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9월 11일 저녁,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는 특히 봉준호 감독이 심사 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최고 영예 상인 ‘황금사자상’을 직접 시상하는 등의 활약을 펼쳤다.
이번 연도 경쟁부문의 명칭은 ‘베네치아78’로, 매년 회차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만의 관습에 따랐다. 주목할 만한 신예부터 믿고 보는 거장까지,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경쟁부문 수상 목록을 정리해봤다.
황금사자상
프랑스 출신의 여성 감독 오드리 디완이 연출한 <해프닝 (L’événement)>이 경쟁부문 최고 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낸 이 작품은 낙태가 불법이던 60년대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앤’이라는 20대 여성의 낙태 경험을 다룬다. 아니 에르노의 고백록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감독은 분노와 열망이라는 감정을 주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이 되어 경험이 아닌 체험을 할 것을 강조했다.
오드리 디완 감독의 수상은 작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Nomadland)>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이라는 점에서 베니스 영화제의 역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지난 7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도 프랑스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가 <티탄 (Titane)>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과 맞물려 프랑스 영화에 대한 주목도 또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황금종려상과 황금사자상을 같은 해에 여성 감독이 수상한 경우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은사자상
제인 캠피온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한편, 제인 캠피온 감독이 <파워 오브 더 독 (The Power of the Dog)>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토마스 새비지가 1967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몬태나 지역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하며 올 하반기 극장 상영 및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거장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의 손 (È stata la mano di Dio)>에게 돌아갔다. 80년대 나폴리, 한 소년의 이야기로 가족과 사랑, 상실을 다룬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가장 자전적인 필름이라고 알려졌고,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를 통해 올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우 주연상 / 남우 주연상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여우 주연상과 남우 주연상은 ‘볼피컵’으로 영화제 창립자의 이름을 딴 상이다. 올해 베네치아78의 볼피컵은 각각 페넬로페 크루즈와 존 아실라에게 돌아갔다.
페넬로페 크루즈 존 아실라
페넬로페 크루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패러렐 마더스 (Madres paralelas)>에서 성공적인 사진작가 ‘재니스’를 연기한다.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는 ‘재니스’는 병원에서 또 다른 싱글맘 ‘아나’를 만나 유대감을 형성한다. <패러렐 마더스>는 12월 북미 개봉 예정이다.
존 아실라는 2013년 개봉했던 에릭 마티 감독의 <온 더 잡 (On the Job)>의 속편인 <온 더 잡2 (On the Job 2: The Missing 8)>에서 지역 신문의 부패한 리포터 역할을 수행한다. 존 아실라는 수상소감으로 “우리는 모두 다른 문화권에서 왔지만,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각본상
매기 질렌할 감독 올리비아 콜먼, 매기 질렌할, 다코타 존슨
매기 질렌할이 감독 데뷔작 <더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를 통해 각본상을 수상했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해당 작가는 HBO 시리즈 ‘나의 눈부신 친구’의 원작 작가로도 유명하다. 작품이 상영되었을 때 4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하며, 매기 질렌할은 ‘관객들의 사랑에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라스트 도터>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올리비아 콜먼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 제시 버클리와 다코타 존슨이 출연한다. 올 하반기 극장 상영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심사위원 특별상 / 신인상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 필리포 스코티
심사위원 특별상은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의 <일 부코 (Il buco)>에게 주어졌다. 1961년 이탈리아 남부, 700미터가 넘는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는 젊은 탐험가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신인상, 일명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은 앞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의 손>에서 주인공 소년 ‘파비에토 시사’를 연기한 필리포 스코티에게 돌아갔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제약이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성료 된 영화의 축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이 영화라는 언어를 통해 교감했음이 느껴진다. 위에서 소개한 경쟁부문 상영작들 외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발굴되어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