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 <귀멸의 칼날>, <원피스>와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 <주술회전>은 애니메이션 1기가 등장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성후 감독이 연출을 맡아 수준 높은 작화와 작붕 없는 액션을 만들어냈다. <극장판 주술회전 0>는 <주술회전>의 첫 번째 극장판으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에 이어 일본 역대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 고등전문학교에 오기 1년 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으로 이타도리 유지가 아닌 애니메이션 1기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옷코츠 유타를 내세우며 극장판의 희소성을 보여준다. 유타는 작품의 세계관 내에서 오직 네 명만 존재하는 주술사 최고 등급인 특급이다. 세계관 최강자인 고죠 사토루와 빌런 중 한 명인 게토 스구루까지 네 명의 특급이 이번 극장판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된 스토리는 유타가 저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특급 주술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초등학생 시절, 유타는 리카와 약혼을 한다. 영원히 함께하기로 했던 두 사람은 리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끝이 난다. 허나 리카는 저주로 인해 특급 주령이 되어 유타에게 달라붙게 된다. 리카가 유타를 괴롭히던 동급생들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유타는 주술계에서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이에 사토루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유타를 주술 전문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 유타는 젠인 마키, 이누마키 토게, 판다와 함께 임무를 해결하며 우정과 용기를 쌓는 건 물론 리카의 저주를 마주하고 이를 풀고자 한다. 마키, 토게, 판다 캐릭터는 1기에도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주는 건 물론 츤데레 마키와 유타 사이의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를 통해 묘한 관계성의 재미를 준다.
극장판의 빌런은 스구루다. 1기에서 스구루의 활약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2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스구루는 자신이 모은 저주와 주술사들을 바탕으로 주술 전문고등학교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에 사토루를 비롯한 상급 주술사들은 스구루와의 결전을 위해 신주쿠와 교토를 향한다. 허나 스구루는 학교에 남은 유타를 노려 리카를 빼앗고자 한다. 그리고 마키, 토게, 판다는 유타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이 첫 번째 극장판이 완벽한 팬 이벤트인 이유는 액션과 캐릭터에 있다. <주술회전>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인 액션이 말 그대로 최고의 환경에서 제공이 된다. 유타와 스구루의 대결은 극장판에 어울리는 규모라 할 수 있다. 단순 규모뿐만 아니라 매끄러운 작화와 구도, 3D의 움직임도 실감나게 가져온다.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장시간 액션은 유타 대 스구루, 사토루와 주술사들이 스구루 일당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리듬감을 형성한다.
특히 1기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건 물론 사토루나 나나미 같은 1기 등장 캐릭터들의 활약을 그려내며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작화와 장면을 설정할 줄 아는 미덕을 보여준다. 이타도리 유지를 비롯해 후시구로 메구미, 쿠기사키 노바라 같은 시리즈 주인공들의 활약이 주가 되었던 1기에 비해 2학년 학생들과 베일에 가려졌던 옷코츠 유타의 활약을 주로 그려내며 ‘주술회전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더 강화한다.
드라마의 측면에서는 소년만화의 색깔에 청년만화의 충격을 더하는 장점이 도드라진다. 청년만화는 사회에서 느끼는 좌절과 고통을 담아내 소년만화의 밝은 색깔에 어둠을 더한다. 열혈이 넘치는 이타도리 유지와 상반된 우울과 고통으로 점철된 옷코츠 유타의 캐릭터는 이런 소년만화의 느낌을 강화한다. 첫사랑이 악령이 되어 자신에게 저주로 붙었다는 설정에 르포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입체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극장판 주술회전 0>은 제로(0)에서 시작하는 작품이다. 1기가 시작되기 1년 전 시점을 다루며 베일에 가려진 옷코츠 유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사토루와 스구루 사이의 관계성 역시 보여주며 2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대거 배치한다. <귀멸의 칼날>이 극장판을 통해 렌고쿠 코쥬로라는 히트캐릭터의 등장과 국내에도 ‘귀칼열풍’을 일으킨 거처럼 이 작품을 통해 <주술회전>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퍼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