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모 기자] 상업영화의 소재로 치면 <데시벨>은 최상급이다. 데시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타이머가 반으로 줄어드는 폭탄이 도심에 설치된 테러가 현재, 잠수함 액션이 과거를 책임진다. 여기에 김래원, 이종석, 차은우, 이민기 등 화제성을 모을 수 있는 남자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그럼에도 일정 데시벨 이상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잠수함 사고로 영웅이 된 부함장이 폭탄테러 설계자가 된 동료에 의해 테러를 막고자 분투하는 내용을 다룬다. 설계자가 왜 영웅인 부함장에게 연락을 했는지, 왜 데시벨과 관련된 폭탄을 설치했는지가 미스터리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미스터리가 스토리의 핵심으로, 테러와 잠수함이 액션의 중추를 잡아야 했던 구조는 그 리듬감에서 오차를 보인다. 스피디한 전개에도 미스터리의 전사가 무겁다 보니 리듬감이 효과적으로 형성되지 못한다. 이는 연출의 무게감에서 비롯된다. 데시벨 폭탄은 진실과 연관되어 있다.
설계자는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자 분투한다. 데시벨 폭탄은 이 심리를 보여준다. 진실이란 건 대중의 힘을 받지 못하면 묻히게 된다. 다수의 목소리가 뭉치지 못하면 권력은 잘못을 감추고 진실을 숨긴다. 데시벨 폭탄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외침이다. 이 외침은 상당한 무게를 지닌다.
이 무게가 연출에서 나타나다 보니 스릴감 있는 전개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초반 세팅의 문제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세팅을 무겁게 하다 보니 전개의 속도만 빠를 뿐 상업영화의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잠수함과 관련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자 했던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 욕심은 <비상선언>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행기에서 펼쳐지는 재난영화인 줄 알았던 이 영화는 극 후반부에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넣기 위해 관객의 예상을 빗나가는 선택을 택했다. 상업영화에서 이런 선택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신선함을 줄 수 있지만 관객의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상선언>은 후자에 가까웠고 때문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데시벨>은 폭탄 테러와 잠수함 액션의 절묘한 조합 대신에 잠수함 액션에 진실을 담고 폭탄테러로 이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이 진실의 무게감에 관객이 함몰되는 구조를 가져왔다.
황인호 감독의 신선한 장르적인 시도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신선함 대신 실망감을 안겨줄 가능성을 지닌다. 그 예가 전작인 <몬스터>다. 이 작품에서 ‘살인마 vs 미친년’의 광기 넘치는 대결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른 방향에 부정적인 반응을 더 크게 보인 바 있다.
<데시벨>에서도 이런 기분이 느껴진다. 메시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 액션에 무게가 과하다. 무게가 과하다 보니 리듬감이 망가진다. 정상훈이 연기한 기자 캐릭터를 통해 액션에 웃음을 주면서 결말부에 감동까지 핵심으로 가져가려는 욕심을 부린다.
장르적인 만족을 채운 욕심은 영화에 플러스로 작용하지만 아니라면 기본이 지닌 무게를 감당하는 데에도 힘겨움을 겪는다. 좋은 소재와 특출 난 배우들, 흥미를 끌만 한 소재를 모두 갖추고도 만족스런 데시벨까지 높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