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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이 비디오> 절대 외부로 유출되서는 안되는 영상이 풀린 결과는?

한국 영화계 공포영화의 씨가 말랐다. 현재는 희미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름이면 공포영화는 활력을 얻었고 신인 배우의 등용문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런 법칙은 깨진지 오래, 오랜만에 공포영화 개봉 소식이 들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장르의 <마루이 비디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의뭉스러운 제목마저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마루이 비디오’란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비디오를 가리키는 은어다. ‘마루이’는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丸秘/マル秘)’에서 파생된 단어다. 오랫동안 폭력적이고 잔인한 수위 때문에 유출되면 안된다는 특명이 붙은 영상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윤준형 감독은 살인 사건 전담 기자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올렸다고 한다. 살인 사건 자료를 쌓아 놓았던 방이 검은 곰팡이로 가득 차 있었다는 말이 실마리가 되었다. 원혼이 가득한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차 있는 방과 비디오라는 매체의 결합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하기 충분했다.

만들어진 사건이지만 실제 사건으로 착각할 정도로 완성도 높았던 단편 <목두기 비디오>에 살을 붙여 20년 만에 리부트로 완성한 장편이 바로 <마루이 비디오>다.

결코 세상에 공개되면 안 될 영상 유출

영화는 유출 금지 영상을 취재하던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취재 일지를 담고 있다. 발단은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이었다. 이를 취재하던 김수찬 PD(서현우)는 소문만 무성하던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잔인하게 여자친구를 살해한 장면 찍힌 영상 원본을 찾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 사건, 누리 복지원 사건과 연관성까지 밝혀낸다. 다들 두려웠지만 결코 멈추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게 된다. 파면 팔수록 더해지는 질문이 주술에 걸려든 것처럼 서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 영상 속 의문의 형상은 궁금증을 증폭하게 만들었다. 이후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과 홍은희 기자(조민경)의 이상행동이 커지자 두려움은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제작팀에게 경고하듯 극한 난항이 계속되지만 무슨 이유인 건지 포기할 줄 모른다. 그럴수록 기묘한 일들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심지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관 주인이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 주택 상속자임이 밝혀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제작팀은 과연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시도는 좋았지만 안타까운 개봉 시기

일단 제목과 포스터,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의문이 봉인된 비디오에 담겨있어 두려움을 증폭하게 만든다. 일본 영화 <링>이 연상되기도 한다.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영상, 노트북 웹캠, 보디 캠, 뉴스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된 영상이 교차된다. 추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진짜 같은 사실성을 높여간다. 후반부는 오컬트 분위기를 풍기며 찝찝한 정서를 더해간다.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보다는 굿, 부적, 빙의, 방언 등으로 기분 나쁜 상황이 거듭된다.

‘비디오’를 소재로 삼아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자 했다. 하지만 개봉 시기를 잘 못 고른 탓일까. 2019년 촬영했던 당시 신인이었던 서현우의 괄목상대로 집중력을 잃고 만다. 윤준형 감독의 전작 <그놈이다>의 인연으로 맺은 서현우가 몇 년 사이 얼굴이 알려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개인의 성장은 고무적이지만 영화의 설정을 무너트려 매력은 반감된다. 철저히 신인을 기용하고 실제 존재하는 정신 병동이란 사실감까지 더한 <곤지암>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개봉 시기도 문제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계 최고로 불리는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이후, 주춤하던 공포 스타일이 최근 코로나 시기에 반짝 주목받은 탓도 있다. 태국이란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무당을 쫓는 영상팀의 체험을 다룬 <랑종>과 종교적 금기를 깬 저주가 옮겨붙은 딸을 살리려는 희생을 다룬 대만의 <주>까지 화제성을 얻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새 학습된 공포로 신선함을 기대하긴 더 이상 어려워졌다.

공포 영화가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도 더해져 안타깝다. 하지만 비슷한 장르를 보지 못했다면 신선할 수 있겠다. 반드시 밀폐되고 깜깜한 극장에서 혼자 관람하길 추천하겠다. 한국형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클리셰와 꼬리에 꼬리를 무슨 스토리텔링형 장치가 결합한 공포물을 찾는다면 입문용으로는 손색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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