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오는 1월 28일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학원 좀비물이란 장르와 높은 수위로 영상화가 결정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넷플릭스 공개 전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1~3화를 먼저 관람하면서 느낀 건 <부산행>, <킹덤>에 이어 다시 한 번 K-좀비 열풍을 이끌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 대륙별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에서 아시아 콘텐츠는 유럽 콘텐츠를 역전했다. 아시아 콘텐츠로 포장을 했지만 히트 콘텐츠의 대다수가 한국 콘텐츠였다는 점에서 후속 OTT 주자들(디즈니플럿, HBO맥스, 애플TV 등)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러브콜이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장 속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세 가지 포인트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학원 좀비 액션물에 더해진 근본
이 작품은 좀비 공포 액션 장르에 학원물을 더했다. 좀비물의 공포와 서바이벌에 중점을 두면서 학교 배경에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액션물이란 측면에서 학생들이 좀비를 상대로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원물에 더해진 서바이벌은 <배틀로얄>을 비롯해 다수의 일본콘텐츠가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 좀비란 소재는 액션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와 접목되는 만큼 신선한 시도로 보기는 힘들다.
이 작품이 지니는 장점은 학원 좀비물이란 소재적인 측면보다는 이 소재에 몰입하게 만드는 근본에 있다. 오랜 시간 회자되는 작품들의 특징은 작품을 곱씹게 만드는 주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제는 장르적인 재미에 함몰되어 이야기가 휘발되는 걸 방지하며 n차 관람을 유발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28일 후>처럼 현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28일 후>는 침팬지에게서 시작된 분노 바이러스가 좀비의 원인이 된 것을 보여준다. 이 분노로 인해 빠르게 움직이는 좀비를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생존 바이러스를 등장시킨다. 과학교사 이병찬은 심각한 왕따를 당하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이것이 좀비의 시발점이 된다. 학생 스스로는 물론 어른들조차 보호해 줄 수 없는 학교폭력이란 사회적 문제를 생존과 연결하며 좀비를 만들어냈다.
이 시도는 앞서 좀비영화 <#살아있다>가 보여준 생존이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변주의 재미를 준다. 집단 괴롭힘에 자살을 결심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좀비가 출몰하는 학교를 바라보며 내뱉는 대사는 이런 주제의식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세상이 지옥이 되었다며 여전히 달라질 건 없다고 말하는 그 모습은 학교 폭력의 절망과 고통을 좀비로 치환시킨 이 작품의 근본을 체감하게 만든다.
마동석, 주지훈에 이은 K-고딩의 활약
좀비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K-좀비 열풍을 이끌어낸 건 두 작품의 존재감 덕분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재난 어드벤처 장르와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 좀비를 접목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콘텐츠 히트작인 <킹덤>은 시대극에 좀비를 접목하며 신선함을 주었다. 이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기존 좀비물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산행>의 경우 마동석이 맨주먹으로 좀비를 때려잡으며 기존의 장르적 공식을 파괴하는 충격을 줬다. <킹덤>은 우리의 전통의상을 입고 칼을 통해 좀비와 맞서 싸우는 주지훈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에서 주지훈이 쓰고 나온 갓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들에 이어 다시 한 번 신선한 액션을 선보인다. 바로 학교에서 좀비와 맞닥뜨렸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실속 액션이다.
처음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나타나는 공포는 급식실을 향해 몰려드는 학생들이다. 좀비를 피해 도망치던 학생들은 급식실에 달려들고 유리창이 깨지며 압사가 일어나는 공포를 선보인다. 이후 나타난 좀비로 인해 급식실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때 학생들이 활용하는 무기는 식판과 의자다. 이런 실용액션은 청산과 온조를 비롯한 학생들이 복도에서 좀비들을 맞닥뜨리는 장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학생들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무기는 창문이나 교실문 등을 분리시키거나 소화기를 분사하는 것이다. 이수혁 역의 로몬이 마치 마동석처럼 좀비와 격투기를 벌이는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면들이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 좀비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설정은 학교라는 공간을 잘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올 법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장면을 구성해 신선함을 준다.
다만 이럴 경우 액션에 있어 아기자기한 측면만 부각되기 때문에 강한 액션을 주고자 운동부를 활용한다. 그 정체는 양궁부다. 양궁부의 등장은 장거리에서 좀비를 공격하는 걸 가능하게 만들며 액션의 선택지를 넓힌다. 앞서 <킹덤: 아신전>에서 전지현이 활을 통한 좀비 액션을 선보이며 그 파괴력을 선보인 바 있다. K-고딩이 앞선 선배들에 이어 어떤 좀비액션을 선보일지 기대감을 모은다.
발암 유발자 이나연과 일진 빌런 윤귀남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공개 전부터 한 캐릭터가 주목을 받았다. 바로 원작에서 쉴드 불가 빌런 캐릭터로 발암으로 불리는 존재인 이나연이다. 이나연은 온갖 악행을 반복하는 건 물론 극중 짜증나는 장면들을 모두 책임지며 원작 팬들이 과연 누가 캐스팅이 될지 기대를 모았던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유미가 배역을 맡으며 최고의 캐스팅이란 찬사를 받았다.
청순한 외모와 달리 쎈 캐릭터 전문인 이유미표 이나연은 작품 속 대표적인 악행 중 하나인 친구를 좀비로 만드는 행위를 보여주며 악녀의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원작과 달리 그 악행의 정도가 강하지 않다. 감정적으로 이나연이란 캐릭터에게 동정이나 이해를 보낼 수 있는 코드를 설정했다. 이 선택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효과는 가져오나 빌런 이나연을 기대했던 원작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요소다.
대신 원작에 없었던 급식실 장면을 넣으며 일진 윤귀남을 핵심 빌런 캐릭터로 부상시킨다. 이 장면에서 귀남은 친구들은 물론 자신을 도와주려는 급식실 직원 역시 좀비의 희생양으로 만들며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성을 모두 버리는 인물이다. 온조와 청산을 비롯한 학생들이 친구의 감염과 죽음으로 슬퍼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는 친구를 죽여 생존하는 캐릭터를 그리며 강한 대비를 선보인다.
협동과 우정, 폭력과 살인을 한 공간에서 펼쳐내는 이 작품의 구성은 학교에 어두운 이면인 학교폭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보여준다. 좀비물의 핵심은 결국 최종빌런은 좀비가 아닌 인간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이런 점에 충실한 캐릭터 구성을 택하며 귀남의 존재가 온조와 청산을 비롯한 주인공 일행들의 생존을 힘들게 만들 것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다. <벌새>를 통해 떠오른 박지후와 아역배우 출신 윤찬영을 비롯해 조이현, 로몬, 유인수 등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예들이 주연을 맡았다. <써니>의 흥행 이후 당시 신인급이었던 심은경, 강소라, 천우희 등이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성장한 바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좋은 기회를 잡은 이 신예들이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20대 대표 배우들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