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tvN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올해의 드라마라 불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은 작품입니다. <싸인>, <유령>을 통해 국내 드라마계에 장르물을 정착시킨 김은희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드라마는 2018년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되어 후지TV에서 방영이 되었다. <극장판 시그널>은 이 리메이크 드라마의 극장판으로 드라마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판 <시그널>은 방영 전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 원작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었던 바 있다. 이런 우려를 고려한 듯 작품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시그널>이 국내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만큼 일본판은 다른 에피소드를 선보이지 않겠느냐는 예측과 달리 사건도 똑같이 반영하며 원작에 충실한 구성을 택한 바 있다. 이번 극장판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형사 오오야마와 연결된 사에구사는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반장 사쿠라이와 함께 힘을 합쳐 과거를 바꾼 사에구사는 오오야마의 죽음을 막으며 2010년, 경찰학교 입학식에서 그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허나 오오야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여긴 그가 실종된 것이다. 그 후 무전은 끊기게 된다. 2011년, 정부 고관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에구사는 해당 사건이 이전에 발생했던 정부 고관의 죽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최초 목격자가 오오야마라는 걸 알게 된다. 운명처럼 다시 무전기가 시간과 시간을 연결하며 사에구사는 오오야마와 연락을 취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해당 사건이 과거 벌어졌던 니시 신주쿠 테러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펼친다. 과거의 현재의 수사 공조가 다시 시작되며 추리극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포인트라면 극장판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이라 할 수 있다. 진범은 사에구사가 범인으로 오해를 받게 설계를 하고, 경찰에 추적을 받는 그를 죽이기 위해 하수인을 푼다. 도망자가 된 사에구사는 총격을 피하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등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그 절정은 극 후반부다. 범죄집단을 상대로 홀로 맞서 싸우는 사에구사의 액션은 주연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의 진가를 선보인다.
피지컬이 좋은 배우인 사카구치 켄타로는 처절함이 느껴지는 액션을 힘 있게 소화해낸다. 잘못된 과거로부터 현재를 바꾸는 건 힘든 일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피칠갑 액션을 택한다. 처절함뿐만 아니라 강한 의지가 힘으로 느껴져야 하는 액션을 분투의 느낌으로 소화해낸다. 로맨스 장르를 통해 매력을 선보여 온 사카구치 켄타로는 액션이라는 의외의 면모를 통해 배우로의 성장을 보여준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추리의 매력을 선사한다는 점 역시 포인트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의 비극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며 일본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다소 흥미가 떨어질 요소를 지니고 있었던 드라마에 비해 플러스 요소라 할 수 있다. 다만 드라마에 비해 플롯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공조의 묘미다.
<시그널>의 매력 포인트는 무전기를 소재로 구성한 사건이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며 과거의 변화가 미래에 반영된 순간의 쾌감을 조명한다. 이 작품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극장판의 묘미를 위해 액션에 주력한다. 사에구사의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오오야마의 활용도는 떨어진다. 이 지점은 극적인 완성도와 연결이 된다. 과거에 대한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니 미래와 연결되는 지점이 선명하지 않다.
때문에 극적 완성도의 허술함과 결말부에 쾌감이 반감되는 아쉬움을 가져온다. 액션을 가미한 팬서비스와 오리지널 스토리의 시도는 인상적이나 <시그널> 고유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나 설교조로 교훈을 주고자 하는 점이 연하다는 점은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시그널>에 대한 좋은 추억을 지닌 분들이라면 이 작품의 매력이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