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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5살, 9살 자매가 구멍에 빠진 아빠를 구하러 가는 길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은 광활한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둘만 남겨진 자매의 모험과 성장을 다룬다. 아픈 엄마를 병원에 남겨두고 아빠와 캠핑을 떠난 언니 베가(베가 오스틴)와 동생 빌리(빌리 오스틴)는 사고뭉치 아빠를 돌보라는 특명을 받는다.

베가는 영화의 화자이자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자신을 슈퍼 히어로라 믿는 미운 다섯 살 빌리를 챙기면서도 어른보다 더 이성적이고 침착한 기특한 맏이다. 고작 아홉 살 인생일지라도 세상을 안다면 아는 나이라는 베가지만 아빠와 캠핑하면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직은 아이다.

세 사람의 즐거운 시간도 잠시. 한눈판 사이 아빠가 균형을 잃고 바위 틈새로 추락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리를 다쳐 구멍에서 혼자서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드디어, 둘만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구조요청을 해야만 한다. 아빠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를 위해서.

여름은 성장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출발로 치자면 희로애락과 고군분투를 겪고 무럭무럭 자라는 여름은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영화 속 아이는 아빠 없이 숲길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위협적인 계곡 위 흔들거리는 다리는 돌아가고, 여기가 어디인지 모를 똑같은 풍경을 마주해도 쉼 없이 앞으로 직진, 다리가 아프면 쉬어가고, 배고프면 물고기를 잡으며 어느새 자연과 친구가 된다.

어른 없이는 절대 할 수 없을 일도 척척해내는 자매는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줄 뿐, 결코 답을 찾아주지 않는 북유럽의 교육관에서 자라온 탓이다. 그런 까닭에 몇 안 되는 어른과 마주쳐도 절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들다면 작은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만 남는다.

그래서일까. 베가는 뒤처지는 빌리가 넘어져도 일으켜 주지 않고, 그저 뒤를 돌아보며 동생을 확인한다. 포기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네가 믿기만 한다면 집에 갈 수 있다”라며 마법의 주문(토토리!)으로 동생을 위로한다. 뜻밖의 모험에서 그냥 포기하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지 결정해보자고 말이다.

힘들고 지치지만 자매는 아빠 엄마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숲에서 아이들은 참고 견디는 인내심과 혼자 일어서는 자립심, 함께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협동심을 배운다. 숲은 아빠와 있을 때는 놀이터가 되어주었지만, 둘만 남겨졌을 때는 배움의 장이 되어주었으며, 진짜 세상에서 길 잃지 않도록 도와줄 예행연습장이 되어준다.

영화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실제 베가와 빌리는 자매 사이이며, 부모의 연출로 탄생한 패밀리 무비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리얼한 두 자매의 꽁냥거림과 티격태격한 모습이 저절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귀여움이 가득하다. 특히 슈퍼 히어로라 믿는 빌리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며 잊고 지낸 각자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을 선사한다.

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특별함을 안기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캠핑을 떠나기 전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며 짐을 꾸린 베가와 달리 무작위로 넣었던 빌리의 꾸러미 속 뜻밖의 물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믿으며 진짜 믿어야만 보인다는 빌리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아직 아이들 세상, 5월이 조금 더 남아있다. 5월 가기 전에 아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던져보자. 세상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잠시 빌려온 것이지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화를 통해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나이를 먹으며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무엇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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