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이 소식에 깜짝 놀란 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전 세계 구독자 2억 명을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가격을 인상했는데요.
그 인상폭이 상당합니다.
기존 14500원이었던 프리미엄 요금을 17000원으로 올리며 17.2%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인상된 가격은 신규 가입자부터 바로 적용되며 기존 이용자들도 구독료 청구일 이후 새로운 요금제로 바뀌게 될 예정입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구독 가격을 인상한 이유와 이에 따른 국내 OTT 시장의 변동 가능성, 이 소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구독료 인상, 망 사용료? 콘텐츠 투자비용?
“이번 방문은 한 명이 승자가 되는 <오징어 게임>이 목적이 아닙니다. 한국 산업 생태계와 넷플릭스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미디어 오픈토크에서 한국 방문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당시 가필드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속 게임 참가자들처럼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그가 이 자리에서 강조한 건 ‘깐부 정신’인데요, 깐부는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인 오일남의 명대사로 내꺼 네꺼가 없이 모든 걸 공유하는 단짝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그가 깐부를 언급한 이유는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망사용료와 관련된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망사용료는 말 그대로 망을 사용하는 이용료를 말합니다. 망사용료 또는 망이용료라고 불립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는 KT, KT, LG 각 통신사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만큼의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 망사용료의 가격은 생각보다 엄청난데요,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 이 망사용료만 1000억대를 낸다고 합니다.
문제는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는 이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이 망사용료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는데요, 지난 6월 1심 판결을 보면 넷플릭스의 통신 망 사용을 유상 서비스 행위라고 인정했습니다.
외국에 서버를 둔 넷플릭스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수요량이 늘어난 것이 큰 이유입니다.
거액의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업체보다 외국업체의 양사용량이 더 많아지니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이에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약 1조원의 비용을 투입해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 기술을 활용하면 전체 트래픽의 최소 95%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LG유플러스에서는 이 오픈커넥트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의 1심에서 패한 뒤 넷플릭스가 항소한 이유도 오픈커넥트 사용을 SK브로드밴드가 받아들이지 않고 금전적인 보상만 요구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문제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망사용료 지급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언급을 할 만큼 문제가 커지자 국내에서는 넷플릭스가 요금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추후 부과될 수 있는 망사용료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여기에 가필드 부사장은 망사용료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지 5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가격인상이 없었으며 늘 이에 대해 검토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구독자 입장에서는 망사용료로 짊어지게 될 부담을 전가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구독료 인상과 망사용료는 별개의 문제라 선을 그으며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가격 인상임을 언급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질적으로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투자하기 위한 인상이라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등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K-콘텐츠와 넷플릭스 플랫폼의 윈-윈(win-win)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이런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력이 필요한데요, 이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위해 구독료 인상을 택했다는 겁니다.
이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의 추가적 보상안 논의와 연결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제작사가 전체 수익의 10%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제작사와 추가적인 보상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 언급한 바 있죠.
이는 넷플릭스가 히트 콘텐츠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을 주는 대신 국내 콘텐츠 생산 투자에도 합당한 수준의 금액을 얻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만 47% 넷플릭스, 디즈니-애플에 영향 받나
넷플릭스는 세계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OTT 시장을 활성화 시킨 건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킨 것 역시 넷플릭스입니다.
극장과 TV위주의 엔터사업을 OTT로 전환시키며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OTT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넷플릭스일 만큼 국내에서도 그 위력이 상당합니다. 2021년 9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OTT 국내 시장 점유율을 보면 넷플릭스가 47%에 달합니다.
작년 대비 5%가 증가한 수치인데요, 이 5%란 숫자는 반대로 국내 OTT 점유율이 줄어들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2위인 웨이브가 2% 감소한 19%, 티빙이 2% 증가한 14%, 시즌(seezn)이 2% 하락한 8%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국내 OTT 중에서는 넷플릭스와 견줄 만한 체급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때문에 국내 OTT는 국내시장에서의 확장성보다는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티빙은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웨이브 역시 북미 시장 진출을 기획 중인 단계에 있습니다.
