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2>는 전편의 기대 이상의 수익으로 속편이 제작된 사례다. 입소문의 시작은 제20회 부천국제영화제였다. 신선한 소재와 심장을 조여오는 설정으로 영화제를 찾은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눈먼 노인의 집에 들어온 10대 빈집털이범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노먼의 괴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오히려 이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결말로 충격을 선사했다.
영화제 호평 이후 같은 해 개봉해 제작비 대비 16배의 수익을 올리며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영화다.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에서는 전편보다 더 강력해진 침입자와 맞서는 한편, 소중한 딸까지 지켜야 하는 부성애가 추가되었다.
끔찍한 과거를 뒤로한 채 사랑스러운 딸 피닉스(매들린 그레이스)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노먼(스티븐 랭)은 어딘지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괴한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피닉스를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홈스쿨링으로 교육하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생기는 아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노먼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쉬지 않고 3개월째 생존훈련을 벌이며 딸의 강인함을 키워주고 있었다. 모든 시험을 통과해야만 나갈 수 있다고 못 박아 버렸다. 그래서일까. 피닉스는 또래 친구는 없지만 충견 셰도우와 우정을 나누며 강인한 소녀로 성장하고 있었다. 부전여전이라더니 아빠를 꼭 닮아 끈기와 집중력이 대단한 똑소리 나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흉흉한 일이 생기며 공포심이 조장될 무렵 8년 만에 노먼에 집에 괴한이 습격하고야 말았다. 그들은 돈을 훔치러 온 것 같지 않았다.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표적은 노먼의 딸 피닉스였다.
영화는 어리숙한 10대 빈집털이범이었던 전편의 침입자를 참전 군인 출신이라는 강력한 존재로 업그레이드해 돌아왔다. 노먼 역시 눈이 멀어버린 노인이지만 네이비 씰이었던 화려한 과거답게, 강인한 체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청력으로 뛰어난 집중력을 과시했었다. 눈이 멀었다 뿐이지 초인이나 다름없었다.
<맨 인 더 다크 2>는 1편의 참신함을 버리고 군인 출신의 맹인 할아버지라는 버릴 수 없는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B급 슬래셔 무비로 전향했다. 가족은 꼭 혈연으로만 맺어진 게 아님을 끈끈한 유사 부녀 관계로 보여준다. 액션과 타격 수위는 한층 매운맛이다. 아이를 납치한 괴한으로부터 딸을 찾고자 한 뒤틀린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가 슬래셔 장르와 만났다.
노인과 아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범죄에 맞서는 부녀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때리고 터지고 혈열이 낭자하는 부분이 잔인함을 넘어 혐오감을 부추긴다. 전편 최고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지하실의 비밀만큼이나 더 한 비밀이 밝혀지자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
한편, 전편에 비해 쫄깃한 긴장감은 다소 흐려졌다. 매끄러운 서사적 연결이나 개연성은 부족하나 3편 제작에 여지를 남겨 놓은 쿠키 영상까지 더해 결말에 의문을 던진다. 어둠이 짙은 한정된 공간인 집을 배경으로 빛을 발하는 초인적인 전투력과 숨 쉴 수도 없는 긴장감보다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방향으로 틀었기 때문이다. 내 집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집 밖으로 나간 노먼은 오히려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강한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살인기계로 전락된 모습을 보인다. 나쁜 놈과 더 나쁜놈이 만났기 때문에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몰라 흔들리는 갈피처럼 영화도 중심을 잡지 못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