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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 ‘럭키’가 아닌 ‘미스터 고’의 후속작?

차승원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이장과 군수> 이후 스크린에서 그의 코미디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차승원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배우다. 그의 모든 코미디를 걸작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다양한 이야기 속에 헤엄치던 배우였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등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코미디의 침체기를 가져왔을 때도 말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공식 스틸

깊은 맛을 더한 코미디 맛집

그랬던 차승원이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이하 <미스터 리>)로 돌아왔다.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 이전에 시도했던 코미디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우리가 아는 차승원이 있어 그저 반갑다. 과거의 캐릭터가 거칠고 과격한 데서 오는 투박한 웃음을 줬다면, <미스터 리>에서는 좀 더 깊고 복잡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가 따뜻한 웃음을 준다.

훤칠하고 건강한 몸, 예전부터 보여줬던 호탕함,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따뜻함까지 모두 섞인 <미스터 리>의 철수(차승원)는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예능에서 쌓아온 이미지까지 오버랩되는 친근하고 포근한 면까지 영화는 담아냈다. 어쩌면 차승원의 얼굴은 <미스터 리>의 전부다. 그의 표정만으로 완성되는 일부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엔 23년 차 배우의 관록이 있다. 차승원의 코미디는 변했고, 그는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은 배우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공식 스틸

<럭키>에서 출발해 <7번방의 선물>로 끝나다

<럭키>로 한국 코미디의 불씨를 살린 이계벽 감독은 <미스터 리>에서도 그 감각을 이어간다. 한 장면 내에 서브 영상을 배치해 활용하는 재치, 익숙한 배우의 낯선 이미지를 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뛰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미스터 리>에 보낼 수 있는 찬사의 전부다. 이 영화를 <럭키>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관객이 많을 것 같지 않다.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미스터 리>는 김용화 감독의 영화 같다. 김용화 감독이 최근 상업 영화에서 추구했던 코미디와 감동, 그리고 이 모든 결 엮어낸 ‘신파’라는 색채가 <미스터 리>에 잔뜩 묻어 있다. 김용화 감독의 연출적 특성과 ‘신파’라는 장르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럭키>에서 봤던 이계벽 감독의 재치와 깔끔함이 이 신파라는 상업적 코드에 휩쓸려 묻혀 실종된 게 아쉽다는 거다. 그의 특별했던 점들이 전형적인 상업 영화 안에 흡수되었고, <미스터 리>는 그만큼 <럭키>에서 멀어진 영화다. 이 영화는 <럭키>에서 출발해 신파를 경유한 뒤, <7번방의 선물>에 도착해 있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공식 스틸

<미스터 리>엔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인정받았던 VFX의 기술력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했던 영화다. 이 VFX는 <신과함께>처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판타지 장르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현실성을 높이고 몰입감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미스터 리>는 그걸 증명한다. 그런데 기술력과 함께 김용화 감독의 연출적 특성마저 이식된 것 같다. 이는 그의 이름이 스크린에 뜨는 순간 가지게 된 편견이었을까.

<미스터 리>는 <럭키>로 시작해서 <7번 방의 선물>처럼 끝났고, 김용화 감독의 그림자가 보이는 기묘한 작품이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이계벽 감독의 <럭키>가 아닌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 고>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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