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계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아니었음에도 오직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세 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작품이 있다. 그 주인공은 ‘낭만닥터 김사부’다. 두 시즌 연속 최고 27% 시청률을 기록하며 히트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은 세 번째 시즌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며 다시 한 번 의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 김사부, 한석규를 비롯해 안효섭, 이성경, 김민재, 소주연, 김주헌, 진경 등 시즌2의 주역들이 그대로 뭉치며 다시 낭만의 시간을 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4회부터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으며 의학 드라마의 긴박감 넘치는 수술 장면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매 회마다 선보이는 중이다. 이 작품이 비교적 늦게 발동이 걸린 이유는 이번 시즌의 메인인 권역외상센터를 준비하는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의 김사부 라이벌 포지션으로 빌런 전문 배우 이경영이 역할을 맡은 차진만을 보여주는데 공을 들이며 다소 미적지근한 전개를 선보였다. 권역외상센터의 센터장 차진만은 김사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그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차은재의 아버지로 서우진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주는 등 그가 지닌 포지션에 신경을 썼고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4화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생명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방향성을 지닌 김사부의 대척점에 선 차진만은 다른 시각에서 그를 바라본다. 환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정작 의사를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세우는 그를 탓한다. 애제자라는 우진이 의료사고로 경찰서를 드나드는 상황을 겪은 점을 언급하며 공격을 가한다. 두 사람 다 의사로의 사명감과 양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각자의 신념과 최선을 두고 벌이는 대결이 흥미를 자극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김사부의 매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캐릭터는 장동화다. 돌담병원의 GS 전공의 3년차인 그는 역대급 모난돌이다. 그는 소위 말하는 MZ직원의 나쁜 점이 모두 합쳐져 있다. 워라벨을 중시하고 초과근무를 사양하며 상급자의 전화를 거부한다. 꼰대를 입에 달고 사는 동화는 김사부가 가장 싫어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환자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우선시 하는 모습이다.
우진과 환자의 대처 문제로 갈등을 겪은 동화는 반감을 지니고 대든다. 환자를 위한 건설적인 충돌이 아닌 사적인 감정을 내세우는 동화를 향해 김사부는 호통을 친다. 본격적인 미운우리새끼, 동화의 등장과 높은 난이도를 지닌 금쪽이 육아일지를 쓰게 된 김사부이다. 이들의 관계는 한석규가 지닌 두 얼굴을 함께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와 ‘넘버3’의 거친 육두문자와 찌푸린 미간을 함께 선보일 김사부다.
동시에 장동화는 꼭 김사부와 찰떡케미를 형성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닌 신입이다. 의드의 핵심적인 재미요소 중 하나는 불완전한 개인이 뛰어난 스승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시즌3에서는 이 역할을 장동화한테 맡겼다. 문제는 초반 그의 모습이 비호감으로 낙인찍힐 만큼 아쉬웠다는 점이다. 필수가 되어버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역할이 주목된다.
여기에 러브라인과 돌담병원을 위한 김사부의 의중이 극적인 매력을 더한다. 더욱 달달해진 서우진-차은재의 관계는 차진만의 등장으로 변곡점을 그리고 있다. 딸의 남자친구에게 마냥 호의적일 수 없는 진만과 김사부와의 관계까지 더해져 예비 장인어른과 껄끄러운 우진, 남자친구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은재의 모습이 재미를 준다.
진만에 의해 우진과 은재를 비롯해 돌담병원 핵심인력을 모두 권역외상센터에 빼앗겼음에도 김사부가 보이는 여유는 여전한 낭만의 힘을 느끼게 만든다. 본인에게 불리한 판을 스스로 만들고 어려움을 자처한 김사부의 의중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 환자를 위한 시설, 의사를 위한 성장, 시대가 추구해야 할 낭만을 권역외상센터에 담아내며 앞으로 그가 보여줄 선택 하나하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닥터 차정숙’이란 강인한 라이벌에 더해 초반 확실하게 팬심을 끌어당기지 못하며 시청률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와 별개로 키노라이츠 주간 콘텐츠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화제성에서는 여전한 위력을 과시 중이다. 차진만과의 대립과 장동화의 성장 등 시즌3가 준비한 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만큼 김사부가 보여줄 세 번째 낭만은 더욱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