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5 – 겨울왕국 2
라이터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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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디즈니 천만 영화이자 애니메이션 유일의 천만 영화의 후속편. 80%가 넘는 사전 예매율….’ 매년 찾아오는 디즈니 영화 중 하나임에도 <겨울왕국 2>가 받는 기대는 남다르다. 예고편 하나, OST를 담당한 가수 등 영화의 주요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이목이 집중된다. 그리고 이 기대처럼 올겨울엔 또 다른 “Let It Go”와 겨울왕국 굿즈로 거리는 떠들썩할 것이다.
Green: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엘사의 서사시
Red: 화려함 뒤에 남은 씁쓸한 공허함
<겨울왕국>이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의 멋진 변주였다면, <겨울왕국 2>는 엘사(이디나 멘젤)라는 영웅의 대서사시로 웅장한 확장을 시도한다. 1편에서 엘사와 안나(크리스틴 벨)는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행복한 삶을 찾으며 퇴장했다. 그런데 <겨울왕국 2>에서 이들은 어렵게 얻은 행복을 포기하고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해 더 위험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
이 여정엔 엘사가 가진 마법의 기원이 있고, 덕분에 <겨울왕국 2>에서 중요한 모티브는 ‘기억’이다. 극 중에서 “물은 기억이 있다”라는 올라프(조시 게드)의 대사처럼 몇 세대를 거쳐온 기억과 역사가 이번 영화의 동력이다. 혹은 안타고니스트로서 활약한다. <겨울왕국 2>는 이 기억을 돌아보고 현재를 바꾸는 걸 지금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 말한다. 1편과 비교해 영화의 시선은 깊어졌고, 더 성숙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왕국 2>는 엘사라는 영웅의 오디세이아로 이야기가 확장하면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대폭 늘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하며 만나게 되는 물, 불, 바람, 땅의 정령은 신비함을 주고, 더욱더 강해진 엘사의 능력은 더 화려한 액션으로 표현된다. 전편의 자랑이었던 OST도 새로운 곡이 대거 추가되었으며, 변곡점마다 바뀌는 엘사의 의상은 단번에 구매욕을 자극할 정도로 아름답다.
또한, 새로운 공간의 미장센은 자연의 위압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뿜어낸다. 이를 구현한 물과 얼음의 질감은 사실적이고, 광원 효과는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몇몇 씬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대자연 앞에 홀로 선 엘사를 담은 익스트림 롱샷은 너무도 압도적이라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어떤, ‘숭고미’까지 느껴지기에 큰 스크린에서 관람해야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외적으로는 분명 확장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이전보다 새로운 이야기와 신선한 느낌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겨울왕국 2>는 1편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고,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잇는 서사도 매끄럽지 못하다. 확장을 시도하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증발해버렸다.
최근 개봉한 <말레피센트 2>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겨울왕국>, <말레피센트>의 속편은 스펙터클에서 오는 웅장함, 화려한 영상미, 여기에 캐릭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게 최근 디즈니 속편의 경향성으로 보인다. <겨울왕국 2>의 이미지와 음악에 홀렸지만, 영화가 끝난 뒤 큰 공허함을 느껴야만 했다. 디즈니 기업이 확장하며 디즈니화를 추구하듯, 그들의 영화도 기업의 성격을 닮아가는 듯했고, 뭔가를 잃었다. 그 상실감에 씁쓸한, 그런 관람이었다.
키노라이츠 예상: 초록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