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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랑

무르익은 가을, 오로지 ‘사랑’에 의해, ‘사랑’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로맨스 영화가 찾아온다. 여러 인물들이 욕망을 통해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로 해온 프랑스 감독 엠마누엘 무레의 신작으로, 인간관계에 있어 인물들이 주고받는 심리적 긴장감을 다루는 데에 장인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이야기는 막심(닐스 슈나이더)이 사촌 형(뱅상 마케뉴)이 머무는 별장을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기차역에 마중을 나온 것은 사촌 형의 여자친구인 다프네(카멜리아 조르다나). 두 사람은 이삼일 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고, 연애사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막심과 다프네가 서로의 연애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영화는 관객들을 그 러브스토리의 한 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회상이라는 것을 잊고 몰입하게 될 정도로, 막심이 만났던 연애 상대, 다프네의 연애 상대와 있었던 일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그들이 만났던 상대들은 모두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머릿속에 각인된다. 서로에게 말로만 내용을 전해 들은 두 사람과는 달리 관객은 회상 장면을 보고 왔기 때문에 과거의 누군가가 스크린에 재등장했을 때에도 먼저 알아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풀어내는 사랑 이야기에는 규칙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누가 누구와 언제 사랑에 빠질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도 누군가의 연인 혹은 배우자와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묘사하는데, 머리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사람의 마음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칼같이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도 거침없이 흘러가는 마음과 사회의 틀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한다. 이러한 갈등이 연애 이야기로만 구성된 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이기에, 엔딩에 이를 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막심과 다프네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아챌 수밖에 없다. 마치 소개팅에 대신 나온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듯, 만나기로 한 사촌 형 대신 나온 아내와 막심의 만남이 마치 운명처럼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각각 과거의 연애사를 풀어내는 동안, 현재진행형의 사랑 이야기가 모르는 사이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과거 두 사람이 했던 사랑 역시, 잘 살펴보면 한 번도 멈춘 적이 없기에 현재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러브스토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엠마누엘 무레 감독은 처음부터 막심과 다프네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한정해놓고, 애틋함을 깊어지게 만들었다.

영화에는 내내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깔린다. 하지만 진부하거나 식상하기는커녕, 요동치는 심리 상태를 적절히 드러내주는 동시에 잘 아는 음악들이라서 익숙한 감정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멈추지 않는다. 종종 검은 화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인물들 중 한 사람이 침대 옆 협탁등을 켜면서 다음 장면이 이어졌는데, 이것은 마치 새로운 사랑의 시작 혹은 끝을 암시하는 듯했다.

얽히고설키는 관계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욕망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우연적인 사랑에 대한 기대감 또한 생긴다.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관계라는 복잡한 주제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으로, 살면서 마주할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은 오는 11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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