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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픽사는 어떻게 영혼의 세계를 창조했을까?…김성영 아티스트 단독 인터뷰

픽사의 작품엔 같은 것을 봐도 연령대별로 다른 걸 느끼게 하는 마법이 있다. 어린이에겐 꿈을 꾸게 하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돌아보며 희망이라는 걸 품게 한다. 차가울 수 있는 컴퓨터 작업물 안에 따뜻한 감성을 부여하는 픽사의 작업은 21년에도 이어진다. 20일 개봉한 <소울>은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영혼의 세계를 탐험하게 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했다.

영혼의 세계를 표현한 픽사의 상상력에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소울>. 이 작품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이야기에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작년 인터뷰 프로젝트 ‘인셉션’으로 연을 맺은 적이 있던 김성영 아티스트가 떠올랐고, 새해 인사와 함께 몇 가지 질문을 함께 전달하며 <소울>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소울>은 어디서 출발하게 된 이야기인가요?

픽사의 스토리 개발에서 특이한 부분 중 하나는 ‘작가주의’와 ‘시스템주의’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감독이 가지고 와야 합니다. 핵심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지 못하면 이전에 아카데미 상을 받았던 감독이라도 절대 감독 자리를 주지 않죠.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연출한다는 점은 작가주의 작품과 같은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그린 라이트를 받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지난 30여 년간 적어도 박스오피스에서는 실패한 적이 없는 픽사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되죠. 그 중 하나가 전 직원을 상대로 매 3~4개월에 한 번씩 스크리닝을 진행하고 익명 피드백을 받는 프로세스입니다. 여기서 많은 직원이 지적하는 스토리나 캐릭터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를 만들어가죠.

영화 개봉 5~6개월 전에는 일반 관객을 위한 스크리닝이 진행됩니다. 이때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은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극장에 들어가게 되죠. 관객의 나이도 10세 미만부터 40~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피드백을 받아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작품을 수정하게 되죠. 이 때문에 프로덕션이 시작되면 집단 지성이 끊임없이 반영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소울>은 피트 닥터 감독이 떠올린 오리지널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이 완성되었죠. 피트 닥터 감독은 이전 작품인 <업>,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삶과 죽음, 삶의 진정한 가치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는데요. <소울>에서 이런 주제를 떠올린 것도 자연스러운 행보처럼 보입니다.

Q. 픽사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소울>만이 가지고 시각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소울>의 캐릭터 디자인은 기존 픽사 캐릭터 디자인과 매우 다릅니다. 주인공 ‘조 가드너’만 보더라도 굉장히 키가 크고, 스키니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죠. 기존 픽사 디자인과 비교해 손과 발이 크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리’, ‘테리’는 라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 이들을 촬영하고 애니메이팅하는 것 모두 쉽지 않았죠.

내부적으로 최근 픽사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지는 경향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보자’라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울>에 적용된 새로운 룩은 모든 부서가 같이 노력한 결과라 볼 수 있죠.

Q. <소울>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세워 둔 촬영 원칙 및 가장 신경 썼던 요소는 무엇일까요?

<소울>에는 섬세한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시각적인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죠. 캐릭터들이 상황을 느끼듯 관객들도 그 상황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 촬영하려 했습니다. 특히, 지구에서의 장면은 사소한 풍경을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찍는 동시에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찍었어야 했는데요. 그 밸런스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 때문에 이들을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찍기 위한 앵글 테스트를 많이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프로젝트마다 달라지는 캐릭터 디자인 때문에 매번 이런 테스트가 필수적입니다.

Q. <소울>에서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소울 월드(태어나기 전의 세계/사후 세계)의 세트와 캐릭터가 여태 한 번도 본적 없는 걸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디자인과 구현도 가장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Q. ‘태어나기 전의 세상’과 ‘죽음 뒤의 세상’은 어디서 출발한 이미지인가요?

그 두 공간의 이미지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피트 닥터 감독만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정 종교의 사후 세계관으로 표현되지 않게 하려고 정말 많은 종교의 사후 세계관을 공부했는데요. 특정 종교에 실례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Q. 지구와 영혼의 세계를 촬영할 때 기술적으로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렌즈를 약간 다르게 사용했습니다. 실제 세상을 촬영할 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렌즈처럼 렌즈 주변부에 왜곡이 있는 ‘불완전한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소울 월드에서는 이러한 주변부 왜곡 등을 걷어낸 ‘완벽에 가까운 렌즈’로 촬영했죠.

