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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팸앤토미] 인터넷 초창기 벌어진 최악의 비디오 유출 사건

미국에서는 2월 훌루에서 서비스하고 한국에서는 4월 20일 디즈니플러스 스타 플러스 섹션에서 공개된 8부작 드라마 [팸&토미]를 정주행했다. 19금을 넘어선 엄청난 수위로 과연 한국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것인가 궁금했는데 무삭제로 오픈되었다. 정말 그 장면을 보면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물론 두 배우 모두 노출 장면이 실제가 아님을 알겠지만 퍽 분량이 많아 당혹스러웠다. 의도와 흐름상 돌릴 수 없어 꾹 참고 봤는데 곤혹도 그런 곤혹이 없었다.

<아이,토냐>, <크루엘라> 로 여성 다층적 내면 연출에 탁월한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1-3회까지 맡았다. 두 작품을 봤다면 연출, 편집 방향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빠른 템포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과장된 연출, 악랄하고 숨기고 싶은 속내까지 제대로 까발려주는 시원함이 포인트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된다는 게 놀라움 정도의 최고 수위다.

20세기를 장식한 크레이지 러브

드라마 [팸&토미]는 배우 패멀라 앤더슨과 록그룹멤버 토미 리의 전기 드라마다. 막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5년 초상권, 저작권, 불법 복제, 스트리밍 시청 등의 전적으로 가시화되기 전 혼란스러운 때 일어난 사건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게 된 지 4일 만에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뜨거웠던 둘이 당시 유행하던 홈 비디오를 촬영하며 사랑을 남겼던 게 화근이었다.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유출되어 20세기를 장식한 최악의 스캔들 동영상으로 남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결혼 후 패멀라 앤더슨(리릴 제임스)이 토미 리(세바스찬 스탠)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게 되며 리모델링을 계획했다. 문제는 인부들의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파투 냈던 게 화근. 복수를 다짐하던 목수 랜드(세스 로건)가 금고를 훔쳤고 그 안에 귀중품과 함께 사생활이 담긴 녹화 테이프가 담겨 있었다.

패멀라 앤더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1989년 미식축구 경기 관람 중 전광판 카메라에 잡혀 연예계에 발 들이게 되었다. 우연히 입고 있던 맥주 프린팅 티셔츠 때문에 맥주 광고 모델로 활약하다 ‘플레이보이’모델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1990년대 마를린 먼로로 불릴 만큼 그녀의 육체는 많은 인기를 끌었고, 1992년부터 ‘SOS 해양 구조대(베이워치)’에 합류해 1997년까지 활동했다.

토미 리는 헤비메탈 그룹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이자 악동으로 불린다. 술집에서 만난 둘은 패멀라가 다른 테이블에 술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서로 한눈에 반했고 멕시코 칸쿤에서 8명의 증인을 세우고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첫 만남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동영상 유출, 가정폭력 등으로 끝나게 된다. 이후 재결합했지만 또다시 헤어졌으며 둘 사이에는 두 아들이 있다.

의도치 않게 도둑맞은 사생활

드라마는 이들의 3년 남짓한 결혼 생활과 동영상 파문, 그리고 이혼까지를 다룬다. 세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던 과도기를 그렸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지만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이전 시대를 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 뜨거워지고 있는 현실과 가상현실(메타버스), 영화의 필름과 디지털 촬영 방식, OTT 스트리밍과 극장 상영 등 과도기의 혼란과 비교해 봐도 좋다.

도난당한 테이프가 불법 복제, 유통되면서 겪게 된 진통이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지게 된 계기도 알 수 있다. 당시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입장, 미국의 포르노 산업 구조도 전해준다. 무엇보다 훔친 동영상으로 돈을 벌었지만 망하게 된 랜드의 사연도 꽤 흥미롭게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가장 큰 피해자였던 패멀라 앤더슨의 서사를 심도 있게 다룬다는 거다. 당시 섹스 심벌로 불렸던 모델 이미지를 깨고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갖은 질문과 추문에도 활동을 이어갔던 의지, 아이를 갖고 안정된 가정을 갖고 싶었던 마음, 동영상 때문에 받아야 했던 2차 가해와 수치심 등.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여성의 심정이 그려진다.

이미 성인잡지 모델로 대중 앞에 섰다는 이유로 그녀의 몸은 공공 재산으로 간주된다. 개인의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성차별과 무지함이다. 한 여성이 거대 미디어와 남성, 자본에 의해 막대한 폭력을 입은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동영상 일부 사진이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둘의 성행위가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부분을 들어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지적 재산권 보장보다 대중의 알 권리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패멀라 앤더슨이지만 토미 리는 자신도 등장했다는 이유로 상품화하는 데 합의 하기도 했으며, 공공연하게 자랑하듯 떠들고 다녔다.

싱크로율 100% 파격 변신

이를 완벽하게 연기한 릴리 제임스의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릴리 제임스 하면 떠오르면 이미지에 한 획을 그으며 외형, 말투, 제스처, 표정까지 패멀라 앤더슨을 구현했다. 이전 릴리 제임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더욱 놀랍다. 또한 세바스찬 스탠도 변신을 위해 짙은 화장과 온몸의 문신과 피어싱을 감행하며 캐릭터를 소화했다. 둘 다 싱크로율 100%, 연기 200%의 프로다운 모습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본인 허락 없이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의도가 타인에 의한 개인의 권리 침해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섣불리 제작된 드라마는 아이러니하다. 2014년 롤링스톤지에 실린 ‘Pam and Tommy: The Untold Story of the World’s Most Infamous Sex Tape’ 기사를 바탕으로 했다. 기사, 인터뷰, 토미 리 자서전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패멀라는 이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위해 즉각 넷플릭스 제작 다큐멘터리로 직접 반박하겠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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