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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쇼미더고스트’ 배우 김현목, “마흔이 되어서 청년 역할에 위화감 없는 배우가 되고파”

친구 같은, 어쩌면 동생 같은 유쾌함과 풋풋함을 가진 배우 김현목을 9월 3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실제 부동산이나 경제 분야 책을 즐겨 읽고 인문과학서에 푹 빠져있다는 김현목 배우는 지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걷어 내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진솔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에서 얼굴을 알린 김현목 배우는 시나브로 대중 곁으로 찾아왔다. 누구의 친구, 누구의 아들, 누구의 동생 등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 아마 어디에서 본 듯한 친근함이 든다면 맞을 것이다. 해맑은 소년미를 간직한 김현목 배우와 오는 9일 개봉 예정인 <쇼미더고스트> 속 캐릭터 호두와 연기 철학을 묻고 답했다.

올해 김현목 배우는 겹경사를 맞았다. 주인공을 맡은 영화 <캐논볼>, <쇼미더고스트> 두 편을 연달아 개봉하게 되었다. 같은 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배우상도 받았다. 2015년 뮤지컬 [꽃신]으로 데뷔해 소년병사 하시모토를 시작으로 쉼 없이 다작한 수확일 것이다. 한승연 배우와 <쇼미더고스트>에 출연하며 주인공 예지의 20년 지기 남사친 ‘호두’를 연기했다. 호두는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했다.

“호두라는 인물 자체가 영화에서 중심 서사를 이끌어가는 예지와는 정반대 캐릭터다. 감독님의 디렉션도 있었고, 작품 성격상 대비되는 성격으로 묘사했다. 집이 귀신 들린 것을 후각으로 찾아내고, 퇴마하는 혁혁한 공을 세우는 캐릭터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과 거리가 먼, 감각적이고 직감적인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감독님이 세 인물 이름에 성격을 부여했다고 들었다. 예지는 예리하고 지적인 인물, 호두는 호구에서 따왔고, 기두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웃음) 실제 성격은 오히려 예지와 가까운 편이다. 의심이 많고 직접 확인해 봐야만 하는 성격이다.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

영화에서처럼 부동산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귀신까지 들린 집이라면 어떨까. 요즘 N포세대는 서울에 번듯한 내 집은커녕 전세, 월세 얻기도 쉽지 않다. 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내 월급만 오르지 않는 월급 불변의 법칙만 같다. 어쩌다 보니, 너무 마음에 드는 드림 하우스를 발견했다. 그럼, 호두처럼 덥석 계약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싶다.

“만약 호두에게 말할 수 있다면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호두야! 월세긴 하지만, 보증보험을 들어라. 특약같이 작은 한 줄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가 있으니 꼼꼼하게 계약서를 살펴봐라”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귀신을 대면해보지 않아서 귀신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 것 같다. 우리 집에 귀신과 동고동락해야 하는 공포보다 집 밖의 물가, N포세대의 현실이 더욱 두려울 테니까.”

TV나 스크린에서 자주 만나는 배우가 되었다. 91년생 답지 않게 아직도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신입사원 역할에 위화감이 없다. 큰 복이기도 하고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갓 서른이라 아직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마흔이 되면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지 물었다.

“제가 올해로 서른한 살이지만 스스로 생각해 봐도 귀엽다.(웃음)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다. 촬영 중인 OCN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사건의 목격자이자 대학생이다. 또한 한 퀴어 독립 영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남사친이자 고등학생 역할이다.

SBS 드라마 [홍천기]에서 액정서 소속 중금(임금을 시종하며 전갈하는 일을 하는 15세 이하의 동자(童子)로 구성됨) ‘만수’로 출연 중이다. 나이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지만 무려 열다섯이다. 과연 열다섯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앞섰다. 생각 끝에 중2병의 느낌을 살려 피부나 여드름이 드러나게 외모라도 관리해야지 싶었다. 씻는 것을 소홀히 하는 등 사소한 준비를 해봤다. 서른한 살에 15살을 맡았으니까 마흔이면 24살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도 대학생이나 복학생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현재 개봉 예정인 <쇼미더고스트>의 호두가 1순위겠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애착이 가는 캐릭터나 영화가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 ‘인생 영화’가 듣고 싶었다.

“매체 연기를 권유받아 시작하고 처음 <베스트컷>이란 14분짜리 단편을 만났다. 갓 전역한 군인 역할이기도 했고, 재석이란 인물을 통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하나 더 꼽자면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다. 이를 통해 많은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특히 애정이 간다.”

이어 “인생 영화라면 거창하겠지만 크게 두 영화가 생각난다. 매즈 미켈슨 주연의 <더 헌트>는 이야기 속의 상황 전개 자체가 촘촘하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의 연관된 사람들의 속마음도 자세히 들춘다. 치사하거나 옹졸하거나. 이 영화의 끈적한 기운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다. 한 인물 입장에서 끌어가지 않았다는 점, 옳고 그름을 굳이 풀이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라며 인생 영화를 꼽았다.

열린 결말, 해석이 천차만별인 영화, 시간이 지나도 계속 곱씹게 되는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영화들을 통해 한쪽의 의견만 전달하는 시선을 지양하고, 오랜 고정관념을 전복해 보고, 요리조리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며 영화를 소개했다.

한 가지 질문을 추가했다. 독립영화계의 스타였다가 상업영화로 입문하며 변화는 사례가 종종 있다. 본인의 훗날은 어떨지, 혹은 할리우드 진출도 꿈꾸는지 물어봤다.

“개인적으로 그 장르가 취해야 하는 목표점과 합의는 팀원이 맞춰야 한다는 게 우선순위다. 영화란 협업 예술이다. 나 혼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팀의 공통된 의견을 따르는 게 우선이다. 독립적인 성향 보다. 하나의 포맷 내에서 통일성을 가지고 있으면 완성도가 높아질 거라고 본다. 할리우드 진출은 영어가 안 된다. 물론 기회는 열어두고 있다. 영어에 서투른 아시아인 유학생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웃음)”

김현목 배우의 취미 중 하나가 ‘독서’라고 들었다. 한 인터뷰에서 부동산 관련 책을 대기 시간에 읽는다는 글을 보고 흥미로웠다. 다들 SNS 확인이나 게임, 쪽잠을 청하지 않나. 호두처럼 호구 되지 않기 위해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건지, 지금 읽고 있거나 추천해 줄 책이 있냐고 물어봤다.

“최근 황정은 작가의 소설 《연년세세》와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읽는 중이다. 평소 진화 생태학에 관심이 많고, 내면과 본성을 공부하는 게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넌지시 ‘부동산’ 관심도 포기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꾸준히 기회 될 때마다 시도하고 있고 언젠가 활동이 뜸해지면 부동산 부자가 된 줄 알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키노라이츠 유저들에게 김현목이란 배우를 잊지 않게 소개해 달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안녕, 나는 호구(X), 호두야!” 호구가 되어버린 호두를 기억해 달라는 간곡한 호소이면서도 눈 깜박하면 코 베어 가는 세상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말로 들리는 웃픈 말이었다.

한편,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돈으로 드림 하우스에 입성한 예지(한승연)와 호두(김현목)가 완벽한 줄 알았던 집에 귀신이 들자, 어쩔 수 없이 꽃도령 기두(홍승범)와 셀프 퇴마에 나서며 벌어지는 웃기면서도 오싹한 이야기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무려 장편 배우상 수상, 장편 배급지원상, 장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으로 상을 휩쓸었던 영화다. 개봉은 오는 9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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