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처음이라 서툴고, 처음이라 낯설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지난 18일 용산 CGV에서 영화 ‘말아’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곽민승 감독과 심달기, 우효원 배우는 이 영화가 각자의 ‘처음’에 해당했다.
곽민승 감독은 전작 <입천장 까지도록 와그작>에서 보여준 음식과 삶의 비유를 이번에 또 한 번 보여주고자 했다. 전작이 샌드위치 자영업 가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다음 작품은 ‘김밥’이 소재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말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팬데믹과 최애 음식인 김밥을 연결해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주 가는 김밥집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확장했고, ‘김밥’처럼 딱 떨어지는 두 글자 단어를 생각하다가 ‘말아’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많은 가제 중 하나였던 ‘말아’가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와도 잘 어울려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말아>는 곽민승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심달기 배우의 첫 주연작이자 우효원 배우의 첫 출연작이다. 세 사람의 감회를 물었다.
심달기는 “전주에서 이 영화를 본 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첫 주연작이라 감회가 새롭고 남달랐다.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는 다른 색깔이라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극중 주리는 말이 많지 않지만 표정으로 대신하는 캐릭터다. 미묘한 표정 변화를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심달기의 다양한 애드립으로 채워진 장면도 많았다고 전했다.
“주리는 영화의 통통 튀는 분위기와 반대로 시니컬하고 우울함에 잠겨 있는 인물이지만, 안타까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팬데믹 시기에 집콕하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길 원했다”라며 “마치 내 모습이라고 느낄 만큼 현실적인 인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우효원은 “첫 오디션에 참가하는 장편 영화인데 달기 배우가 이끌어 주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곽민승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배우가 아닌 뮤지션이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연기하길 원했는데 그 와중에 심달기를 떠올렸고 스탭들도 만장일치여서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3차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던 우효원은 취미를 ‘피부관리’라고 써내 곽민승 감독의 눈길을 끌었다. ‘이원’이란 캐릭터는 특별한 리듬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효원은 “특기가 살 안 찌우기, 취미가 피부관리다”라며 남다른 특기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진심의 작전이 통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심달기 우효원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심달기는 “둘 다 말투가 느렸던 게 하나의 케미스트리를 유발했던 것 같다며, 다른 현장에서는 느린 말투가 지적 사항인데 <말아>에서는 오히려 영화 호흡과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졌다”라며 즐거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촬영 때 서로 어색했던 게 오히려 연기하는데 좋았고 지금처럼 친해졌으면 연기가 힘들었을 거다”라고 전했다.
영화 속 김밥을 잘 못 만드는 설정이었는데 김밥 말이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반전 매력도 전했다. 오히려 엄마이자 신나라 김밥집 오너인 영심 역의 정은경 배우가 김밥을 한 번도 말아보지 않아, 신나라 김밥집 이모님께 강습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의 소울푸드를 묻는 말에 곽민승 감독은 프랑스에서 먹었던 ‘유럽식 샌드위치’, 심달기는 어릴 적 과천에서 먹었던 사골 베이스의 ‘수제비’, 우효원은 피부관리가 취미인 만큼 ‘과일’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편, <말아>는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인생도 김밥도 말아먹게 생긴 청년 백수의 자력갱생 이야기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버틸 힘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오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