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모 기자] 2021년 방영한 ‘모범택시’는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소재로 인해 19세 이상 시청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 최고 1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 몰이에 성공했다. 후속편이 예고되었던 만큼 큰 기대를 모았던 ‘모범택시2’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내려간 등급과 전작 ‘법쩐’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좋은 흐름 속에 공개되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상시키는 이제훈의 모습과 베트남 로케이션으로 기대감을 모은 1화는 12.1%의 시청률로 성공적인 안착을 보여줬다.
‘모범택시2’는 무지개운수 모범택시 팀에는 새로운 매력을, 에피소드에는 전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식했다. 먼저 고유의 장점은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 구성이다. 시즌1 집필을 맡았지만 연출과 견해 차이로 중도하차 했던 오상호 작가는 다시 집필을 맡아 처음부터 강한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n번방 사건’을 오프닝 소재로 택한 것이다. 가해자들의 모습 역시 실제 사건과 흡사하게 표현하며 ‘분노’라는 키워드를 강하게 가져온다.
다음으로 발현되는 건 ‘복수’ 키워드다. 극의 핵심인 캐릭터 김도기는 이제훈이란 배우가 지닌 다양한 매력을 담아낸다. 기본적으로는 액션이다. 슬림한 체형에 탄탄한 말근육의 소유자인 이제훈은 시즌1에서 높은 퀄리티의 액션을 선보였다.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암흑 속 POV 액션 장면과 1대 다수의 액션 장면, 원테이크 액션 장면 등을 통해 쾌감과 긴장감을 자아냈다.
여기에 더해진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위장 연기다. 김도기는 기본적으로 여느 복수를 소재로 한 작품의 주인공처럼 내면의 고통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말수가 적고 까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캐릭터를 비장하거나 쿨톤으로 담아내는 기존 작품들과 같은 궤를 보이는 거 같지만 복수를 위해 위장해 들어갈 때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열정맨이 되는가 하면 능글맞은 사회력 만렙 고수로 변신하기도 한다.
시즌1 학교폭력 에피소드 때는 일진 학생들에게 겁먹은 듯한 교생으로 변신해 차분하게 상대의 분노를 올리는 코믹한 캐릭터로 분하기도 했다. 시즌2에서도 이런 매력은 이어진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n번방 가해자들의 구독자인 척 위장해 이들의 탈옥을 도운 뒤 복수를 실행한다. 죄수복을 입은 걸걸한 목소리의 쾌남으로 변신해 또 다른 옆얼굴을 선보인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코타야 살인사건이다. 국제마피아파 소속의 조직폭력배 김형진이 태국에서 불법 도박업체를 운영하며 취업사기를 통해 감금, 강요, 폭행, 살인 등을 저지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웹하드 음란물 유통사건과 직원폭행 사건, 유영철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 실화를 모티브로 높은 수준의 고증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모범택시’ 시리즈의 저력이 기대되는 도입부다.
에피소드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베트남 로케이션을 택하며 새 시즌에 어울리는 규모의 확장과 신선함도 함께 표현한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시즌2는 모범택시 팀의 재창단 과정을 통해 이들의 변화를 담아낸다. 새로운 삶을 살던 이들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정의에 대한 갈증으로 뭉치는 과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전과 달리 경제적으로 빈곤해진 무지개운수의 모습으로 은근 짠한 포인트로 코믹 포인트도 더했다.
관건은 역시나 중심 에피소드의 완성도다. ‘모범택시’가 웰메이드 시리즈로 불릴 수 있었던 건 도기와 성철의 중심 에피소드가 탄탄한 뼈대를 이루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살집을 잘 불려주며 재미를 주었다. 시즌1이 외부의 시각으로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검사 하나와 범죄집단인 백성미 일당의 캐릭터가 긴장감을 더해준 거처럼, 시즌2에서도 이런 선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범택시’ 팀을 노리는 의문의 추격자 세력이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기대 포인트는 시즌1과의 연계다. 1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림복자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며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다수의 빌런을 등장시킨 ‘모범택시’인 만큼 이들 캐릭터가 다시 등장해 대립을 극대화 시키는 구성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택시와 이제훈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폼을 선보일 수 있음을 입증한 ‘모범택시2’가 앞으로 어떤 에피소드로 매주 금토를 책임질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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