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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귀수편] 더 매혹적인 스타일과 확장된 무대

라이터를 켜라 #2 – 신의 한 수: 귀수편

라이터를 켜라?
이 영화 봐도 좋을까? 평점 서비스 키노라이츠의 데이터와 관람객의 관람평, 그리고 키노라이츠 편집장의 시선으로 개봉작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빨강, 노랑, 초록 불로 영화 관람을 추천해드립니다.



‘신의 한 수’라는 말의 기이한 힘을 목격한 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이었다. 어쩌면 인공지능을 상대로 인간의 마지막 승리로 기억될 네 번째 대국에서 보여준 이세돌의 78수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은 ‘신의 한 수’라는 신화가 깨진 순간이기도 했다. 정교한 컴퓨터의 계산 앞에 모든 걸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한 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그린 라이트 – 짙어진 만화적 색채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돌아온 <신의 한 수: 귀수편>(이하 <귀수편>)은 이 무너진 신화 앞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영리하게도 이 영화는 더 과거로 돌아가고, 더 깊은 음지로 들어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재야의 고수들을 만난다. 전편이 그랬듯 이 영화는 만화적이고, 현대판 무협지의 길을 걷는다.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는 재야의 고수들이 바둑에 전부를 걸고 대결을 펼쳤다. 바둑을 소재로 복수의 서사와 독특한 액션, 그리고 카메라 워크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특히, 흑과 백으로 나뉜 바둑돌처럼 흑과 백의 옷을 입은 인물과 공간은 바둑을 시각화하며 극의 흥미와 몰입감을 더했다. 이 특별했던 미장센은 <귀수편>에도 이어진다. 흑과 백, 그리고 어둠과 빛 등의 대비가 뚜렷하다. 바둑판을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을 바둑판 위의 돌에 비유하려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그린 라이트 – 캐릭터의 개성

<귀수편>의 최고 장점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다양한 묘기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두는 귀수(권상우)를 시작으로 똥선생(김희원), 허일도(김성균), 부산잡초(허성태), 장성무당(원현준), 외톨이(우도환) 등이 등장하며, 이들은 자신만의 필살기가 있다.

각 캐릭터들에게 도전하며 도장 깨기를 하는 귀수는 상대의 규칙에 따라 다른 방식의 바둑을 둔다. 머릿속으로 좌표를 모두 외워 두는 맹기 바둑,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는 초속기 바둑, 살인 장치가 장착된 바둑판에서 두는 사석바둑, 투명한 바둑돌 하나로 두는 일색바둑 등 <귀수편>은 독특한 이미지와 형식을 가진 바둑으로 캐릭터의 특색을 살렸다. 덕분에 모두의 매력이 잘 살아 있어 버릴 캐릭터가 없다.


레드 라이트 – 빈약한 서사, 지나친 설정

도장 깨기가 펼쳐지는 순간은 몰입감이 높고 흥미롭지만, 그 사이를 잇는 서사는 매끄럽지 못하다. 귀수의 여정에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고, 때로는 바둑으로만 승부를 보고 복수를 완성하려는  낭만적인 귀수의 모습이 당혹스럽기도 하다. 앞서 만화적이라는 표현이 독으로 다가올 수 있을 정도로 과한 설정이 많다.

더불어, 중심에 있는 귀수라는 캐릭터의 깊이도 얕다. 복수라는 동기는 명확하지만, 그가 홀로 놀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신화에 가까운 귀수의 일대기는 그를 하나의 인물이 아닌, 귀신처럼 느끼게 한다. 그만큼 이해와 이입이 어렵고, 거리감을 느껴야 한다. 동시에 캐릭터들의 휘발성이 강하고, 일부는 도구적으로 전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잘 연출된 액션 씬이 스타일의 과시로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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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이기 때문에 전작 <신의 한 수>와의 연관성이 없지는 않다. <신의 한 수>에서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태석(정우성)에게 바둑을 두자고 쪽지가 전달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독방에 앉아 머리로만 바둑을 두는 남자에게 태석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한다. 후에 주님(안성기), 그 남자가 ‘귀수’라고 추측하고, 여기까지가 <귀수편>과의 연결 고리다.

전편을 제외하면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기술을 배우고, 전국을 돌며 승부를 보는 고니(조승우)의 여정은 바둑을 배우고, 재야의 내기 바둑 고수에게 도전하는 귀수의 그것과 닮았다. 다만, <타짜>가 현란한 대사로 현실성을 확보했다면, <귀수편>은 현란한 액션으로 판타지성을 확보한다. 이 점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키노라이츠 예상 – 노란불

<신의 한 수>는 350만 명이 관람한 흥행작이지만, 키노라이츠 지수 52.7% 기록하며 노란불을 밝혔다. 화려한 스타일이 호평을 받았지만, 과한 연출로 집중하기 어렵다는 혹평도 동시에 받았다. 이와 유사한 길을 택한 <귀수편>도 1편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락성이 뛰어나지만, 15세 관람가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하다. 만화적 설정이 작위적이고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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