많은 거예요. (웃음) 저에게는 ‘이상한’이란 말이 최고의 칭찬이거든요. 예상할 수 없다는 말 같아서 매우 마음에 듭니다. 2018년 저를 배우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아버지 같은 분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사람냄새 이효리’ 때도 재미있었어요. 이옥섭 구교환 감독님도 스타일 아시잖아요. 일주일 전에 할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고 이틀 정도 촬영했어요. 특별히 제가 준비해야 할 컨셉이 있었어요. 열 받아 있는 느낌, 예쁘면 안 된다고 하셨고요. 연기 스톤은 계속 끼어들어 달라고, 까불어 달라고 하셨어요. (웃음)

현장에서 잦은 변수를 그냥 즐기시더라고요. 어쩌다가 나온 행동이나 애드립이 트리거가 되기도 하고, 모티브가 되면서 레이어드 되고 생성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두 감독님이 현장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도 쓰시고, 편집까지 하시는데 놀랐습니다.

영화 ‘사람냄새 이효리’

심달기 배우만의 사람냄새나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저는 언제나 사람냄새 나는 사람 같은데요. (폭소) 가식적인 행동을 안 하려고 해요. 오히려 너무 사람 냄새나서 지독할 것 같아요. 사람냄새가 진동하는 사람이요. 그래서, 반대되는 사람이 좋아요. 저를 고장 나 버리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보고 있는 게 즐거워요.

항상 캐릭터마다 본인만의 색을 뿜어낼 수 있는 비법도 알려주세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요. 진짜처럼 보이지 않는 게 힘들어요. 작품을 보면서도 ‘저건 드라마, 영화야..’라는 생각이 들 때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만약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면 그 나이에 쓸법한 말투나 행동을 많이 연구해요. 배우로서 누군가를 관찰하는 습관이 있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 취재하거나 배우거나 그랬는데 요즘은 워낙 SNS가 잘 되어 있잖아요. 연령에 맞는 친구들의 계정을 재미있게 봐요. 그 친구들의 일상을 파고들다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팔로우하기도 한답니다. (웃음)

심달기 배우는 이제 상처받는 역할을 졸업하고 싶다며, 주리처럼 그늘진 면이 있지만 대체로 밝고 경쾌한 모습을 맡고 싶어 했습니다.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은희와 비슷할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은희만큼 대범하지 않았어요. 학창 시절에 단편 영화를 만들었던 건 과제 같은 거였고요. 뭔가를 하지 않으면 근질근질하거나 활동적인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연극에도 관심이 생겼고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되었죠. 부모님은 제 연기를 항상 리스펙 해주시고, 전문적이고 냉철한 피드백도 많이 주세요. 신인임에도 자신감 넘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커요. 큰 힘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열심히 수다 떨다보니 예정된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키노라이츠 회원분들에게 추천해 줄 심달기 배우만의 인생 영화가 있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했습니다.

오! 잠시만요. 하나만 꼽으라면 어려운데 여러 개 답해도 되죠? 일단, <12 몽키즈>, <파이트 클럽>, <아모레스 페로스>를 좋아해요.

요즘 본 것 중에 유럽 영화들이 많네요. <토니 애드만>, <팬텀 스레드>, <로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레이디 맥베스>, <경계선> 등이 있고요. <로우> 정말 제 취향이었는데, 언젠가 이런 역할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고전 중에 <다이얼 M을 돌려라>도 좋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좋아해요. 단편 중에는 <연애다큐>도 생각나네요. 제가 출연 영화 중에서 꼽으라면 당연히 <말아>고요! (웃음) 그 다음에는 <사람냄새 이효리>가 좋았습니다.

영화 ‘말아’

<말아>는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청춘과 김밥, 자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꽉 찬 김밥처럼 알차게 넣어 만든 영화입니다. 김밥을 말아본 적도 식당 운영을 해본 적도 없는 주리는 모든 것에 처음인 우리의 어떤 부분과 닮았있죠. 첫직장, 첫사랑, 신장개업 등 처음이라 서툴지만 열정 가득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그동안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 거칠거나 우울한, 상처 입은 캐릭터가 유독 많았던 심달기는 풋풋한 청춘을 연기하며 해방감을 맞은 듯했는데요. 본래 나이와 가장 가까워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사랑스러우면서도 통통 튀는 주리는 심달기 자체처럼 보였습니다.

조금 뒤처져도 조바심 내지 않고 완주하려는 의지, 한 박자 쉬는 듯한 숨 고르기 템포가 영화 <말아> 속에서 명랑하게 움직입니다. 그림으로 따지면 여백의 미와 김밥의 장점만을 모아 만든 영화! 음식 중에서도 맛있고 휴대도 간편해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맛까지 갖춘 김밥은 최고의 영양제로 손색없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마치 백신 맞은 효과처럼 든든해지는 것 같아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에 답답함을 조금은 위로받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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