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서울과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화 속) 대사에서 말한 것처럼 I’ll be back(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015년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로 내한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남긴 말이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약속을 지켰다. 더 매력적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와 함께 서울을 찾았다.
이번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면서, 망가진 시리즈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사 직후 키노라이츠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며, <터미네이터 2> 이후 잠들었던 시리즈가 다시 깨어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2편 이후 여러 편이 개봉했지만, 이번에 모조리 부정당하는 수모를 겪는다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역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무엇일까. 키노라이츠에서 역대 터미네이터의 키노라이츠 지수를 정리했다.
SF 영화의 전설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불덩이 속에서 기계 인간이 일어서는 악몽을 꾼 뒤,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이 장면은 영화에 등장한다) 2029년 미래에서 1984년으로 온 기계와 인간과의 싸움을 다룬 터미네이터는 발달된 기계, 시간 여행 등의 흥미로운 요소를 다수 가지고 있었다.
<터미네이터>는 미래의 기계들이 인간 사령관 존 코너의 탄생을 막고자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을 과거로 보내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추격하는 이야기다. 보디빌더 출신인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소화한 터미네이터는 강인한 몸과 엄청난 카리스마로 사랑받았다. 이 영화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할리우드 최고 스타가 된다.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사라 코너 역시 강인한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SF와 제임스 카메론의 전설이 시작된 <터미네이터>는 키노라이츠 지수 96.8%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이다. 키노라이츠에서도 199명 중 196명이 초록불을 켰으며 98.4%의 지수를 기록했다. 전작의 성공으로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터미네이터 2>는 할리우드 시각 효과를 한층 끌어올리며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2편에서는 어린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액체 금속 로봇 T-1000이 파견된다. T-800에 이어 새롭게등장한 T-1000은 자체 수리가 되며, 모양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자랑한다. 이를 구현한 시각 효과 놀라운데, 지금 봐도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아바타>를 통해 VFX 기술의 장인에 오른 제임스 카메론의 위대한 시작을 엿볼 수 있다.
전작에 악당으로 등장했던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이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다. 로봇으로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하며, 명대사 “I’ll be back”을 외치기도 했다. 사라 코너의 카리스마는 한층 강화되었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적과 맞서는 그녀는 영화 속 여전사의 대명사가 된다.
<터미네이터 3>은 판권 문제 등이 얽혀 제임스 카메론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2편의 10년 후가 이야기의 배경이며, 여전사 사라 코너가 죽었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있다. T-1000보다 더 발전한 T-X가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시간을 건너온다. T-X는 모든 기계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까지 추가되어 더 위력적인 포스를 뽐낸다. 하지만, 앞선 시리즈에 비해 빌런으로서 역할이 미미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여전히 T-800으로 등장해 시리즈의 연결고리이자 아이콘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터미네이터 3>은 터미네이터의 창조자 제임스 카메론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키노라이츠 지수도 46%로 노란불을 기록하며 시리즈의 몰락을 예고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2018년을 배경으로 저항군 리더 존 코너와 기계 군단의 싸움을 다룬다. 1편부터 시작된 존 코너와 사라 코너 그리고 카일 리스에 얽힌 이야기가 중심에 있으며, 국내에서는 449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는 흥행에 실패했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리즈 최초로 터미네이터의 아이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출연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영화계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에서 배트맨을 맡았던 ‘크리스찬 베일’이 존 코너 역을 맡았다. 영화를 향한 아쉬운 평가 속에서도 그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를 연기했던 ‘샘 워싱턴’, <스타트렉> 시리즈의 체코프 ‘안톤 옐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클레어를 연기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 출연진이 화려했다. 그런데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고, 역시 제임스 카메론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이전 최신작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터미네이터 3이라 부를 만하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는 다크 페이트를 통해 부정당한다) 1편 이전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등 새로운 타임 라인에서 독창적인 이야기를 시도했다.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국내 팬들에게 매우 익숙했다. 우선, 주지사 생활을 마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다시 터미네이터로 돌아왔다. 사라 코너도 돌아왔는데, <왕좌의 게임>에서 ‘용엄마’ 대너리스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에밀리아 클라크가 연기했다. <왕좌의 게임>에 이어 영화에서도 강인한 여성상을 뽐내며 사라 코너의 명성을 이었다. 2편에 이어 다시 등장한 T-1000은 이병헌이 연기했다. <지.아이.조> 시리즈, <레드: 더 레전드>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쌓고 아카데미 회원이 된 이병헌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배우진 덕분에 320만 명이 관람했다.
진짜가 돌아왔다. 1, 2 편의 주역 린다 해밀턴이 출연했고, 시리즈 중심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복귀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가 없던 시리즈를 모두 부정하듯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2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설정했다. 결국,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카메론의 시리즈와 그 밖의 모방작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시사회 이후 키노라이츠에서는 69.2%를 기록하며 초록불을 밝혔고 긍정적인 평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