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t Viewed

Categories

<오토라는 남자> 훅하고 들어온 봄날의 햇살같은 오토 할배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미국식 리메이크 버전이다. 북유럽의 냉소적인 남자가 미국으로 넘어오자 사랑스러운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주는 사람)로 달라졌다. 모든 사람이 즐기기에 충분한 대중적인 영화다. 한국에서 리메이크한다면 누가 캐스팅되고 어떤 이야기로 각색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스웨덴의 사브를 몰던 오베가 미국의 쉐보레를 타고, 이란 이웃 대신 멕시코 이민 가정과 얽히는 오토로 바꾸며 흥미로운 각색 지점을 찾아냈다.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자동차 사브가 최고라는 고집은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그의 뚝심으로 읽힌다.

원작을 안 봤더라도 괜찮다. 활자와 영상, 스웨덴과 미국의 차이점에도 감동 메시지는 동일하다. 아무래도 ‘톰 행크스’가 뿌려 놓은 이미지가 작용한 듯싶다. 세상을 등지려던 프로 불편러의 사연에 따스한 울림을 더한다. 막내아들 트루먼 행크스가 오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싱크로율을 높였다. 미워할 수 없는 오지라퍼 마이솔을 연기한 마리아나 트레비노의 싹싹한 행동은 톰 행크스의 괴팍한 성격에 윤기나는 활력을 선사한다.

투덜이 외골수의 행복 찾기

새벽같이 일어나 매일 똑같은 시간 동네 순찰은 철칙이다. 왜 사람들은 분리수거나 주차 같은 기본적인 일을 지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불평불만이다. 일명 꼰대라 불리는 노인, 흐트러진 질서에 규칙을 강조하고 집으로 돌아온 오토(톰 행크스)는 그날따라 좀 이상했다.

루틴을 소화하고 출근 준비하는 줄 알았던 그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 소냐를 따라가는 일을 차근차근 따랐기 때문이다. 완벽한 신변 정리.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던 거다. 흑백의 삶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여 준 소냐가 떠나고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근 오토. 나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사라진 세상,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순간, 참을 수 없을 만큼 눈에 거슬리는 일이 일어난다. 창문 밖으로 주차에 애먹는 상황이 눈에 들어온 것.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컸던 오토는 완벽한 평행 주차를 선보인다.

이후 불평불만이 몸에 밴 할배는 앞집에 이사 온 마리솔 가족과 엮이며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고야 만다. 인생 최악의 순간 인생 최고의 이웃과 만날 줄 누가 알았겠나..

사라져가는 이웃 사이의 정(情)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은 무뚝뚝하고 차가워 얼음장 같은 사람으로 불리지만 홍반장을 자처하는 동네 히어로 오토라는 남자다. 언제 어디서나 힘든 일을 도맡는 해결사로 불린다. 깐깐하고 괴팍하나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사람이 싫다면서 참 많은 사람을 돕는다. 남편도 포기한 마리솔의 운전을 제대로 알려 주고, 귀여운 아이들도 돌본다. 소냐의 특별한 제자를 품어주고 내일을 응원한다. 집을 잃고 요양원 신세를 질 뻔한 절친을 구해주고 얼어 죽을지 몰랐을 길고양이를 집에 들인다.

소냐와 추억 가득한 보금자리도 지켜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거대 자본과 힘없는 동네 사람들의 싸움을 SNS로 하나도 끝장내기도 한다. 젊은 세대와 갈등을 벌이던 세대 간 화합도 이른다. 미국식 클리셰를 제대로 활용한 솜씨가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쓸쓸한 겨울날, 훅하고 들어온 봄날의 햇살

그의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가는 영화는 자연스레 인종, 성별, 나이를 아우르는 친밀함으로 되돌아온다. 메마른 사막 같던 오토에게 촉촉한 단비가 되어준 소냐의 모토를 오토는 툴툴거리면서도 잘도 실천했다. 작은 날갯짓이 가져온 나비효과를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이다.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사람은 전조증상이 있단다. 은연중에 살려달란 호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미세한 신호를 가족도 눈치채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가족, 친구, 이웃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놓지 말아야 이유이기도 하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밥 먹었냐고 넌지시 물어봐 주는 것부터다. 당연해서 자주 까먹는 삶의 의미, 인연의 소중함을 이 영화를 통해 떠올려 보면 좋겠다. 인간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라지만, 아무도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Leave Your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