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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사막의 왕] 김보통 작가 “감독? 두 번은 못하겠지만 배운 게 많아..”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한 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사람. 웹툰 ‘아만자’로 데뷔한 김보통이 벌써 10년을 맞았다. 다사다난했던 10년이다. ‘D.P 개의 날’이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시즌 2가 예정되어 있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작가이면서 새로운 도전에 겁 없는 사람이다.

이미 의뢰 들어온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차기작을 물었더니 너무 많았다. 그중 산재 관련 드라마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제 웹툰 작가가 드라마 대본까지 직접 쓰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자기 작품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만큼 아쉬운 부분은 더하고 넘치는 부분은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좀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캐릭터의 전사를 풀어낼 수 있는 장점도 크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매일이 지쳐있는 디폴트 상태라는 김보통 작가. 무명 기간이 긴 만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쟁여두고 있다고 했다. 인기 거품이 꺼질 때까지 열심히 달릴 거라며, 은퇴는 당분간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은 영화,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고 촬영 중인 것, 촬영까지 끝난 것. 거의 끝나가는 것. 집필은 끝났고 캐스팅 단계인 것, 새로 집필 시작한 것 등 근황도 전해주었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면 힘들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쉬지 않고 제일 바쁜 김보통 작가를 만나 드라마 연출 소감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방위적인 행보다. 웹툰으로 시작해 에세이, 시나리오, 이번엔 연출까지 맡았다. 총 6화 중 김보통은 각본과 1화 ‘모래 위의 춤’의 연출을 맡았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직접 연출해 보니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초고만 썼을 뿐이다. 마케팅 때문에 모두 내가 다 한 것처럼 부풀려졌을 뿐.. (웃음) 왓챠에서 먼저 연작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연출 하나는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머지는 이탁, 이태동 감독이 잘 해주셨다. 연출에 대한 욕심은 더 이상 없지만 이번엔 배운 게 있다.

작가는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글만 보는 감독, 배우는 그렇지 않다. (그림도 그려봤으니) 다음 작품에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시각화가 한 번에 되도록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많이 했다. 다른 작가들에게 단편이라도 연출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사막의 왕]은 ‘돈’과 ‘선택’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특히 돈이 중심인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사막의 왕]은 가치를 잃어버린 돈, 소통의 부재와 갈등 해결의 어려움을 느껴 쓴 작품이다. 내 방에서 핸드폰으로 손가락 몇 번만 튕기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 수 있는 초연결 사회지만 갈등은 심해졌다. 미디어로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그 이념이 똘똘 뭉쳐 폭발하기도 한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오해가 불식되고 더 좋은 사회로 갈 줄 알았는데 아닌 거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생각을 담고 싶었다.”

=김보통 작가에게 ‘돈’이란 어떤 존재일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 [사막의 왕]에서는 모두 돈을 좇는 기이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낯설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돈이 원래 가치를 상실했다고 느꼈다. 돈은 거래하기 위한 대용품이었는데, 지금은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전복된 아이러니만 존재한다. [D.P]로 재벌 되었냐는 말을 듣는데 가끔 무섭다. 일의 성과나 가치 판단이 오로지 ‘돈’인가 싶다. [D.P]가 성공했을 때 좋았던 건 사회적 반향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이게 맞나’라고 이야기하는 변화를 바랐다. 진짜 가치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6개의 에피소드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유기적인 연결을 토대로 시리즈를 만든 배경과 열린 결말도 궁금하다.

“작가 생활을 처음 했을 때부터 주연 이외의 주변 인물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떨 때는 이 이야기의 주연이었던 친구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조연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서로 유기적으로 역할이 바뀌는 느슨한 연결 구도를 하고 싶다고 하니, 왓챠에서도 좋다고 해줬다. 제작사와 첫 미팅 때도 그랬다. 자유롭게 해석하고 장르나 톤도 달랐으면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

“처음부터 열린 결말 의도했다. 결말을 지어주면 별 의미가 없다고 봤다. 드라마 이후 이야기도 궁금해서 시청자들이 스스로 결말을 완성해 보도록 했다.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이 속초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로서) 그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확장해서 장편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도 싶다.”

