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은 불운이 거듭되어도 늘 긍정적인 소녀 ‘샘 그린필드’가 우연히 말하는 고양이 ‘밥’을 따라 운의 왕국으로 모험을 떠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애플TV+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스카이 댄스가 제작했다.
한국어 더빙에는 <겨울왕국> 안나 역을 한 박지윤 성우의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이해하고 즐기는데 탁월하다. 그린과 퍼플의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시각적 즐거움도 수준급이다. 마돈나의 ‘Lucky Star’와 흥겨운 댄스 타임을 갖는 운의 왕국 토끼나 키 작은 레프리콘, 고양이 밥의 귀여움은 한도 초과다. 8월 5일 전 세계 공개되었다.
프로 불운러, 샘의 인생극장
샘(에바 노블자다)은 독립할 나이가 되어 보육원을 퇴소해야만 한다. 혼자 살아갈 걱정보다 동생처럼 아껴주며 가족같이 지낸 친구 헤이즐이 홀로 남아 그게 더 걱정이다. 이를 알리 없는 헤이즐은 해맑은 얼굴로 행운 마스코트를 모았다며 자랑하기 바쁘다. 헤이즐은 유니콘, 인사하는 고양이 등을 자랑하다 행운의 동전만 모으면 된다며 신나 있다. 운이 통한다면 헤이즐은 원하는 부모를 만나 새로운 가정에 입양 갈 수 있게 된다.
한편, 지지리도 운 없는 샘은 오늘도 고군분투다. 머피의 법칙은 모두 샘에게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람은 늘 울리지 않아 허겁지겁 나갈 준비에 바쁘다. 잼 바른 쪽 식빵이 떨어지는 것부터, 자전거 바퀴 바람이 빠져 있지 않나. 아침부터 연이어 터지는 사건사고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도착한 직장에서도 손대자마자 뭐든 엉망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되는 일이 정말로 하나도 없다.
하지만 샘은 ‘왜 나에게 이런 일만 가득할까’라며 화내거나 우울해하지 않는다. 불운은 항상 따라다녔기에 오히려 다른 방법을 터득해 버렸다. 그냥 포기하거나, 즐기는 데 익숙하다. 운이 나쁠 것을 대비해 하나 더 준비해 가면 그만인 셈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에 마련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밥을 먹으려다가 어딜 가도 만석,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아까 산 파니니를 한 입 베어 먹으려는 순간, 검은 고양이(사이먼 페그)가 다가오는 걸 느끼게 된다. 인정 많은 샘은 고양이 몫을 조금 떼어주며, 험난했던 오늘을 푸념하고 있었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고양이의 행방은 묘연했고, 대신 행운의 동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샘은 곧바로 시험해 봤다. 행운의 동전을 지니고 있으면 없던 운도 곧바로 생겼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졌던 과거를 단박에 보상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빨리 동전을 헤이즐에게 주려고 흥분했던 게 실수였을까. 화장실 변기에 동전이 빠지면서 모든 일은 허사가 되어버리고, 동전을 하나 더 얻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 운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과연 불운만 터지던 샘에게 동전을 얻는 행운의 날이 오기는 할까?
불운과 행운은 손바닥 뒤집기
영화는 서양에서 생각하는 불운의 상징을 재해석해 흥미롭다. 검은 고양이가 불행을 몰고 온다는 미신이 있지만 <럭>에서는 샘을 도와주며 우정을 나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용의 이미지도 다르다. ‘행운의 땅’ 수장으로 앉혀 매력을 더했다. 대신 ‘불운의 땅’에는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배치했다. 유니콘은 다소 괴짜다운 면이 있고 용은 호기롭고 친절하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 ‘오늘 재수 없는 날이네’, ‘재수 옴 붙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불운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재앙이기도 하다. 때문에 네잎클로버, 부적, 행운 마스코트 등으로 기운을 상쇄하려는 시도는 동서양을 막론한 공통점이다. 나쁜 일만 가득한 샘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떠나 타인에게까지 전염될까 염려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불행은 나를 타고 타인에게 퍼진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샘은 박복한 아이지만 항상 긍정의 기운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점이 이타심과 배려심이 넘치는 샘을 응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손바닥 뒤집기처럼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다. 당장 안 좋아 보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좋은 일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게 이득일 때도 있다.
무엇보다 <럭>은 <인사이드 아웃>과의 접점도 있어 흥미롭다. 세상에 행운만 가득하다면 행복해질까 싶다. 불운이 있어야 행운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시각화하고, 부정적인 면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행운은 갑자기 생기는 마법이 아니다. 그저 각자가 만들어 나가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윤활유일 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평생 운이 없다고 포기하기보다 스스로 찾아 나가보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