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에 도착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은 한파 속에서도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일본 도쿄 일대는 한국 관광객으로 붐볐고, 관광 루트가 기획되기도 했다. 그해 겨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그렇게 뜨거웠다. 그리고 3년 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날씨의 아이>를 들고 찾아왔다. 이를 기념해 키노라이츠에서 그의 최고작을 꼽았다. (작품은 30분 이상의 장편으로 한정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영웅전설’, ‘이스’ 등의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회사 ‘팔콤’에 다녔던 그는 잠을 줄여가면서 개인 작업을 했다. 홀로 각본, 연출, 그림, 목소리까지 맡으며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등장과 함께 주목받았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는 첫 장편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가>로 전 세계 다수의 영화제를 휩쓸었고, 마이니치 영화콩쿠르에서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경쟁해 영화상을 받았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가상의 일본을 무대로 한 SF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다. 깊은 잠에 빠진 소녀와 그녀를 구하려는 소년의 이야기로 첫사랑의 감성을 표현했다. 일상성과 평행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혼합해 그리움이란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색채의 대비로 상황과 감정을 보여주는 등 작가적 역량도 보였다. 정교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신카이 마코토 세계의 시작이란 호평과 이야기의 깊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키노라이츠 지수는 27.7%를 기록 중이고, 이는 그의 역대 작품 중 가장 낮다.
시적인 이름을 가진 <초속 5센티미터>는 이미지와 함께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도 깊이가 있었다. 덕분에 전작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키노라이츠 지수는 85.4%로 역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 2위를 기록했다. 아카키와 아카리의 첫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벚꽃 이야기’는 중학생 시절 두 사람의 원거리 사랑을 담았고, 2부 ‘코스모나우트’는 지방으로 전학 간 타카키의 이야기, 3부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사랑의 애틋함과 그리움이 잘 드러나며, 영화를 본 이후 후유증이 상당해서 위험한 영화로 꼽힌다. 애니메이션의 제목이기도 한 ‘초속 5센티미터’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하고, 동시에 그리움을 묻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속도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유년기에 읽었던 아동문학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는 이름도 기억 못 하는 작품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30년 후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은 아버지를 잃은 아스나가 다른 세계에서 온 슌을 만나며 겪게 되는 모험담이다. 지하세계 아가르타 여행을 통해 죽음과 삶, 고독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흥미롭게도 지브리 스튜디오와의 유사성이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했지만, 이야기의 설정과 디자인에서 흡사한 점이 다수 지적받았다. 또한, 그만의 색이 없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평소의 섬세하고 정교한 작화와 비교해 일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키노라이츠 지수도 50%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비 오는 날이면 마주치는 15세 소년 다카오와 교사인 유키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장마와 함께 물을 섬세한 이미지로 담았고, 여름이란 계절의 청량감이 수채화처럼 표현된 작품이다. 평범한 공간을 시적으로 표현해 감성을 자극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을 잘 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평이 있을 정도. 내러티브보다 작화로만 시선을 붙잡아 둔다는 아쉬운 평도 여전했지만, 키노라이츠 지수 78.3%를 기록하며 초록불을 밝혔다.
<너의 이름은.>은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370만 명을 동원하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기록한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N차 관람을 하는 신카이 마코토 매니아 층이 다수 있었고, 래드 윔프스의 음악 역시 화제였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서로의 몸이 뒤바뀌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조금씩 친해지던 두 사람은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으로 특별한 일을 맞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약점이라 평가받던 이야기가 풍성해졌고, 덕분에 대중성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대지진 이후의 일본에 관해 말하려 했던 신카이 마코토의 작가주의적 성향도 강화되고, 작품 세계도 성숙해졌다.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진 이후의 일본에 위로를 건넸다. 다만, 여성을 표현한 부분에서 논란과 비판이 쏟아졌다. 키노라이츠 지수는 87%로 역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높다.
<너의 이름은.>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비가 그치지 않는 여름날, 가출 소년과 비를 그치게 하는 비밀스러운 소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전작과의 연관성을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로, 신카이 마코토 세계관의 확장과 변주를 기대하게 한다.
시사회로 미리 관람한 관객들은 눈을 즐겁게 하는 작화와 독특한 설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반대로, 이제는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가 식상하고, 유사한 표현도 반복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낸 관객도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약하다는 평도 여전했다. 개봉 전 키노라이츠 지수는 68.8%로 위태롭게 초록불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