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dB)은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물 끊는 소리, 압력밥솥으로 밥하는 소리, 카페에서 웅성이는 백색소음, 잘 열리지 않는 창문을 억지로 여는 삐걱거리는 소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축구장의 가슴 터지는 함성, 워터파크에서 들리는 안전요원의 호각 소리. 우리 주변의 소리가 기분 나쁜 소음이 되어버리는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일상의 소리가 소음이 되는 소음 반응 폭탄을 설치한 설계자(이종석)가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을 타깃으로 삼아 폭탄 폭발을 선포하며 벌어지는 긴장감을 담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탄 설치 예고 전화를 받은 부함장은 군중이 운집한 놀이터, 축구장, 워터파크를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은 일정 데시벨이 감지되면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 <더 테러 라이브>, <발신 제한>처럼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폭탄 테러가 빚어지는 작품과 차별점이 있다.
이 때문에 폭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체가 누구인지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없는지 생각해야만 한다. 결국 가족까지 인질로 잡아 선택을 강요받을 때, 흔들리는 감정과 옳은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뇌를 마주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기면 이를 덮으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사이의 대립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다양한 사건사고가 아스라이 스쳐 지나간다. 여전히 반복되는 참사와 희생된 개인, 책임지지 않는 집단을 떠올리며 씁쓸함이 커진다.
마치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연인 레이첼(사랑)과 하비 덴트(대의)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처럼, 44명 전원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부함장은 결단을 내리게 된다. 다 죽을 수는 없다. 반이라도 생존하고자 한 극단의 선택이다. 인간이기에 선택해야 하고 인간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잔인함 속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과연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그날, 잠수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상의 소리가 죽음의 소음이 되는 순간
영화 <데시벨>은 소리로 움직이는 영화다. 은폐된 진실을 역추적하면서도 절체절명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부 테러의 긴장감과 액션의 화려함을 유지하면서 중간중간 잠수함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씩 보여주며 의문을 쌓아간다. 이로써 살아 돌아온 자와 죽을 수밖에 없는 엇갈린 운명 앞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자의 들끓는 복수가 어느 정도 이해 가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대의 앞에서 드러나는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원 사망이 예고된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다움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때문에 폭탄 설치범 개인의 단순한 분노와 복수라기 보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쩔 수 없음과 본인의 무능함, 사회 시스템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치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박진감 넘치는 순간과 진지함 속에서 바삐 돌아간다. 제어할 수 없는 도심 한복판에 소음에 반응하는 폭탄은 통제할 수 없어 위태롭다.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김래원과 이종석의 사연 있는 캐릭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추가 되어 이끌어간다.
주인공을 궁지로 몰며 쫓고 쫓기는 스토리에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전개 속 숨통을 트게 하는 정상훈의 유머러스함 있어 다행이다. 예상치 못하게 사건에 얽혀 조력자로 활약하는 기자 역할의 정상훈은 그간 보여준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오프닝에 등장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로 나타난 차은우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몰입을 높인다. 외모 때문에 오히려 재능이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 중 하나이다.
한편, 바로 이어 쿠키 영상이 이어지며 차은우가 부른 OST가 흘러나오니 자리를 뜨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