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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차라리 금자씨로 빙의했다면 어땠을까

라이터를 켜라 #6 – 나를 찾아줘

라이터를 켜라?
이 영화 봐도 좋을까? 평점 서비스 키노라이츠의 데이터와 관람객의 관람평, 그리고 키노라이츠 편집장의 시선으로 개봉작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빨강, 노랑, 초록 불로 영화 관람을 추천해드립니다.



키노라이츠에서 이영애가 출연한 작품(장편 기준)의 평균 지수는 83%로 초록불을 기록 중이다. 세부적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 99.4%, <봄날은 간다> 99.0%, <선물> 41.6%, <친절한 금자씨> 94.4%를 기록 중이다. 박찬욱, 허진호 등의 거장과의 작업에선 평균 지수가 97%로 유독 빛났다. 반대로 말하면, ‘그 외의 감독과는 좋은 케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는데, 이는 <나를 찾아줘> 이후에도 유효할 듯하다.

Green – ‘이영애’의 존재감

Red – 이영애 외엔 병풍인 캐릭터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찾기 위한 어머니의 사투를 다루고, 그 중심에서 이영애는 극을 홀로 이끌어 간다. 그녀가 맡은 ‘정연’이라는 캐릭터 주변에 조력자를 찾아보기 힘들고, 혼자 위험을 무릅쓰며 정신적 유체적 고통은 한계에 달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이영애의 가녀린 몸을 통해 잘 표현된다. 종종 그녀의 표정은 분노인지 절망인지 가늠하기 어려우며, 생기를 잃은 푸석한 얼굴은 평소 대중에게 익숙한 우아한 이미지와 대비되면서 묘한 긴장감을 준다.


중년에 접어든 여성이 극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나를 찾아줘>는 한국 영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승우 감독은 이 영화에 많은 오점을 남겼다. 극 중 정연이 홀로 싸우듯, 이영애도 극적 결함과 홀로 싸우며 영화의 무게를 짊어진다. <나를 찾아줘>에서 이영애 외의 캐릭터들은 성격이 단편적이고, 내면의 깊이가 너무도 얕다. 국내 영화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를 프로타고니스트로 내세웠지만, 안타고니스트들은 병풍에 그쳤다.

유재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유재명이 연기한 ‘홍경장’은 다혈질에 권위만 내세우는 캐릭터다. 감정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으며, 그의 선택과 행동엔 의문이 많이 남는다. 홍경장 외의 캐릭터도 범죄 스릴러 장르에 하나씩 있을 법한 상투적인 캐릭터 투성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어린이를 제외하면 좋은 어른이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에 김승우 감독은 ”악인으로 정하고 묘사한 캐릭터는 없다. 그들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를 찾아줘>에서 이영애와 맞서는 안타고니스트들의 행동은 어설프다. 악랄함을 드러내고, 분노를 유발하는 것 외에는 이야기의 동력이나 긴장감을 만들지 못한 채 소모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 내에서 이영애 홀로 떨어져 나온듯한 괴리감을 준다.

나를 찾아줘>는 아동학대에서 오는 갑갑함과 분노를 끝내 풀어주지 않으며, 찝찝하게 문을 닫는다. 사회 문제를 향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지만, 영화의 본질과 가치는 이야기와 이를 이루는 캐릭터에 있다. 이런 점에서는 영화로서의 매력이 부족했고, 기대했던 이영애의 복귀작이라 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차라리 영화 중반에 ‘금자씨’로 빙의한 이영애가 더 악랄한 캐릭터와 제대로 붙는 복수극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키노라이츠 예상: 빨간불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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