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 인터뷰] ‘흑교육’ 감독 가진동, “연출 도전한 이유? 코로나 때문”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주인공 가진동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방문했습니다.

11년 전 배우로 부천을 방문했던 가진동은 첫 연출 데뷔작 ‘흑교육’을 통해 감독이자 심사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연 배우들을 다 데리고 영화제에 온 가진동은 한국 음식을 즐겼다면서 친한파 스타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한국에서의 좋았던 추억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11년 전 영화제를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천에서 다시 한 번 소중한 추억을 만들 가진동을 키노라이츠가 라운지 인터뷰를 통해 만났습니다.

감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물론이고 함께 촬영하고 싶은 한국배우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담백한 감독 가진동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11년 전 배우로 부천을 방문했었는데요. 이번에는 감독이자 심사위원으로 영화제를 찾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일단 과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기억이 정말 좋았어요. 개막식의 그 열기가 지금도 기억이 나요. 같이 온 (‘흑교육’) 배우도 데뷔작으로 부천을 방문했는데요. 그 친구도 콘서트 같은 부천영화제 개막식 분위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다시 올 수 있게 되어서 좋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관객 분들이 제 영화를 관람하는데 뭔가 제 아이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분이에요.(웃음)

감독이자 심사위원으로 오니까 굉장히 다른 기분인데요. 예전 연기자로 왔을 때는 멋있는 것만 보여주면 되었는데 감독으로 오니까 심도있는 문화적 교류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게 되더라고요. 심사위원단 분들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영화인 분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하는 게 좋은 경험이자 영화적 지식의 성장이라고 봐요.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었는데요. 연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코로나 때문에 모든 촬영이 올스톱 되어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이 시기에 회사 분들과 대본회의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 이 작품(‘흑교육’)을 알게 되었어요. 영화를 촬영할 감독님을 찾으려면 시간이 1년 넘게 걸리겠더라고요. 당장 내년에 무슨 일 생길지 알 수 없잖아요. 코로나 기간이니까 갑자기 촬영 밀릴 수도 있어서. 이 대본을 위한 감독을 찾아 시간 허비하느니 내가 하겠다 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흑교육’이라는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는 절대적 경계가 없어요. 10%의 좋은 사람이 있고 10%의 나쁜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80%인 대부분은 그 중간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안 보면 신호를 안 지키거나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잖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요. 이런 부분을 영화를 통해 풀어내고 싶었어요.

한국 관객 분들을 위해 이 영화에 대해 짧게 설명해 주세요.

-저희 영화 ‘흑교육’은 청춘범죄물 장르입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여기지만 중요한 결정 앞두었을 때, 자기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드러납니다. 절대적으로 좋은 사람 그리고 나쁜 사람은 없다. 그런 걸 영화를 통해 체험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3막으로 나눠서 구성을 했는데요.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영화를 세 챕터로 나눈 건 극적인 리듬에 휴식을 주기 위해서 였어요. 첫 챕터인 원숭이 같은 경우는 인간에 가깝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택한 제목이에요. 주인공 3인방이 아직 고등학생이고 사회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어서요. 동시에 이들은 원숭이처럼 무리 안에 있을 때 자기가 가장 잘난 줄 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다음 좋은사람, 나쁜사람 챕터에는 뒤에 물음표가 붙어요. 두 번째 챕터의 경찰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의 모습을 보이고, 세 번째 챕터의 조폭은 나쁜 사람이지만 학생들에게 인간된 도리에 대해 알려주죠. 이런 부분을 챕터별로 강조하고자 했어요.

젊은 세 배우를 캐스팅 했는데요. 이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저희는 캐스팅 과정에서 많은 20대 초반 연기자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고 외형적인 조건과 말투, 성격 등을 고려해 배역을 결정했어요. 전체적으로는 느낌에 따라서 캐스팅을 했다고 할까요.

배우 출신 감독인 만큼 현장에서 남다른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배우 출신 감독으로 좋은 점은… 감독으로 디렉션을 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점? 연기라는 게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아니까. 연기라는 게 기계적으로 뽑아낸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감정적인 측면에서 배우 분들을 대하고 이분들이 불편하거나 힘들어 하는 부분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봐요.

배우 분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본인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을 때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제 예전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 친구들(주연배우 3인방)과 달리 전 고등학생 때 뚱뚱했어서요.(웃음) 제가 촬영현장이 즐거운 걸 좋아해요. 연기자로 경험하면서 느낀 게 전체적으로 촬영 분위기가 유쾌해야 영화가 잘 나오더라고요. 모든 작품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저 같은 경우도 촬영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작품들이 성적이 좋았어요. 이 부분이 중요하다 여기고 노력했어요.

가진동 하면 아무래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하는 소녀’가 떠오르는데요. 이런 대표작 이미지에 장단점이 있을 거 같아요.

-전 너무 좋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기억해 준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 연기자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 대표작이 없다는 거예요. 나쁜 점이라면 이미지가 고정되어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일정 연령대가 되면 해결되는 문제라 나쁜 점은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오랜만에 한국을 주연배우 분들과 함께 방문했는데요. 부천에서 지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 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대만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한국 드라마 보면 나오는 짜장면, 짬뽕, 삼겹살, 폭탄주 등등. 그런 식문화를 체험하는 게 즐거웠어요. 어딜 가도 주변에서 한국어가 들리니까 제가 한국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고요.(웃음)

한국에 대한 애정을 영화제 내내 꾸준히 보여주셨는데요. 좋아하는 한국 작품이나 함께 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나요?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소녀시대 윤아. 아이유. 한국 배우 분들과 같이 할 수 있다면 누구든 좋아요.(웃음) 제가 감독으로 결정이 되었을 때 봉준호 감독님 ‘기생충’ 스토리보드 책을 사서 봤어요. 스토리보드랑 감독님 영화가 거의 동일하게 찍힌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 느꼈어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요. 좋아하는 한국영화로는 ‘살인의 추억’ ‘아저씨’를 뽑고 싶어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는데요. 가진동 감독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E.T.(이티) 굉장히 어렸을 때 극장에서 봤는데 그때 많이 울었어요. 엄마한테 나 왜 울어? 하고 물어보니까 감동을 받아서 그런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때 영화가 지닌 영향력,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크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진동이란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니 정말 기뻐요. 어렸을 적 국민 남동생이었던 제가 국민 아저씨가 되어 돌아왔습니다.(웃음) 앞으로 방향에 나를 국한시키지 않을 예정이에요. 감독이나 배우로 구체적 목표도 없고요. 좋은 소재가 있다면 무엇이든 찍을 생각이에요. 배우가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캐릭터, 그때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그런 것보다 올해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예비 관객 분들을 위한 인사 부탁드려요.

-일단 저희 영화(‘흑교육’)를 한국에서 수입 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저희 영화가 셀링이 좋은 작품은 아니라… 배급사를 찾긴 힘들겠지만 (한국 관객 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기대하는 반응이 있기 보다는 어떤 반응이라도 좋아요. 시간을 내서 저희 영화를 봐주셨으면 해요. 영화제에서 한국 관객 분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에 대해 한국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만에서 처음 상영했을 때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이미지 제공: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