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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반려동물의 죽음은 여러모로 큰 상처가 된다. 작년 키우던 반려견이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너 상실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13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반려견은 가족의 일부였고 물리적인 시간과 기억을 채운 생명체였다. 그 상처가 채 가시지도 않았던 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를 보며 반년 전 그때가 생각났다. 우리 집 강아지는 무사히 무지개다리를 건너 잘살고 있을까?

서로를 발견한 강아지와 소녀

반년 전 어느 날, 8살 사야카(닛츠 치세)는 등에 큰 점이 있었는데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다가 이 모습을 들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용감하고 당찬 성격을 발휘해 외로운 게 대수냐며 씩씩하게 하굣길에 나선다. 초등학생이 할법한 말은 아니지만 일찍이 인생을 알아가던 사아캬는 또다시 어른스러운 생각을 해낸다.

친구가 없더라도 긍정적이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걷던 중, 거위 소리에 발걸음을 옮겨 펫샵의 천덕꾸러기 루를 만나게 된다. 이후 사야카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서로 친구가 된 루와 사야카는 동네 곳곳을 누비며 우정과 신뢰를 나눈다. 버려진 공터를 마치 비밀 공간처럼 매일 찾아 마음껏 뛰어놀고 낮잠도 잔다. 호기심 많은 루는 끊겨버린 철로를 발견하게 되고, 훗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방법임을 알게 될 즘 사야카는 비로소 죽음을 배운다.

죽음과 생명, 진중한 접근이 돋보여..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이란 공통점으로 만나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친구도 없이 외로운 8살 사야카가 자신처럼 파양 당한 강아지 루를 만나지만 곧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쫓는다. 소녀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서는 아름다운 빛을 잃고 회색빛으로만 보였다며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을 성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4 년 전 아들을 잃고 아픔을 간직한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와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 가면서 내면의 단단함을 키워하는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경험자라면 십분 공감할 내용이 차고 넘친다.

동물권에 대한 진중한 자세도 들어 있다. 펫샵이나 동물 병원에서 마치 물건처럼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장난감처럼 싫증 나면 버리는 행동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또래 아이들은 으레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아기 때 귀여운 모습에 반해 데려왔다가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파양하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 너무 커져서, 더 이상 귀엽지 않아서, 돌봐주기 귀찮아서, 병들어서 등등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면 무척 가슴 아프다 못해 당황스럽기만 하다. 생명이란 동물이라고 해서 절대 가볍지 않은데 말이다.

귀여운 아이와 강아지가 등장하지만 가볍지 않은 ‘상실’을 주제로 한다. 지금은 멀리 가 있을 뿐 다시 만나자는 말이 먹먹하기만 하다. 내내 생명의 가치와 책임, 죽음을 생각하는 조금 다른 자세를 느껴 볼 기회다. 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 믿는 아이는 안쓰럽기만 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루의 끈을 잡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할 텐데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할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반려견, 친구, 할머니 등)가 자꾸만 내 옆에서 사라진다는 아이답지 않은 말투에서 더욱 처연함이 느껴진다.

연기 천재 아역과 동물의 맹활약

영화는 일본 나오키상에 빛나는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단편 소설을 영화로 각색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시나리오 각색에 나섰다는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은 15년이란 세월이 흘러 영화가 완성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많은 것을 담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편집의 접점을 찾지 못해 후반부는 약간 지루하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느슨하게 연출하기 보다 확실히 경계 지어 주는 게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로 국내에도 멜로 열풍을 이끈 아리무라 카스미가 10년 후 사야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활약했다. 만 4세에 2014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닛츠 치세의 연기가 탁월하다. 닛츠 치세는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딸로 알려져 부전여전의 유전자를 확인한 바 있다. 현재 뮤지컬 영화, 드라마, CF, 가수로 활약하면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내고 있어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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