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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고장난 마음은 어디에서 고칠 수 있나요?



나의 친구를 소셜 AI 로봇이 찾아 주는 시대, 진정한 우정은 어디에 있을까? <고장난 론>은 근미래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와 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관계를 묻는다. 제작진은 시나리오를 떠올릴 때 실제 자녀들의 경험을 참고했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쉬는 시간에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몰라 당황했다고 한다. 만약 태어날 때부터 기술에 둘러싸여 있다면 학교에서뿐만 아닌 어른이 되어서도 심각한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거라 생각했다.

“매칭 결과 너랑 나, 친구가 될 확률이 1도 없다고?”

모든 개인 정보가 업로드된 비봇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 없으면 소외되는 것처럼 비봇 없는 아이는 아예 친구를 사귈 수가 없다. 비봇은 개인 비서 걸어 다니는 SNS라 해도 되겠다. 사진, 게임, 대화 주고받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논서치에서 비봇 없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완전한 구식이다. 오히려 비봇하고만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또래와는 오히려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종이로 수업, 숙제를 하지도 친구와 편지도 주고받지 않는다. 조금 겪어보니 성격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는데 매칭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친구되길 꺼리는 아이도 보인다. 인위적인 우정, 필요에 의해서만 관계 맺는 사이가 오히려 편하고 익숙한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일을 맞이한 바니는 남들 다 있는 비봇을 혹여나 선물 받게 될까 들떠 있었지만 역시나 아빠와 할머니의 그저 그런 선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아빠와 할머니는 어렵게 구한 비봇을 선물하고, 바니는 날아갈 듯 기쁘기만 하다. 한데 어딘가 좀 이상하다. 혼자 딥러닝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바보 같은 말과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엉망진창 비봇. 과연, 세상과 연결되기 힘들었던 바니는 론의 도움으로 절친을 만들 수 있을까.

비봇만 있다면 친구 고민은 아예 없을까?

<고장난 론>은 기계적 결함이 있는 AI와 괴짜라 불리는 아이가 만나 벌어지는 좌충우돌 모험과 우정을 그렸다. 알고리듬과 데이터, 공식으로도 풀지 못하는 진짜 우정을 설계하는 영화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치는 철학적 사유가 함의되어 있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의 공감을 적극 반영했다.

영화 속 비봇은 주인의 소셜 활동을 분석해 네트워크와 연결, 관계를 만들어 나가지만 고장난 론은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해 친구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대신 론은 바니의 친구가 되어주고, 엉뚱한 방법,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며 고군분투한다.

론은 왜 혼자일까. 론은 6살 생일파티에 실수로 크게 불이 난 사건 이후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불가리아 짜 가족이라고 일부러 피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늘 18분의 쉬는 시간이 제일 괴로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은 친구를 기다리는 벤치에 있으면 누군가가 다가올 거라고 장담하지만, 아무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고? 론은 남들 다 있는 비봇이 없기 때문이다.

비봇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상처받을 일도 없고, 대면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또한 나만 바라보는 유일한 존재라 화를 내든 때리든 방치하든 언제나 전적인 사랑을 보인다. 마치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사거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면 되는 시스템 같다.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쌓는다. 얼굴 맞대고 친구를 만나는 게 구식인 세상이다.

여기서 질문이 마구 떠오른다. 비봇 없이 서로 알아가는 우정 찾기는 안되는 걸까? 꼭 완벽한 친구, 베스트 프렌드를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 디지털 세상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날 되짚어 봐야 할 온라인에서의 우정과 소통 방식, 관계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친구가 없던 바니는 론을 만나게 되며 진실한 우정을 깨닫는다. 우정은 일방이 아닌 쌍방이라는 진실. 서로 좋아하고 배려하고 믿는 마음이 함께 할 때야 성립되는 멋진 공식임을 말이다. 어쩌면 고장난 건 론이 아닌 결핍된 우정, 마음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친구가 많은 인싸(인기 많은 사람)여야만 성공한 인생은 아니다. 세상에서 나를 이해해 주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무엇보다 <고장난 론>의 킬링 포인트는 ‘론’의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심규혁 성우의 목소리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자막은 선호하지만 우연히 더빙판으로 봤던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고장난 론>의 경우 더빙판이 우리말 묘미와 유머를 잘 살려 깨알 같은 웃음을 유발한다. 오랫동안 극장을 찾지 않았거나, 모처럼 만에 아이와 가족과 함께 관람할 영화를 고른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빙판을 추천한다. 우정과 믿음에 대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랑스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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