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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망] 재회를 위한, 작별이라는 미리 보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어모았던 감독 셀린 시아마가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왔다. 셀린 시아마는 화폭에 그려낸 듯 정교하게 디자인된 미장센과 끌어 오르는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해 내며 예술적인 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평소 정체성과 두 여성 간의 사랑 등, 퀴어 시네마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감독이기도 하다.

<쁘띠 마망>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카메라는 영화의 시작부터 고집스럽게 8살 소녀 넬리(조세핀 산스)의 시선을 따라간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가 어릴 적 살던 시골집에 내려온 넬리가 동갑내기 친구 ‘마리옹(가브리엘 산스)’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낯선 장소, 머물게 될 새로운 집에 처음 와서 혼자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8살 아이의 입장을 감독은 마치 어제 겪은 일인 듯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묘사해낸다. 마리옹과의 첫 만남, 어른들과의 소통 과정에서도 넬리의 시선으로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 드러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명 ‘성장 3부작’으로 알려진 <톰보이>, <걸후드>, 그리고 <워터 릴리스>를 통해 각각 다른 연령대와 환경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정체화하고 또래의 타인과 맺는 관계를 보여준 적이 있다. 앞선 세 작품과 마찬가지로 <쁘띠 마망>에는 마치 어릴 적 숨겨둔 보석함처럼, 한참을 잊고 있다가도 마주하는 순간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이나 놀이 등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주인공 넬리가 숲에서 주워 와 모아두는 돌멩이들이나 벽장에서 발견하는 쿠키 상자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 걸맞게,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감정들이 영화 전반에 녹아 있다.

<쁘띠 마망>에는 판타지적인 반전 요소가 등장한다. 그러나 감독이 주목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명제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이 하게 되는 교감과,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비일상적인 일이 벌어진 것 자체에 호들갑을 떨며 참신함을 어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8살의 입장에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기에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넬리와 마리옹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퀴어 시네마로 주목을 받고 있던 참이라 자연스레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쁘띠 마망>에는 퀴어 요소가 등장하지 않으며, 유년기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감독이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본래 뛰어나던 영역인 여성 간의 로맨스를 다루지 않았다고 해서 셀린 시아마의 색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는 여전히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풍부한 기억과 경험을 녹여낸 이야기보따리를 앞으로도 마음껏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쁘띠 마망>은 감독이 가진 고유의 감성과 무구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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