그리고 소울 월드를 촬영할 때에는 독특한 주변 환경을 화면 안에 많이 담기 위해 주로 광각 렌즈를 썼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사소한 걸 특별하게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망원 렌즈를 군데군데 많이 사용했습니다.

Q. ‘테리’와 ‘제리’라는 평면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인 공간에 조화롭게 표현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제리와 테리는 3D로 만들어낸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3D 공간에서 찍는 것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잘’ 찍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라인으로 이루어진 캐릭터다 보니 클로즈업을 찍어도 기존 캐릭터들에 비해 매력적인 느낌이 잘 나지 않았죠. 카메라를 어깨에 걸쳐서 찍는 ‘오버 더 숄더 샷’을 등을 찍을 때도 어디를 걸쳐서 찍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아 적절한 앵글, 렌즈값 등을 찾는데 고생을 했습니다.

Q. ‘레이아웃 아티스트’로서 <소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제가 작업한 부분 중 조와 22가 재즈바 앞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의 가치에 관한 대화를 하는데, 이때 주변 환경을 묘하고 특별한 느낌으로 섬세하게 찍어야 했습니다.

완성된 최종 화면을 보니 그런 느낌을 어느 정도는 전달한 것 같아서 이 장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합니다. 트레일러에서 메이플 씨앗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고, 조의 손바닥에 내려앉는 장면도 그런 느낌을 전달한 샷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소울> 이후에는 어떤 작업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소울 이후 <Dug Days>라고 <업>에 나온 주인공 강아지 ‘Dug’가 주인공인 6편짜리 디즈니 플러스 미니 시리즈를 작업했습니다. 올여름에 개봉할 <Luca>도 몇 주 전에 작업을 마무리했고요. 올해부터는 픽사 최초로 편당 20분 이상되는 Long-Form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Win or Lose>에 리드 포지션으로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소울>을 만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냥 편안하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울>은 눈물을 쏙 빼는 감동이나 압도적인 스케일의 액션이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편안히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면 소중한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하는 작품이죠.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편안하게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영 아티스트와의 인터뷰 소식을 SNS에 알린 뒤, 많은 질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울>에 관련된 질문 중 앞의 인터뷰와 겹치지 않는 내용으로 몇 가지 질문을 전달드렸습니다.

Q. 각 캐릭터별 특성에 관한 레이아웃을 어떻게 짜시는지 궁금합니다 -che_zzz3

캐릭터별로 디자인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프로덕션 초기에 DP와 리드가 함께 렌즈, 앵글 테스트 등을 많이 진행합니다. 시퀀스별 Visual 강도 차트 등 여러 가지 카메라 플랜을 미리 계획하고, 실제 프로덕션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Q. 처음 <소울>의 스토리를 듣고 어떤 생각과 아이디어가 떠오르셨나요? -Sebastian.chand

오랜만에 어른들이 깊이 공감하고 삶을 돌아볼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나온 것 같아서 ‘이 작품에 꼭 참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픽사는 아티스트가 어떤 프로잭트에 들어갈 것인지 캐스팅이 되어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에 먼저 캐스팅이 되거나 혹은 퍼포먼스가 아쉬워 캐스팅이 잘 안 되는 케이스가 있으면 원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다행히 <소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Q. 아티스트님의 <소울> 최애 캐릭터를 알려주세요! – So._.yami, judyhopps0217

제일 좋아하는 것 망자의 다리를 건널뻔한 고양이? 더 말하면 스포라…

Q. 테리, 제리 캐릭터는 피카소 느낌이 나는데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Wonniemovie_us

이번에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 디자인에 도전해보자’는 인식이 사내 전반에 깔려있던 터라 정말 여러 가지 디자인 스타일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아트 디렉터 중 한 명이 철사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 봤고, 그 캐릭터에 빛을 쏴보니 벽에 생기는 그림자가 재밌는 모양의 캐릭터처럼 보였습니다. 이걸 발견한 뒤 지금과 같은 캐릭터 디자인까지 발전되었습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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