국내 OTT가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OTT 파이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11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해외OTT 시장의 한국진출이 활성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국내상륙은 OTT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과 MCU 작품,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질적으로 높은 가족콘텐츠가 많다는 점을 이점으로 내세운 디즈니플러스는 월 이용요금 역시 9900원에 넷플릭스 프리미엄(17000원)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디즈니플러스의 국내상륙에 맞춰 요금을 인상한 넷플릭스의 선택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디즈니플러스와 한국에서의 경쟁이 본격화 된 시점에서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선택의 이유는 세계 시장에서의 반응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10일, 디즈니가 발표한 실적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4분기 회계연도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신규 가입자는 210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직전 분기 1260만 명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총 구독자 수 1억 1810명으로 분석가들이 전망한 1억 2530만 명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2분기 100만 명이었던 가입자가 3분기 440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며 세계 시장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애플TV 플러스의 경우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14억 개의 애플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한 시장의 확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격 역시 국내에서 월 6500원으로 저렴하며 최대 6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합니다.
허나 주력 콘텐츠에서 넷플릭스가 2500여 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 디즈니가 1만 6000회차의 자체 콘텐츠를 지니고 있는 반면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70여개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글로벌 구독자 수 역시 넷플릭스가 2억 1000만 명 이상, 디즈니가 1억 16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반면 애플TV 플러스는 북미 시장에서는 2000만 명 미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OTT 시장에서 5년 동안 기반을 닦아두었다는 점, 최근 <오징어 게임>과 <마이 네임>의 연달은 흥행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업계 두 곳이 함께 한국시장에 진출한 상황 속에서 가격인상이란 큰 카드를 던진 게 아닌가 합니다.
네티즌들의 일관된 반응, ‘이럴 줄 알았다’
넷플릭스의 가격인상 소식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합니다. 망사용료 문제 때문에 줄기차게 제기되었던 구독료 인상이 드디어 실현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다수입니다.
여기에 국내 구독료를 올리기 앞서 미국과 일본에서 구독료를 올렸다는 점도 일종의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탠다트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를 각각 1달러, 2달러씩 인상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프리미엄이 18달러(한화 약 2만 1천 원), 일본 1980엔(한화 약 2만 원)으로 국내 가격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의 상승이 예상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가격인상으로 인해 넷플릭스 요금제와 관련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불만은 요금제에 따라 달라지는 해상도입니다.
넷플릭스는 동시접속 가능 인원이 1인인 베이직 요금제는 올리지 않았지만 해당 요금에서 제공되는 해상도는 480p에 불과합니다.
12000원에서 1500원이 올라 13500원이 된 스탠다드의 경우 2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며 1080p까지 지원이 됩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추세 속에 유튜브 보다 낮은 화질을 제공한다는 점, 이 때문에 프리미엄 요금제를 계정 공유로 가입해야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불만은 지난 3월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 더 높아진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족구성원이 아닌 경우 서비스 공유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차단하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라고 전했는데요, 이에 대해 구독자들은 더 비싼 요금제를 이용 중인데 가족구성원 외에는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구독료 인상과 이런 불만들이 합쳐져 넷플릭스의 구독자 감소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5월 아이에이웍스는 넷플릭스의 4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991만 명으로 전월 대비 61만 명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21년 1분기 국내 신규가입자는 398만 명으로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 활동이 많아질 때라 OTT 신규 가입자가 가장 많은 시기입니다.
당시 넷플릭스의 부진 이유로는 대작 콘텐츠의 부족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도 넷플릭스를 부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전 세계 구독자는 2억 명을 돌파했지만, 북미 내에서의 OTT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31.2%에서 4분기에 22%로 감소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 감소에 영향을 끼친 건 HBO맥스였습니다. HBO맥스가 신작영화를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개봉하기로 결정하면서 넷플릭스가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은 겁니다.
넷플릭스는 구독료 인상과 관련해 카탈로그의 양적, 질적 수준의 향상을 언급했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구독자 분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편 공개되는 킬러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볼 게 없다.
이번 가격 인상이 한 달이 아닌 적어도 한 주에 하나쯤은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