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두 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MCU와 DCU로 대표되는 히어로물이다. 코믹스의 거대한 세계관을 실사화 하며 마니아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번째는 히트 시리즈의 리부트 또는 속편이다. <터미네이터>와 <쥬라기 월드>, <스타워즈>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장 속에서 <앰뷸런스>의 등장은 반갑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90~200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장을 주름잡았던 마이클 베이의 5년 만에 극장 컴백작이다. <나쁜 녀석들>, <더록>, <아마겟돈>, <트랜스포머> 등 블록버스터의 귀재로 불렸던 마이클 베이는 2007년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이후 넷플릭스에서 <6 언더그라운드>를 선보였다. 아이맥스 플랫폼 영화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하면서 폭발력이 넘치는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앰뷸런스>는 마이클 베이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LA 도심을 배경으로 멈출 수 없는 구급차(앰뷸런스)의 추격액션을 다룬다. 동명의 2005년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이 점점 확장되어 가는 과정으로 흥미를 보여준다. 아프간 참전용사 윌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형 대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대니는 윌을 이 일에 끌어들인다.
허나 계획이 흐트러지면서 대니와 윌은 구급차를 탈취해 도주를 벌인다. 이 구급차에는 윌이 쏜 경찰과 구급대원 캠이 함께 타고 있다. 대니와 윌은 추격을 피하면서 구급차 내에서 수술과 수혈을 진행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수술비를 가지고 돌아가야만 하는 윌, 동생을 지켜야만 하는 대니, 환자를 치료해야만 하는 캠까지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가 멈출 수 없는 이유를 통해 질주에 가속을 더한다.
마이클 베이는 블록버스터를 위한 영상미를 뽑아내는데 특화된 감독이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피사체의 공간감과 조명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그의 연출력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마이클 베이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카 체이스 연출을 시작으로 헬기액션과 대규모 총격전, 폭발장면까지 넣으며 LA 도로 전체를 배경으로 초대형 추격전을 연출한다. 스토리는 거들 뿐 액션에 중점을 둔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이 잘 나타난다.
여기에 CG에 의존한 히어로물과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사실주의 감독인 마이클 베이는 특수효과에 있어 CG 대신 실제 자동차나 물품을 파괴해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카 체이스 과정에서의 충돌이나 폭발을 사실주의로 표현해내면서 박진감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카메라 화면을 흔들리게 표현해 실제 구급차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현장감을 준다.
카 체이스를 통한 추격전은 만족감을 주지만 구급차 내부의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긴다. 이 서스펜스의 핵심은 캠이다. 캠은 윌이 쏜 경찰을 살려야 함과 동시에 윌의 마음을 흔들어 대니와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FBI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유발해내는 역할을 맡았다. 문제는 액션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서스펜스가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스펜스 역시 현란하게 흔들리는 화면을 통해 담아내려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 강하다. 절반이 외부에서 발생하는 카 체이스의 액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구급차 내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인데 이 질감이 약하다. 다만 이 단점이 보완될 수 있을 만큼 빠른 전개 속에 대규모 액션을 채워 넣는다. 눌러 담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짜릿한 체험을 선사하는 마이클 베이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앰뷸런스>는 히어로물과 리부트 또는 속편이 주를 이루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영화다.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는 히어로물이 주는 부담과 향수가 없으면 선택이 쉽지 않은 리부트다. 세련된 카 체이스와 화끈한 폭발, 스타일리시한 전개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