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을 잊지 못해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 한밤중 ‘자니’를 찾아본 적이 있다. 답장이 오지 않는 메신저에 보낸 메시지로 벽을 세워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걸 매일 밤 반복해본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가장 보통의 연애>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영화다.
영화엔 지질의 역사를 쓰는 재훈(김래원)과 이제는 연애의 역사를 거부하는 선영(공효진)이 있고, 둘은 신경전을 벌이며 로맨스와 코미디 사이를 줄타기한다. 두 사람은 실연의 상처가 있다. 그 고통을 각자의 방법으로 버티려 하지만 결국엔 술로 해답을 찾고, 종종 술로 흑역사를 만든다. 그렇게 그들은 기이한 역사를 써 내려가는 보통의 어른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가 내세운 건 한 번쯤 겪어봤을, 혹은 한 번쯤 목격했을 연애담이다. 직접 겪은 이별은 너무도 아프고 특별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남들이 다 겪어본 보통의 연애와 이별이었다고 말한다. 내게는 특별했고, 그래서 몸부림쳤던 가엾은 순간이 타인에게는 수많은 진상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런 잔혹한 영화다
동시에 타인의 연애를 소비하는 인물과 집단도 조명한다. 실연한 자들은 한 세계가 무너질 만큼 아파서 몸부림치지만, 누군가는 이를 자양분 삼아 흥미로운 가십의 세계를 건설한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것마저도 일반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보통의 집단에서 만든 보통의 소문이 가진 힘을 돌아보게 한다.
흉흉한 소문 속에서 재훈과 선영은 결점투성이다. 헤어진 남자는 헤어질 만한 이유가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헤어진 여자는 문제를 만든 문란한 여자였다. 누군가의 소문으로 소비될 때, 이별한 인물들은 연애를 못 할 만큼 부족한, 혹은 부도덕한 인물로 소비된다. 정작 이별은 많은 이들이 겪는 보통의 일임에도 말이다. 영화가 코믹하고 과장되게 표현한 몇몇 에피소드는 그런 식으로 보통의 잔인함을 되새기게 한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연애의 온도> 이후 모처럼 만난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멜로 영화다. 멜로 드라마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공효진과 김래원의 연기도 영화 속 대사처럼 ‘딱 좋은데’, 익숙한 이미지가 반복되는 점이 아쉬울 수도 있다. 결국, 대중에게 익숙했던 보통의 이미지로 완성한 보통의 영화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보통’인 영화지만, <가장 보통의 연애>는 현실이 환기되는 지점에서 익숙함과 서늘함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 혹은, 그게 보통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