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전 세계 ‘해리 포터’ 시리즈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았다. ‘해리 포터’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이 작품은 원작자 J.K.롤링이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를 5편부터 감독한 데이빗 예이츠가 연출을 맡았다. 마법이 판타지의 중심이었던 ‘해리 포터’에서 서브로 여겨졌던 신비한 동물들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색다른 세계관을 창조해냈다.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전작의 혹평으로 오히려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혹평을 받았지만 3편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배치했다. 퀴니가 그린델왈드와 한패가 되는 설정은 개연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크레덴스 역시 그린델왈드에 붙은 건 물론 덤블도어 가문의 일원이었다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며 그와 대립할 것이란 암시로 결말을 내렸다.
총 5부작으로 이뤄진 이 시리즈에서 2편은 3편으로 가는 가교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전편의 혹평을 만회함과 동시에 진가를 보여줘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었다. 그린델왈드 역의 조니 뎁이 사생활 문제로 하차 후 매즈 미켈슨이 캐스팅 되며 호재와 함께 화제성도 모은 바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위저딩 월드’를 더욱 확장시킬 적임자임을 보여줄 것이라 여겼던 이 작품은 의외의 전개를 선보인다.
신비한 동물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 어드벤처를 선보일 것이라 여겼던 이 작품은 정치 드라마의 반전을 쓴다. 그린델왈드가 모든 죄를 사면 받고 출마를 하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막기 위해 덤블도어는 뉴트에게 임무를 준다. 뉴트는 이 임무를 소화해내기 위해 팀을 모은다. 자신의 형 테세우스를 비롯해 제이콥, 유서프 카마, 번티, 율랄리 힉스가 멤버로 선발된다. 이 지점에서 당황스런 부분은 티나의 실종이다.
뉴트와 함께 핵심적인 주인공인 티나는 미국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설명만 등장하고 극 후반부에만 짧게 모습을 드러낸다. 대신 율랄리 힉스와 번티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시리즈란 점을 생각했을 때 캐릭터의 분량 변화는 변주를 통한 재미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언급하는 건 티나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 역시 당황할 만큼 예기치 못한 분량조절이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된 크레덴스는 덤블도어에게 압도적으로 밀린 한 번의 대결장면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처연한 모습을 강조되다 보니 극적인 활약이 전무하다. 퀴니 역시 그린델왈드의 편에 붙으며 제이콥과 애절한 로맨스만 강조될 뿐 역할의 변화로 인한 활약이 나타나지 않는다. 2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의 변화가 3편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기대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설정을 했다면 재미를 주어야 할 측면은 제목이 암시한 핵심인 덤블도어의 비밀과 그린델왈드의 활약이 되어야만 했다. 문제는 덤블도어의 비밀은 큰 흥미를 주지 못하며 그린델왈드의 음모는 정치드라마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정치드라마를 하이라이트로 가져가다 보니 클라이맥스가 주는 쾌감이 반감되며 미적지근하게 끝을 낸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3부작으로 이뤄졌나 싶을 만큼 수상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이번 3편을 끝으로 J.K.롤링은 하차를 하고 다음 작가를 위해 편안하게 시리즈 전개를 맡기려는 듯 이야기를 확장시키지 않고 2편에서 던진 떡밥들을 미지근하게 전개하다 회수한다. 4편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건 물론 2편이 혹평을 받으면서 3편에 남겼던 기대감 역시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마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어드벤처의 요소는 살려내면서 장르적인 매력을 유지한다.
특히 뉴트가 테세우스를 구하기 위해 비밀감옥을 향하는 장면은 귀엽고 신나며 화끈하다. 시리즈의 특징인 신비한 동물을 활용하며 ‘신비한 동물사전’만이 지닌 매력을 강조한다. 여기에 그린델왈드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팀 뉴트 전원이 펼치는 작전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쾌감을 자아내는 쾌속엔진을 장착하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엑셀을 밟으며 마니아들을 위한 풍경을 보여준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이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통해 정말 위기를 맞이했다는 생각이다. 4편이 제작되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만큼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신비한 동물들’을 내세웠음에도 이 동물들의 활약이 강하게 부각되는 스토리 구조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1편이 확립한 캐릭터와 세계관이 확장과 발현을 이뤄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