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t Viewed

Categories

[빌리 홀리데이] 미국이 무너뜨리려 했던 여성의 삶과 음악

위대한 예술가의 삶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재즈의 대명사,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전설적인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삶을 그린 영화 <빌리 홀리데이>가 11월 극장을 찾아온다.

빌리 홀리데이는 1915년에 태어난 흑인 여성 가수로, 엘라 피츠제랄드, 사라 본과 함께 재즈계의 3대 디바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슬럼가의 창녀촌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갖은 학대를 당해왔기에 마약과 우울감에 평생을 쫓겨야 했다. 어린 나이에 뉴욕의 재즈 클럽에서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어 가던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Strange Fruit(이상한 열매)’라는 곡을 부르게 되고, 이 노래는 빌리 홀리데이를 스타로 만들어준다. 스타가 된 그녀를 칭하는 ‘레이디 데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전설적인 가수의 전기 영화인 만큼, 빌리 홀리데이가 그녀의 시그니처인 치자 꽃 장식을 머리에 달고 노래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어서 한 백인 기자가 빌리 홀리데이를 인터뷰하며 던지는 질문을 통해 과거 회상으로 접어들며 젊은 시절의 행적을 밟아나간다. 영화의 주제,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의 삶을 관통하는 노래 ‘Strange Fruit(이상한 열매)’에 대한 소개 역시 가장 초반에 등장하며 이 노래가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은 흑인의 모습을 빗대어 노래한 인종에 관한 곡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상기시켜준다. 실제로 빌리 홀리데이는 흑인이 억압받고 이유 없이 학대당하던 시대에 ‘Strange Fruit(이상한 열매)’을 노래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미국 정부는 흑인의 인권에 관한 곡인 ‘Strange Fruit(이상한 열매)’을 노래하는 빌리 홀리데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그녀를 체포하고자 했다. 영화에서도 자세히 묘사되는 것처럼, 정부는 마약이라는 명분으로 빌리 홀리데이를 수차례 끌어내린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한 명의 흑인 여성 가수를 두고 이토록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시대의 빌리 홀리데이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한 명의 가수를 넘어 흑인들의 소울을 대표하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인종을 대표할 만큼, 호소력 짙은 음색과 태도로 평생을 노래하는 빌리 홀리데이를 연기한 배우 역시 주목해 볼 만하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안드라 데이(Andra Day)’는 2015년에 데뷔한 가수이다. 독특한 음색으로 단기간에 R&B 세계를 휘어잡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녀의 성공 가도는 빌리 홀리데이와 일정 부분 겹쳐 보이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빌리 홀리데이의 열렬한 팬이라고 알려진 안드라 데이는, 오로지 이 캐릭터를 위해 술과 담배를 시작하고, 빌리 홀리데이의 삶에 관해 자세히 공부하는 등의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애정을 가지고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안드라 데이의 빌리 홀리데이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피부로 와닿는 생생한 삶의 모습과 날것의 감정들을 스크린 앞에서 펼쳐 보이는 모습은, 이 영화가 그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빌리 홀리데이의 실제 음색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그녀의 음악을 커버해낸 안드라 데이는 특히 라이브 공연 장면에서 빛났다.

영화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한 하리의 ‘비명을 쫓아서: 마약과의 전쟁의 첫날과 마지막 날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는데, 결코 순탄치 않았던 빌리 홀리데이의 삶을 두 시간에 압축해 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절한 곳에 배치된 라이브 공연 장면과 안드라 데이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마치 눈앞에 빌리 홀리데이를 데려다 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영화에는 실제 빌리 홀리데이의 영상이 새로 찍은 영화의 장면과 교차되어 편집된 부분도 있었으며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빈티지한 필터를 입힌 영상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연출 덕분에 관객들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더욱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노래하며 사는 동안 평생을 국가와 맞서야 했던 빌리 홀리데이의 전기 영화, 원제는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미국 대 빌리 홀리데이)’이다. <빌리 홀리데이>는 오는 11월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https://twitter.com/FilmFantasia

    Leave Your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