=캐릭터가 하나같이 독특하다. 배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배우의 코멘트나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자면?

“처음 제안했던 분들이 거의 수락해 주었다. 사실 결함투성이의 인물들이라 하기 싫은 역할도 분명 있었을 거다. ‘천웅’ 같은 경우 천하의 패륜아다. 평소 장동윤 배우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기 때문에 본인도 도전 의식이 생겼을 거 같다. 다행히 인간쓰레기처럼 연기해 줘서 감사하다. (웃음) 캐스팅에는 이탁, 이태동 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다른 배우들과 교감하면서 확신을 심어 주었다.”

“기억에 남는 코멘트라면. 한 시간 전에 양동근 배우와 점심을 먹었는데 이런 말을 전했다. 20년 전 [네 멋대로 해라]가 20대를 정리하는 캐릭터였으며, 30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바빴는데, 20년 후 [사막의 왕]이 내 40대를 정리하는 캐릭터가 되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양동근 배우가 동현 캐릭터를 좋아했다. 대본 리딩 때도 많이 울더라. 그러면서 20년 뒤 60대를 정리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웃음)”

=천웅 캐릭터에 대해 더 묻고 싶다. 천웅은 공시생을 준비하다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 입사한다. 진실을 알았을 때 복수가 아닌 입사를 택하는 이유가 있을까?

“천웅 캐릭터를 통해 딱히 메시지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 감독님과 각색한 부분인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천웅은 불변의 속물 캐릭터다. 비정규직 아버지에게 기생하는 아들이 막말을 서슴지 않잖나.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돈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모두 노예 제도, 신분 사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니거든. 형태만 세련되게 바뀐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돈이 있고 없음으로 사람이 차별받고 그걸 또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과거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인간이 만든 돈 때문에 휩쓸리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 장동윤 배우는 실제 강도를 잡고 뉴스에 나와 배우로 데뷔하게 되었다. 배우의 일화를 넣은 게 흥미로웠다.

“그 부분이 들어있는 6화는 이태동 감독의 작품이다. 이미지를 깨는 사람으로 넣자고 했다. 이태동 감독이 평소 친분 있는 장동윤 배우를 떠올렸다. 천웅 캐릭터는 경찰 공무원을 지망하고 있는 캐릭터기에 실제 일화를 이야기에 써먹자고 했다. 초고에는 없었지만 각색으로 재해석한 장면이었다. 여러 감독과 작가, 스텝의 시너지가 빛나는 순간이었지 싶다.”

=여러 캐릭터가 나온다. 특히 공감 가는 캐릭터, 애정 있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고민하며) 굳이 따지자면 ‘모래 위의 춤’ 나이서다.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고 싶어 다녔던 회사 생활할 때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업무에서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도 했고, 돈 때문에 다녔기도 했다. 내 자화상의 일부였다.

그중 이질적인 존재인 ‘사장’은 의인화된 돈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사장이 최종 빌런처럼 나오지만 돈이 나쁜 건 아니다. 돈을 쓰는 사람의 행동이 나쁜 거지. 사장은 그냥 돈이 할 법한 일을 하는 것뿐이다. 배우가 연기하니까 악마로 보이는 거다. 원래 얼굴에 돈다발을 달고 말했으면 했는데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쇼킹한 비주얼이라서 충격적일 텐데..(웃음)”

=작품이 공개된 후 반응이 궁금하지 않나. 댓글이나 주변 지인 의견 중에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을까?

“사실 의도적으로 안 듣는다. (웃음) 물어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말라고 한다. 들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웃음) 대신 어머니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4화까지 끝났을 때 ”뭐야?!!”라고 하셨고, 5화가 끝나고도 또 “뭐야!!!!??”라고 하시더라. 6화 최종회가 끝나니까 “아….” 하셨다. 의미는 잘 모르겠다.”

=[D.P.]도 실제 경험이었다. [사막의 왕]을 자화상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그렇고 많은 이야기에 자전적 경험을 많이 녹이는 것 같다. 영감의 원천은 삶의 궤적인가.

