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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영화계의 새 지평 열었다는 [영웅] 원작과의 차이점은?

영화 ‘영웅’ 스틸컷 / CJ ENM

[김준모 기자] 한국영화계에서 스페이스 오페라와 함께 불모지로 여겨지는 장르가 뮤지컬이다. 2006년 <구미호 가족>과 <삼거리극장> 이후 뮤지컬 장르는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 <인생은 아름다워>가 등장하며 오랜만에 뮤지컬 장르를 시도한 영화계는 연말 그 정점을 맞이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웅>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이 작품은 큰 인기를 끌은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영화 최초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택하며 뮤지컬 장르의 묘미를 극대화 하고자 하는 시도를 선보였다. 각색의 측면에 있어서도 대중적인 상업영화로 재탄생 할 수 있는 방향성을 택했다.

뮤지컬 <영웅>은 그 웅장함과 하얼빈 의거 장면의 하이라이트로 호평을 자아냈다. 다만 극적인 측면에서 단점도 부각되었다. 먼저 일본의 시각을 참조했다는 점이다. 뮤지컬의 극은 안중근과 더불어 이토 히로부미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이토의 카리스마와 가창력이 돋보이는 극이 끝난 뒤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고민한다고 한다.

영화 ‘영웅’ 스틸컷 / CJ ENM

영화는 이토 히로부미의 분량을 줄이고 안중근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한다. 안중근의 비장한 결의를 강조하며 하얼빈 의거를 통한 극적인 감동에 주력한다. 내적인 고민과 감정의 분출은 노래에 맡기고 스토리는 코믹과 의거활동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게 아닌 일직선으로 안중근의 목표만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변화는 설희와 링링의 캐릭터에서도 볼 수 있다. 설희는 원작에서 관객들에게 평이 가장 나쁜 캐릭터다. 명성황후의 시해를 지켜본 궁녀로 창작 캐릭터인 설희는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이야기의 다른 축을 형성한다. 설희가 평이 나쁜 이유는 명성황후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이토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설희는 철저하게 조력자의 역할에 머무른다. 이토를 죽이기 위한 뚜렷한 목적을 지니며 이를 달성하고자 분투한다. 안중근이 결의와 비장함을 보여준다면 설희는 한국적인 정서인 한을 가장 잘 분출할 수 있는 성격을 부여한다. 영화만의 오리지널 씬넘버를 넣으며 설희만의 역할을 강화한다.

영화 ‘영웅’ 스틸컷 / CJ ENM

링링은 캐릭터 이름을 마진주로 변경하고 안중근을 짝사랑 한다는 설정이 빠졌다. 유동하와 로맨스 라인을 형성하며 풋풋한 사랑을 나눈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하기 보다는 안중근에 중점을 둔 전개로 곁가지를 최소화 한다.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코믹이다. 윤제균 감독과 JK필름이 선보이는 영화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JK필름은 그 작품성에 있어 비판을 받지만 대중적인 상업영화를 잘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명절이나 휴가 시즌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한다. 올해도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추석 시즌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영웅> 역시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 한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설희, 링링이 주축을 이루었던 뮤지컬과 달리 안중근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설희의 설정 중 비판을 받았던 요소를 최대한 제거했고, 이토 히로부미의 분량을 축소했다. 링링은 캐릭터를 바꿔 감초의 역할을 극대화했다. 상업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영화 ‘영웅’ 스틸컷 / CJ ENM

유머에 있어서는 불발이 강하다. 2019년 제작된 작품이란 점에서 당시 예능대세로 떠오른 배정남이 핵심적인 감초 역할을 맡았다. 다만 <미스터 주>와 <오케이 마담>에서 확인했듯 웃음의 유효타가 약하다. 조재윤, 박진주, 이현우 등의 배우들이 가세했지만 코믹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감동에 있어서는 뮤지컬의 웅장함과 오리지널 씬넘버의 울림을 극대화 시키고자 한다. 뮤지컬의 주인공 정성화를 기용한 점부터 이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티켓파워가 강한 배우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 테지만, 원작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를 기용해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그간 우리나라가 뮤지컬 영화 불모지가 맞았나 싶을 만큼 뮤지컬 장면에서 높은 퀄리티를 선보이며 장르적인 만족도를 최상으로 이끌어 낸다. 어떻게든 눈물샘을 자극하는 클라이맥스는 신파의 측면이 강하지만 이 역시 JK필름이 지닌 고유의 무기다. 다수가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격화에 신파보다 확실한 열쇠는 없다.

2022년 연말, <아바타: 물의 길>의 엄청난 열풍 속 유일하게 맞짱(?)을 뜰 수 있는 한국영화가 있다면 <영웅>일 것이다. 히트 뮤지컬 원작에 이 인기를 견인한 정성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높은 대중적인 관심 속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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