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군 야산에서 불상이 발견된다. 진양 군수는 별 볼 일 없는 동네를 외지인의 발길로 북적이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에 차 있었다. 불상은 진양 군청에 전시하고자 한다. ‘소원을 이뤄주는 불상’이라는 홍보문구도 빼놓지 않는다. 이제 우리도 랜드마크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얼마 후 전시 오픈을 앞두고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생긴다. 해골 모양의 우박이 떨어지고 검은 비가 종일 내렸다. 까마귀가 몰려와 마치 경고하듯 주변을 맴돈다. 이에 따라 농작물 피해를 보자 사람들이 우르르 군청으로 몰려왔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해결책은커녕 기다려 보란 말로 무마하기 바쁘다. 그러던 중 많은 사람이 모인 폐쇄된 공간에서 눈이 먼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타인을 해치는 일이 발생한다. 이유도 모른 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군청은 살아남은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초토화된다.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건드린 걸까.
작품 간 편차 심한 연니버스
연상호 감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멀티플레이어다. 애니메이션 제작, 각본, 연출 등 다방면 능수능란하다. 그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묶어 ‘연니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애니메이션 연출자가 실사영화로 상업영화로 데뷔하는 이례적인 사례의 주인공이다. 천만 영화의 감독이지만 요즘은 OTT 드라마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주로 했던 애니메이션과 달리 <부산행> 성공 이후 좀비, 오컬트, 판타지를 접목한 대중성 있는 드라마에 주력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 티빙 오리지널 [괴이]다. 전작인 [방법]의 성공 이후 두 번째다. [방법]에서 등장했던 귀신들린 불상 ‘귀불이’의 확장이라 하겠다. 불교를 배경으로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악귀, 남다름 배우를 공통으로 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 <제8일의 밤>이 떠오른다. <제8일의 밤>의 빈약한 드라마성을 [괴이]가 충족해준점은 좋았으나, 5회 정도로 짧게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따른다.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달아 생기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2화까지는 텐션이 살아 있어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좀비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만 나열한다. 무엇보다 스토리와 캐릭터 붕괴가 점차 진행된다.
스토리는 단조롭고 캐릭터는 무미건조하다. 불상의 눈을 본 자는 자기 마음의 지옥도를 보게 될 것이며 환청과 환시에 현혹되는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다. 악귀가 교묘하게 인간에 내면을 파고들어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스틸컷
귀불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오컬트적 분위기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괴이라는 제목처럼 말이다. 귀불은 그저 동기유발일 뿐,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오해와 이를 극복하는 데에 몰두하는데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급기야 인물 간 사연이 구구절절 반복돼서 피로하기까지 하다.
서로 대립하거나 짝을 이루는 케미나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각자 겉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소비하는 평면적 캐릭터뿐만 아니라 매력도 부족해 누구 하나 응원하거나 이입할 수가 없었다.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곽동연, 박호산, 남다름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뭉쳐도 커버하지 못한다.
결국, 30분 내외의 6부작으로 동시 공개된 [괴이]는 짧은 시리즈라는 것 말고는 큰 이슈가 없다. 고고학자였던 부부가 아이를 잃고 죄책감과 책임감에 좌절했지만 아이를 통해 이겨낸다는 휴먼 드라마적 색채가 짙다. 오컬트,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기대했는데 찢어진 가족이 봉합하는 가족 드라마였다.
<컨저링>의 퇴마 부부 못지않은 부부로 성장하는 게 이번 시즌의 주요 사건 같다. 시즌 2를 예고하는 마무리지만 굳이 기대되지는 않는다. 시간은 없는데 시리즈는 보고 싶다면 가볍게 볼 팝콘 드라마로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