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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2만에 리메이크된 판타지 로맨스 의 부활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온전히 이해해 주는 인연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떨려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랑.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삶에 큰 힘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려거든 일단 경험이 많아야 하고 실패에도 익숙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아닌 것을. 당시에는 설렘과 기대감, 상처와 슬픔으로 힘들었지만 현재를 사는 밑거름이 되어 삶을 한층 풍성하게 해줬다.

하지만 괜한 노파심이거나 오지랖일 것 같아 조심스럽다. 요즘 청춘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포기하는 데도 익숙한 것 같아서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것들, 꼭 해봐야 할 것을 누렸으면 좋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래라저래라 하기엔 주제넘는 일일 거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랑’도 그중 하나다. 경험만큼 가장 좋은 선생님은 없었던 거 같다. 직접 하기 어렵다면 대신 <동감>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잊었던 낭만을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거 같아서다.

청춘, 꿈과 사랑을 찾는 시기

1999년에 사는 95학번 용(여진구)은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을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한솔은 남자만 득실대는 기계공학과의 몇 안 되는 여자 학우일뿐더러 발랄한 매력으로 용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했던 용은 신입생 가이드를 자처하며 한솔과 데이트를 하게 되고, 한솔이 관심 두는 HAM 무전기를 빌려 잘 보이려 든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던 날. 용(여진구)은 이상한 말을 쓰는 무늬(조이현)라는 대학생과 교신하다 끝나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연애 상담을 맡긴다. 한편, 2022년에 사는 사회학과 21학번 무늬는 오랜 물건 HAM 무전기를 찾아 흥분했다. 하지만 작동법을 몰라 이리저리 탐구하다 좀 촌스럽고 꽉 막힌 용이라는 대학생과 접속하게 된다. 처음에는 시대에 뒤처지는 말만 하는 거 같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속마음을 내보이며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원작 설정 유지와 영리한 차별화

22년 만에 리메이크된 <동감>은 K컬처의 현재이자 미래인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이 출연해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특히 김혜윤은 솔직하면서도 당찬 첫사랑으로 분해 판타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빠질 수 없는 OST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명곡을 재해석해 톤앤매너를 맞췄다. 고백, 편지, 습관, 늘 지금처럼, 너에게로 가는 길 등.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음악에 깃든 감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심금을 울린다.

원작 <동감>은 인터넷 초창기 때 모습과 김하늘과 유지태의 풋풋했던 시절을 만날 수 있는 판타지 멜로 영화다. 1979년에 사는 여성과 2000년에 사는 남성이 시간을 초월해 무전기로 교신하며 벌어지는 내용이다. 리메이크의 한계를 알면서도 <동감>을 22년 만에 부활시킨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2022년 버전은 원작 설정을 유지하고 시대와 성별 변화를 주었다. 서로를 탐색하며 소개하고 고민 상담으로 친해지다 진실을 알게 된 후 멀어지는 구성이다. 원작을 봤다면 비교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만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다. 인기 MZ 세대가 총출동한 영화답게 통통 튀는 에너지를 충분히 얻어 갈 수 있다.

2015년 <초인>으로 데뷔해 <고백>으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서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99년을 재현하기 위해 본인의 경험을 쏟아 넣었을 것 같은 생생한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주연 배우였던 유지태를 향한 애정을 담았다. 유지태의 상징과도 같았던 실버 백팩, <주유소 습격사건>이 데이트 무비로 등장하는 등 소소한 재미도 빼놓지 않았다.

각각 시대 포인트를 잘 잡아냈고, 아날로그적인 소품과 감성, 현대의 트렌디한 분위기와 맞물려 두 세대를 연결했다. 젊은 층이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구실, 뉴트로를 매개로 가까워질 계기가 되어 줄 것 같다.

삐삐와 휴대폰의 과도기답게 상징적으로 등장했던 공중전화박스를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 유행하던 노티카 점퍼, 곱창 머리끈, 상고 헤어스타일은 물론, 유행어(하이루, 방가방가, 당근이지)도 들려 반갑다. 먹거리나 데이트 코스도 등장한다. 레쓰비, 2프로, 자연농원(에버랜드), 캔모아(빙수, 파르페), 베니건스, 펌프, 스타크래프트, 드래곤 라자 등 세기말 문화도 고스란히 재현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

영화를 보며 매우 즐거웠다가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고민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IMF 이후 취업 시장에 직격탄을 맞은 세기말 대학생의 고민은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학만 가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많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과제와 취업 준비에 치여 정체성 찾기나 연애할 시간은 부족하다. 친구와 신나게 놀고 있다가도 ‘내가 이래도 되나’싶은 자기 검열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일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놀라는 둥, 연애도 많이 해보라는 둥. 이런 소리는 꼰대의 참견일 뿐 위로가 되어주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은 잊지 말길 꼭 당부한다. 벼랑 끝에 만난 기적 같은 사랑이 온다면 주저 말고 용기를 내보라는 것. 낭만이 사라졌다지만 혹시나 튀어나온다면 내버려 둘 것. 진심은 언제나 통하게 되어 있기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질러 볼 것. 그게 바로 다시없을 젊음의 특권이자 삶의 또 다른 배움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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