“살면서 터득한 경험이 재산이다. 누구나 굴곡, 시련, 욕망 없는 삶을 살았다면 애당초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내게 글쓰기는 트라우마나 결핍을 만나는 일종의 정신 치료다. 나의 갈등을 인물에게 투영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글을 계속 쓰는 원동력은 열등감에서 시작되었다. 다만, 작가로서 결핍은 효용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지 않다.(웃음)”

=다양한 직업을 거쳐 왔다. 지금은 작가로 주로 활동 중이다.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변화된 부분은 무엇일까.

“부끄러움이 없어졌고 뻔뻔해졌다.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예전에는 담당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쓸지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아무래도, 재미없는 이야기란 반응이 올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원체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는 게 좋았고, 이를 듣고 좋아해 주는 게 재미있었던 거 같다. 이야기꾼으로서 성장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만족한다.”

=좋아하는 영화, 감독, 배우가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봐왔고 비디오로 소장 중인 라세 할리트롬 감독의 <개 같은 내인생>이 인생영화다. 이창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도 영상자료원 유튜브에서 고화질로 볼 수 있어서 많아 봤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기타노 타케시 감독의 <하나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등 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지금은 의뢰 들어온 작품을 쓰느라 자극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웃음)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좋아하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도 좋아한다. 주성치 감독도 좋아해서 비디오로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희극지왕>을 좋아한다. 2000년 초반에 비디오 가게가 많이 망하면서 소장하게 되었다.”

=궁극적인 목표나 지향점이 있다면 들려 달라.

“사실 연출도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해서 해본 거다. 딱히 목표나 지향점은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뚜렷하다. 웹툰 작가, 시나리오 작가, 감독 이란 명함이 여러 개지만 마지막 명함은 ‘도서관장’으로 하고 싶다. 도서관을 만들어서 정보격차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여력이 된다면 장학 재단도 만들고 싶다. 청소년들은 결핍 없이 자랐으면 좋겠다.”

김보통 작가는 최근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시련을 주제로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어떤 상황으로 피치 못한 일에 휘말리는 위기,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하는 것, 의도치 않게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어 상처를 주고받는 상황 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용서와 화해 때문에 쓰는 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자살 문제를 파고든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며 다음 작품의 힌트를 내비쳤다. 사회가 건강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존 가능이다. 과연 우리 사회가 젊은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집단인지 의문이 들어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청소년 자살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D.P] 시즌 2의 엄청난 (?) 스포일러를 던져주었다. 준호와 호열이가 시즌 1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고생을 한다며 보시면 안다고 말했다.

김보통 작가의 마르지 않는 샘이 부러웠다. 자신의 결핍과 트라우마를 자양분 삼아 글을 쓰고 또 쓰고 있다는 이야기꾼. 앞으로 또 어떤 명함을 만들지 궁금해지는 인터뷰였다. 그 부족함이 다 채워지면 이야기를 그만할지, 도서관장이 되어 있거나, 장학 재단장이 되어 있을지 상상해 봤다. 그가 이야기를 멈춘다면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한 건 아닐까. 비록 꿈일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6부작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사막의 왕]은 한 회당 30-40분 내외로 짧지만 한편의 독립된 영화를 보는 듯 대사, 표정, 미장센이 압권이다. 심상치 않은 상상력은 [D.P] 작가 김보통의 머리에서 시작되었다. 웹툰 작가, 수필가, 이번엔 시나리오 작가와 드라마 연출까지 섭렵한 김보통의 무한 확장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왓챠에서는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나 확장된 세계관을 다룬 스핀오프 웹툰도 서비스 중이다. 해갈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맴도는 의문점을 해소하고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이라 신선하다.

내 삶을 CCTV로 지켜본 것 같은 리얼리즘, 뼈 때리는 대사,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묘하게 빠져드는 1화 ‘모래 위의 춤’을 넘어서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2화부터 쭉 정주행할 사람과 여기서 끝낼 사람이 정해진다. 취향만 맞는다면 극호를 부르며 뒷이야기의 궁금증을 파고들게 만드는 시리즈다. 왓챠에서 정주행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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