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차차’(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를 관람한 이들이라면 하마베 미나미와 함께 출연한 후쿠모토 리코에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귀여운 강아지상 외모의 후쿠모토 리코는 한국에서는 배우 박은빈, 일본에서는 아이즈원 출신의 야부키 나코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의 소유자다.
‘사사차차’를 통해 주연급에 올라선 후쿠모토 리코는 한국에서는 차기작으로 개봉한 ‘오세이사’(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통해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 작품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일본 실사영화 중 한국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전설적인 로맨스 영화 ‘러브 레터’ 바로 아래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은 ‘오세이사’ 이전 후쿠모토 리코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타임루프 학원 로맨스 장르의 이 작품은 사쿠라 이이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오세이사’ 때처럼 쟈니스 소속 아이돌과 커플로 출연한다. 상대역은 마츠다 겐타로 이 작품이 실질적인 연기 데뷔작이다.
타임루프 로맨스의 매력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관계의 변화다.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는 ‘사랑의 블랙홀’을 예로 들면 이기적이고 시니컬한 주인공은 매일 반복되는 같은 하루 속에서 변화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악동기질을 선보이다 점점 선량한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 변화를 통해 사랑에 골인한다. 이 작품은 관계에서의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미유는 슈야와 매월 1일마다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한다. 사귀는 사이지만 다소 무신경한 슈야에 분위기 때문에 얼떨결에 사귀게 되었다 여기는 미유다. 슈야랑 영화를 보기로 한 날,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인 두 사람은 시계탑 앞에서 다툼을 벌인다. 이때 트럭이 이들을 향해 돌진하고 교통사고가 난다. 다음 날, 눈은 뜬 미유는 똑같은 날의 반복임을 알게 된다.
‘이프 온리’처럼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같은 순간이 반복되는 시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미유는 슈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이 작품의 약점은 이미 다수의 타임루프 작품이 나왔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개성이 약하고 타임루프 하나만을 장점으로 내세우기에는 비슷한 작품이 너무나 많다. 처음 보는 타임루프 로맨스가 이 작품이라면 재미를 느끼겠지만, 아니라면 범작으로 다가올 것이다.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은 학원물이 지닌 순수하고 서정적인 감성에 주력한다. 때문에 연애에 익숙하지 않은 배려심 많은 학생 때 겪을 수 있는 오해로 상황을 설정한다. 이런 점이 귀엽게 다가오지만,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장점은 배역진의 활용과 후쿠모토 리코의 매력이다.
후쿠모토 리코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극을 온전히 이끌어 가는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은 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영화다. 슈야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미유의 모습을 밝고 힘찬 에너지로 연기한다. 극이 미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단독주연에 가깝다. 국내 미개봉작인 ‘행복의 머스켓’에서 보여준 단독주연으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
슈야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폭발적인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마츠다 겐타가 주연을 맡기 나쁘지 않은 캐릭터다. 깊은 감정이나 설렘을 유발하는 로맨스 연기를 수준있게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심을 몰라 무신경해 보이는 슈야와 달리 미유에게 따뜻한 유토를 서브남주, 고마츠 나나를 연상시키는 큰 키에 세련된 미인인 토모카를 서브여주로 설정해 로맨스에 있어 균형이 잡힌 캐릭터들의 4각 관계를 선보인다.
일본 학원 로맨스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타임루프가 더해진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다만 타임루프 로맨스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심심하게 다가올 것이다. ‘오세이사’로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쿠모토 리코 주연작인 만큼 일본 로맨스물 마니아층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