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페인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강세다. 스페인 영화 리메이크 사례가 몇몇 있었다. <슬립 타이트>의 리메이크 영화 <도어락>, <더 바디>의 리메이크 영화 <사라진 밤>,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의 리메이크 영화 <발신제한> 등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효자 콘텐츠 [종이의 집]도 빠질 수 없다.
<자백>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이탈리아, 인도 이후 세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 뼈대만 수입해 살을 붙여 국내용으로 만들어낸 한국산 영화인 셈이다. 2년 전에 찍었다가 팬데믹으로 개봉이 연기된 영화 중 하나다.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범인을 밝히고, 조각난 사건에서 진실과 거짓을 찾는 추리력도 필요하다.
원작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와 추리력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후반부와 결말을 다르게 각색했다. 특히 겨울 한복판을 설정한 건 신의 한 수다. 첩첩산중의= 눈 내리는 강원도를 배경으로 관객의 혼란을 더한 영리한 시도를 여럿 선보였다. 이에 따라 비밀스러운 장소와 위태로운 관계가 건조하고 날카롭게 느껴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작을 봤기 때문에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은근한 긴장과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났지만, 감상하면서 조금씩 원작의 내용이 떠오르는 정도였다. 각색으로 결말부는 조금 바뀌었고 그 방법이 원작보다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을 보지 않았으면 더욱 몰입해서 볼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살인자가 된 남자
한 남자가 밀실 살인의 용의자로 몰려 조사 받게 된다. 성공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는 불륜 관계에 있던 김세희(나나)를 호텔에서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와 산속 깊은 별장에서 독대한다.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겨울날, 변호사 양신애는 누구를 죽였든 안 죽였든 상관없다는 말을 꺼낸다. 의뢰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한 치의 거짓말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완벽한 진술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그날의 진실을 듣길 원한다.
그 과정에서 2개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음이 밝혀지고, 숨은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 변호인과 의뢰인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이 시작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세 배우의 불꽃 튀는 시너지
영화 <자백> 스틸컷
<자백>은 탄탄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105분 러닝타임 동안 김윤진, 소지섭, 나나의 연기력이 꽉 채운다.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 보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 집중력을 요구한다. 한정된 공간을 만나 서로의 열기가 팽팽하게 맞붙는다. 흔들리는 동공, 미세한 얼굴근육 떨림만으로도 관객은 인물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소지섭의 발견이라 할 만큼 달라진 외형과 연기톤까지 의외의 모습을 선보인다.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했던 그가 대사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에도 잘 어울려서 놀랐다. 알고 보니 서로 철두철미한 연습으로 만들어낸 세밀한 감정 표현이다. 김윤진은 반전의 끈을 쥐고 있는 변호사를 맡기 위해 극도의 체중 감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후반부 드러나는 짧은 장면 때문에 선보인 힘든 선택이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놀란 건 나나다. 이 두 사람의 기세에 전혀 눌리지 않아 의외였다. 아이돌 그룹 출신이란 타이틀을 완전히 벗고 배우로 거듭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서 선보인 캐릭터와 상반되어 더 또렷하다. 진술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연기 방법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인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