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며 해외여행자 격리를 면제해 주는 ‘트래블 버블’을 검토, 해외여행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만 묶여 좀처럼 해외로 나가지 못한 지 일 년째. 방랑벽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랜선 여행이나 국내 여행으로 만족해야 했던 사람들이 이 영화 때문에 이탈리아 친퀘 테레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릴지 모르겠다. 배경이 된 이탈리아 북서부의 리비에라 지역의 ‘친퀘 테레(Cinque terre)’는 해안 절벽으로 연결된 다섯 개의 마을을 뜻한다. 알록달록 해안 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과 굽이굽이 가파른 산등성이 높은 동네 꼭대기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절경으로 여름철 전 세계인의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넉넉한 마을의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동네다. |
소심한 아이와 대범한 아이의 우정
바닷속 가족이란 울타리 밖은 전혀 나가본 적 없는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 호기심이 많지만 두려움이 앞서 물 위에는 올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소심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배에서 떨어진 인간 세상의 물건에 흥미를 갖던 중 또래의 종족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저)를 만나며 조심스럽게 물 위를 탐색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알베르토는 외딴섬에 살며 바닷속 물건을 수집하는 일로 바쁜 괴짜.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모험을 즐기며 둘은 우정을 쌓는다. 낯선 세상을 두려워하던 루카는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알베르토를 만나 꿈을 모색한다. 익숙함을 걷어내고 새로운 도전에 정면 돌파하는 마법 같은 주문 “실렌시오, 브루노!(저리 가 브루노)”를 외치며 망설이는 내면을 향해 강하게 꾸짖는다.
루카는 바닷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기, 중력, 하늘, 구름 태양을 새롭게 익히며,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줄 스쿠터 베스파를 꿈꾸게 된다. 베스파만 있다면 꿈에 그리던 노스탤지어에 당도할 거란 기대감은 커지고, 드디어 육지로 나갈 모험을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인간 세상의 낯선 풍경도 잠시. 물만 닿으면 괴물로 변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정의로운 소녀 줄리아(엠마 버만)를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줄리아의 따뜻한 배려로 맛있는 파스타와 젤라또도 섭렵하며 마을의 전통 경기 ‘포르토로소 컵’에 도전하지만 뜻밖의 위기를 맞이한다.
모두를 향한 용기와 힐링의 메시지
영화 <루카>는 이탈리아 출신인 ‘엔리코 카사로사’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실제 친구였던 알베르토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며 모든 사람들의 유년 시절을 응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낸 유년 시절을 소환해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사회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사는 곳이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존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게 바로 <루카>에 등장하는 외톨이, 장애인, 언더독,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루카는 알베르토를 만나 본격적인 꿈을 설계하고 줄리아를 만나 실행에 옮긴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도 함께하는 협동과 화합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아 간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존재가 살아가고 따라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도를 넌지시 던진다. 그게 바로 <루카>에 등장하는 외톨이, 장애인, 언더독, 다른 종족(이민자)을 대하는 태도임을 설명한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진실에 눈 뜨기 바라는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특히 “우린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용기와 힐링의 전언은 회복된 일상을 응원하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유란, 희랍인 조르바가 한 말처럼 “지금, 바로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 비록 현재 일상에 매여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될지라도 스스로 선택한 시간에 몰두하는 게 비로소 자유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 디즈니 픽사 신작 <루카>는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시간을 보상받을 만한 애니메이션으로 충분하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시원한 바람, 지중해의 아름다운 햇살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부시다.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해안 마을 곳곳은 한눈에 담기 어려운 절경과 낭만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