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영화를 아끼는 ‘키노라이터’들에게 이번 주, 화제의 영화는 뭘까요? 가벼운 감상부터 깊은 비평까지 다양한 글들이 키노라이츠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비평가 못지않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해준 키노라이터들의 글을 볼 수 있는 시간, 키노라이츠‘s Pick! 이번 주는 ‘사바하’ 후기 모음을 준비했습니다!
악귀와 주술 등이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는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장르였습니다. 2015년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을 통해 대중 영화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죠.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훤칠한 이미지, 그리고 신예 박소담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그 계보를 잇는 영화 <사바하>가 개봉했습니다. 같은 장르를 다루되, 더 넓어진 무대와 대중적인 서사로 돌아왔죠. 전체적으로 <검은 사제들>보다 영화의 스케일이 커지고, 주제 의식도 더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키노라이터들은 <사바하>를 어떻게 관람했을까요?
글의 맞춤법을 일부 손봤으며, 방대한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일부 생략한 부분도 있습니다.
리뷰의 전문은 키노라이터의 아이디에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오컬트 영화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오컬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괴이한 형상의 사람이나 미스터리, 그리고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이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팝콘을 사갈 생각이 있다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팝콘을 쏟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상당히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 DaDaSi 님의 “조금은 당당해도 괜찮을 영화” 중(초록, 4.5점) |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재구성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불교의 ‘사천지왕’과 성경, 한국의 토속신앙 등 방대한 종교 자료 중 필요한 것을 골라내서 섬세하게 재구성했다. 이 구성은 쉽게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다. 특히 불교적 재앙의 원인을 기독교적 이야기에서 찾는 대목은 무릎을 칠 정도로 기발하다. 자칫 “억지로 엮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이는 대단히 현실을 반영한 전개다. ‘사바하’는 불경과 성경이 만나서 현재에서 뛰어노는 이야기다. – 수위아저씨 님의 리뷰 중(초록, 3점) |
이 영화는 장르적인 연출에도 충실하지만, 작가주의 경향도 크다. 오히려 후반의 전개는 상업적인 성공을 노린 영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노골적인 퇴마 의식이나 등장인물의 갈등 대결 구조, 호러의 요소보다는 예언과 타락, 인간의 사악함과 신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마침내 기독교의 신화에 불교적인 색채가 뒤얽히면서 ‘차가운’ 정서를 내뿜는다. 종교 영화 색채를 보이지만 기독교 영화도 아니며 불교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그 자체가 커다란 질문이다. – 그림소리 님의 “한국이라 가능한,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동방의 종교 오컬트 영화” 중(초록, 4점) |
전작에 이어 ‘오컬트’라는 장르를 한국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호평이 많았습니다. 특히, <사바하>는 종교적인 미스터리에 사건을 추적해가는 스릴러 장르를 더해 몰입감을 높였죠. 영화가 다룬 종교에 관련된 정보도 세밀하게 묘사되었는데요. 불교의 사천왕을 중심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구성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동서의 종교적 가치관이 섞이는 후반부의 설정은 장재현 감독의 성실한 자료 조사 및 뛰어난 이야기 구성 능력이 합쳐진 이 영화의 결정체였죠.
<사바하>는 신과 종교에 대한 물음을 끝없이 던집니다. 흔들리는 신앙과 함께,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다루는 데도 성공했죠. 전작이 퇴마 의식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인간의 욕구, 심리를 표현하려고 했는데요. ‘집착’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타락과 파국은 ‘불교’의 교리와도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장르가 주제와 잘 닿아있는 영화였죠.
이런 호평과 달리, 예리한 비판을 남긴 키노라이터들도 있었는데요.
공포스런 분위기는 잘 지어낸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작과는 다르게 점점 주인공이 조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신흥 사이비 종교가 저지르는 일들의 명분이 무엇인지가 흐려지면서 결말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히 했다면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그나마 기억할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무비스토리맨 님의 리뷰 중(빨강, 2점) |
사실 초반까지는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 로고가 나오기 전까지라고 해야 될까, 중반부 전까지라고 해야 될까. ‘이 영화는 대박이다!’라고 확신이 드는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 확신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건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색시주뇨비 님의 “확신이 드는 순간 길을 잃었다” 중(빨강, 2.5점) |
감독은 절대적 악을 주장하는 오리게네스의 주장을 반박하며, ‘욕망’에 대한 갈애(원하는 마음) 즉, 집제 (集諦, Samudaya Satya)를 악으로 규정짓는 등 불교적 입장을 끌어온다, 이는 선과 악의 공존을 전제로 한 불교적 종교관과 선과 악을 결핍 혹은, 대립으로 보는 기독교적 입장을 용합 시키려는 시도다. 꽤 흥미롭지만, 개신교리에 짜 맞춘 느낌도 든다. 어쨌든 이런 신학적인 물음은 미스터리 스릴러/오컬트 공포를 보러 왔던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한다. 무엇보다 종교적 논제와 신학적 설명 자체에 관심 없는 관객들에게는 그저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일 뿐이다. – 영혼아이TERU 님의 “염불보다 잿밥” 중(빨강, 2.5점) |
이야기 초반의 미스터리한 사건과 이에 얽힌 종교적 공포는 <곡성>이 떠올릴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묵직한 분위기가 중반부 이후 풀린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종교적 요소와 교리가 설명되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종교적 이야기와 얽히게 되는 중반부부터 영화가 방황한다는 인상을 받은 키노라이터들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는 흥미롭지 않은 영화일 수 있었죠. 한편, <검은 사제들> 같은 정통 오컬트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장르적 색채가 약해진 것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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