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3 – 좀비랜드: 더블 탭
라이터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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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신인이었던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들었고, 10대 소녀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활약 중이다. <좀비랜드>와 <좀비랜드: 더블 탭>(이하 <더블 탭>)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그 사이 좀비 장르에도 변화가 있었다. <더블 탭>의 시작부터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가 ‘그동안 수많은 좀비 영화가 있었다’고 내레이션을 하듯, 좀비물은 이제 마니아들만의 하위 장르가 아니다. 대형 상업 영화로 다수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부산행>을 기점으로 인기 장르로 우뚝 섰다. 이런 좀비 포화 시장에서 <더블 탭>은 왜 돌아왔을까.
Green – 여전한 B급 감성, 캐릭터 개성, 데드풀 각본가의 힘
Red – 안전한 영화가 된 ‘좀비랜드’
<좀비랜드>는 좀비의 등장으로 망가지고 폐허가 된 세계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던 네 남녀의 이야기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잃지 않았던 유머, 그리고 사람 사는 건 좀비가 있으나 없으나 다 비슷하다는 걸 유쾌하게 보여준 영화다. 특히, 폐허가 된 도시와 음침한 좀비의 이미지를 담았음도 밝고 경쾌했던 톤을 유지했다. 덕분에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른 감성을 가진 코믹하고 귀여운 작품이다.
<더블 탭>은 기존의 B급 감성을 유지한 채 이야기와 스펙터클의 확장을 시도한다. 좀비의 피와 살점이 튀는 잔혹한 장면을 더 익살스럽게 묘사했고, 그들을 처리하는 모습은 더 화끈하고 코믹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하는 무대는 몇 배로 넓어져 볼거리도 많다. 살아남은 이들이 재난이라는 상황을 엽기적으로 가지고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1편의 B급 분위기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콜럼버스를 중심으로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엠마 스톤(위치타),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은 좀비가 점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고, 한층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좀비의 종류도 세분화 되었는데, 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노는 여유도 생겼다. <더블 탭>에서도 이들의 취향과 개성은 뚜렷했고, 대사도 여전히 재치 있다. <데드풀>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폴 워닉’과 ‘렛 리즈’의 재능은 좀비랜드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더블 탭>이 더 상업적이고 안정적인 전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독특함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개연성을 무시한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래 개연성이 중요한 시리즈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전편에서 느낀 독특함과 신선함이 사라졌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할리우드의 영화로 편입된 ‘좀비랜드’. 즐길 거리가 늘었지만, 10년 전 좋아했던 청량함과 설렘을 누군가 훔쳐갔다.
키노라이츠 예상: 초록불
함께 보면 좋을 영화 <기묘한 가족>
올해 개봉한 <기묘한 가족>은 한국에도 다양한 좀비 영화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잘생기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좀비 ‘쫑비’로 돈을 벌려는 가족의 이야기엔 풍자와 해학이 있었다. <기묘한 가족>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좀비를 우스꽝스럽고, 귀엽게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준다. 재난 영화의 하위 장르에서 활동하던 좀비를 코믹한 소동극에 등장시키며, 색다른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키노라이츠 지수는 46.1%로 노란불을 기록했지만, 새로운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넓혔다. <좀비랜드: 더블 탭>의 B급 좀비 감성에 반했다면, 함께 보면 좋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