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는 원래 아마존 프라임으로 공개하려고 했지만 만들고 난 후 재미있어서 극장 개봉을 택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할리우드 계의 절친이자 연기, 각본, 연출, 제작에도 뜻이 있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오랜만에 뭉쳐 기량을 마음껏 펼쳐 냈다. <아르고>, <타운>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벤 애플렉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맡았다.
둘은 1997년 <굿 윌 헌팅>의 공동 각본, 연기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경력자다. 2021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 공동 각본과 연기를 선보였다. 둘이 뭉쳐 만든 결과물은 관객에겐 만족감을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결과적으로 맷과 벤의 콜라보를 참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브랜드 나이키의 꼬꼬마 시절
업계 꼴찌였던 나이키의 암울했던 1984년. 최상위권 NBA 선수들은 아디다스, 컨버스와 계약이 당연히 되었기에 나이키는 그 아래 선수 2~3명과의 계약 맺어야 했다. 안정적이게 농구화 부서의 예산을 셋으로 쪼개던 시기 마이클 조던을 눈여겨보던 스카우터 ‘소니(맷 데이먼)’는 유레카를 외친다.
농구 경기를 보던 중 NBA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던 신인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를 직접 만들자는 조언을 던진다. 조던의 가능성에 올인하자는 소니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나이키 대표 ‘필 나이트(벤 애플렉)’는 거절했지만, 확신에 찬 뚝심을 믿고 사활을 건다. 하지만 문제는 조던이 나이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조던은 아디다스를 좋아했고 업계 1위인 컨버스의 모델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 궁리하던 소니는 농구 부서 책임자 하워드(크리스 터커), 마케팅 임원 롭(제이슨 베이트먼), 디자이너 피터(매튜 마허)의 도움으로 불가능한 계약을 따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이클 조던의 어머니 서사 눈길
영화는 <제리 맥과이어>, <머니볼>의 농구 버전이자 <포드 V 페라리>를 상상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1984년, 초신성이었던 ‘마이클 조던’을 나이키가 영입하면서 농구화 업계 3위에서 점프슛처럼 튀어 오르게 된 과정을 펼쳐냈다.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이자 스포츠계 스타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시작이기도 하다. 마이클 조던의 어린 시절이나 배우의 활약은 배제했고, 마이클 조던을 뒷모습 정도만 등장한다. 유명한 사람을 등장시켜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서사에 집중한 선택이다. 산업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산만하지 않게 몰입도를 높였다.
눈여겨볼 점은 이미 알려진 조던의 역사 보다, 그를 만들어 낸 어머니 ‘델로스 조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마이클 조던이 어머니 역으로 비올라 데이비스를 추천했다고 한다. 때문에 어머니의 조언과 카리스마를 드러낼 수 있는 서사가 추가적으로 생겨났다. 이로써 스타의 뒤에는 그를 만들어 준 부모, 스승 등 조력자가 있었음을 정의한다. 조던의 재능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확신한 어머니의 선구안이었다. 김연아의 어머니, 손흥민의 아버지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에어 조던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차곡차곡 쌓는다. 나이키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며 에어 조던이 전설이 된 이유가 담겨 있다. 유명한 나이키 광고 문구 ‘JUST DO IT’이 한 사형수의 집행 전 남긴 말에서 착안했다는 사실, NBA 금지 색을 띤 에어 조던을 착용하기 위해 벌금을 물어가면서 했던 일, 수입의 5%라는 파격적인 승부사는 조던의 평생 연금이 되었다.
혁신을 꿈꾸던 창립자, 스카우터, 마케터, 디자이너 등 숨은 조력자를 무대 위로 소환한다. 나이키의 10개 사훈이 교차 편집되며 교본처럼 극을 리드한다.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규칙을 깨야 기억되는 업계의 선례를 남긴 유명한 일화도 흥미롭다. 작년부터 이어온 <슬램덩크>의 분위기를 그대로 안고 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같은 날 개봉하는 <리바운드>까지 합세하면 한국에서 ‘농구’와 ‘레트로’ 의 인기가 부활하는 고무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